[리액션] “상상 초월 폭력성” 디즈니+ ‘3인칭 복수’
9일 공개 디즈니+ ‘3인칭 복수’ 하이틴 복수 스릴러, 폭력성 이슈 엇갈린 초반 평가, 진짜 차별화는 이제부터
“기존 10대 학원물과 다르다”는 김유진 연출의 자신감처럼 다르긴 다르다. 미디어에서 지양하던 수위 높은 폭력과 붉은 피가 낭자하다. 교복 입은 청소년을 내세운 학원물치고는 과감한 시도다. 그만큼 OTT 이용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학폭(학교폭력) 가해자를 향한 응징이 속 시원하다는 의견과 리얼한 폭력이 불쾌하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지난 9일 공개된 디즈니+ <3인칭 복수>(연출 김유진, 극본 이희명)는 쌍둥이 오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나선 ‘옥찬미’(신예은 분)와 불공평한 세상에 맞서 복수 대행을 시작한 ‘지수헌’(로몬 분)이 인생을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하이틴 복수 스릴러다.
작품은 고교 사격 선수인 찬미와 영상 통화 중이던 쌍둥이 오빠 박원석(강율 분)이 의문의 존재를 본 후 학교 과학실에서 추락사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경찰과 양부모는 원석의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이를 납득하지 못한 찬미는 고3 중요한 시기에 부산에서 오빠가 다니던 서울 학교로 전학을 결심한다. 상경 후 오빠 죽음의 진실을 캐던 찬미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다르게 오빠를 나쁘게 기억하는 증언들로 당황한다.
한편 찬미는 스쿠터 사기를 계기로 주헌과 얽히고설킨 관계를 맺게 된다. 주헌은 원석이 죽음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며, 찬미는 그런 주헌이 뇌종양이라는 비밀을 알고 있다. 홀로 아픈 어머니를 부양 중인 주헌은 주변 어른들과 친구들의 신뢰를 받는다. 학폭 당하는 반 친구를 구원해줄 정도로 정의롭지만, 병증으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3인칭 복수>의 폭력성은 상당하다. 시청 등급이 18세(청소년 관람불가)로 지정되어 있는 걸 감안해도 폭력, 성폭행, 자살 등 자극적인 요소가 많다. 특히 주헌이 심한 괴롭힘을 당하던 태소연(정수빈 분) 대신 복수하는 노래방 장면에서는 남녀학생 할 것 없이 뺨을 맞고, 머리를 잡혀 테이블에 박히고, 던져지는 등 상당한 수위의 폭력이 묘사된다. 또 주헌이 여후배 성폭행 후 학교에 복귀해 2차 가해까지 저지르려던 사중경(진호은 분)을 응징하는 장면에서는 청테이프로 의자에 묶고 발을 망치로 내려치는 등 공포 스릴러물에서나 볼법한 끔찍한 폭행이 펼쳐진다.
장르물을 즐겨보는 시청자들은 이것저것 빼지 않은 속 시원한 복수전에 “재미있다”는 호평을 보냈다. 시답지 않은 용서와 화해가 아니라 더 큰 힘으로 폭력을 제압하고 그들을 무릎 꿇고 빌게 만드는 장면에서 현실적 통쾌함을 느끼고, 자극적인 액션에 대리만족하는 모양새다. 반대로 폭력을 같은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불쾌하고 충격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가해자를 벌하는 주헌은 폭력의 주체일 뿐, 복수를 원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대신 폭력을 통해 응징한다는 점에서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타당할 수 없다’는 시선과 결국 정의롭지 못한 방식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다.
2회까지 공개된 <3인칭 복수>는 총 12부작으로 갈 길이 멀다. 풀어놓은 첫 보따리가 폭력성으로 얼룩졌으니 이제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신예 로몬, 신예은을 비롯한 서지훈, 정수빈, 진호은 등의 활약은 나쁘지 않다. 아직 극 초반이기에 캐릭터에 빙의한 ‘소름 끼치는 연기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장르물의 긴장감을 살리고 보는 이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량은 입증했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학원물의 빈틈을 스릴러적 분위기로 잘 메꾸며 차별화에는 성공했다. 지난 9일 공개 후 한국에서는 디즈니+ TOP10에 이름을 올렸고, 11일 기준 5위까지 상승했다. 소소하지만 해외에서도 반응을 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1일부터 연속 1위, 대만에서는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력성 밖에 볼 것 없는 그저 그런 학원물로 전락하는 가, 파괴력 있는 하이틴 복수물로 이름을 남기는 가는 이제부터다. 진실을 추적 중인 찬미와 병을 숨긴 채 복수대행을 시작하는 수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폭력성 이슈를 극복하고 하이틴 복수 스릴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