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디즈니+ ‘형사록’ 반응 없어 당황, 넷플릭스였다면…” [인터뷰]
디즈니+ 오리지널 ‘형사록’ 배우 이성민 인터뷰 “원래 제목은 ‘늙은 형사’, ‘또 늙은이야?’ 싶었다” OTT 생활화로 인한 미디어 소비 변화에 주목
“디즈니+ 가입자가 이렇게 적은가? 생각했다. 우리 문제일까, 플랫폼의 문제일까 생각하기까지 했다.” 배우 이성민이 <형사록>을 통해 처음 OTT 오리지널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15일 디즈니+오리지널 <형사록>의 마지막 회 공개를 앞두고 이성민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디즈니+ 오리지널 <형사록> 어느 날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와 함께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로 몰린 현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 이야기다. 이성민은 살인 용의자가 된 베테랑 형사 ‘김택록’ 역을 맡아 탁월한 직감과 실력을 자랑하는 30년 차 베테랑 형사의 모습을 연기했다. 지난 10월 26일 첫 공개되며 “빈틈없고 치밀한 전개로 마치 영화 같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이날 이성민은 등장과 동시에 OTT 오리지널 도전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처음엔 피드백이 너무 없어서 디즈니+ 가입자가 이렇게 적은가? 생각했다. 우리 문제일까, 플랫폼의 문제일까 생각하기까지 했다”며 “회차가 거듭되니까 조금씩 반응이 있더라. 제작사랑 주변 배우들 표정이 좋아지는 걸 보니 나쁘지 않구나 싶었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내 “‘넷플릭스에서 공개했으면 좀 나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이어 “주변 사람들 중에는 마지막화까지 다 공개된 후에 한꺼번에 보겠다는 사람이 많다. 저희 식구들도 아직 아무도 안봤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특이한 현상이라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아마 우리 드라마는 OTT로 보기에 최적화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러닝타임이나 스토리 구성도 그렇고, 몰입도가 높아서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쉽지 않은 첫 OTT 도전이었을 텐데, <형사록>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묻자 이성민은 “처음 이 작품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제목이 ‘늙은 형사’였다. 남주혁 배우와 함께 한 <리멤버>라는 영화 다음이었는데, 대본을 받고 든 생각은 ‘또 늙은이하라고?’ 이거였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은퇴가 임박한 형사 캐릭터니 틀린 말은 아니었고, 제 나이도 딱 그 나이였다. 50대 중후반”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하며 “늙음이라는 게 단순히 ‘나이 듦’을 넘어선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그걸 표현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촬영 중에 드라마 제목이 <형사록>으로 바뀌면서 부담감은 약간 줄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택록은 과거 젊은 시절 있었던 사건으로 공황장애를 앓는 인물. 이성민은 “대본과 작품에 묘사가 충분히 잘 되어 있어 특별히 제가 노력한 것은 없었다”면서도 “단편영화 <병훈의 하루>나 장애 아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도 했다”며 캐릭터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더불어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다는 점이 이번 작품에서 특히 좋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 있는 배우가 화면에 딱 등장하는 순간 내뿜는 존재감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형사록>은 국진한(진구 분), 손경찬 (이학주 분), 서광수(김홍파 분), 양기태(김재범 분) 등 다양한 인물이 정체불명의 ‘친구’일 가능성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추리 본능을 자극했다.
이성민은 “많은 배우들이 등장했는데, 다들 너무 잘해줬다. 젊은 친구들인데 다들 잘해준 덕분에 편하게 촬영하고 행복했다”며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이학주의 연기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연기를 잘 하는지 정말 몰랐다”며 눈을 크게 떴다. 이어 “이전에도 본 적은 있는데 직접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놀랐다. 워낙 착한 친군데, 드라마 설정상 용의선상에 올라가야 하는 인물이다. 그걸 진짜 너무 잘해줬다”며 극찬했다.
끝으로 이성민은 OTT의 생활화로 인한 드라마 시청의 변화를 짚었다. 그는 “팬데믹 때문에 OTT가 활성화됐지만, 동시에 영화계는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라 조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요즘 워낙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와서 관객분들 눈높이도 높아진 것 같다. 좋은 점은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극장 영화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집에서 우리 애가 친구랑 채팅을 하면서 ‘몇 시에 넷플릭스에 모여서 보자’하는 게 충격적이었다”며 달라진 미디어 소비 형태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이용자들이 OTT 콘텐츠를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 ‘배속 재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한 번씩 이용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현상이 나오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우리 드라마는 그렇게 보면 안된다. 배속 재생 했다가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해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
마지막 회 공개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이성민은 “시청자분들 댓글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친구로 추측하더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과연 이게 끝일까?”라고 말하며 이어지는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코미디,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까지 모두 담겼다”는 평을 듣는 그의 드라마처럼, 이성민은 인터뷰 내내 깊은 사유의 철학과 코미디를 오가며 연기를 즐기는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벌써 <형사록>의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디즈니+ 오리지널 <형사록>은 오늘 (16일) 오후 5시 마지막 7, 8화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