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1위 빼앗긴 웨이브, 반격 나서나
토종 OTT 1위 오른 티빙 웨이브, 국내외 파트너십으로 콘텐츠 강화 ‘충성도 1위’ 시리즈 강자 면모 발휘할 수 있을까?
티빙과 시즌의 합병이 다가오며 국내 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줄곧 놓치지 않고 있던 ‘토종 OTT 1위’를 빼앗긴 웨이브의 위기 탈출 전략은 무엇일까?
티빙과 KT시즌(KTseezn, 이하 시즌)은 오는 12월 1일 합병법인을 출범한다. 지난 7월 양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며 ‘토종 OTT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티빙은 업계의 예상보다 빨리 1위를 차지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의 조사 결과 9월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418만 명을 기록하며 웨이브(413만 명)를 앞지른 것. 전체 OTT 가운데 1위는 넷플릭스(1,158만 명)였다.
MAU를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티빙과 시즌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3.07%, 4.98%로, 단순 합산하면 18%를 넘는다. 합병법인은 웨이브(14.37%)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게 된다. 웨이브는 지난 1월 492만 명이었던 MAU가 10월 416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같은 기간 티빙의 MAU가 418만 명에서 430만 명으로 증가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2019년 설립 이후 꾸준히 토종 OTT 1위를 지켜오던 웨이브는 업계의 예상보다 더 빨리 1위 자리를 티빙에 내주게 됐다. 이에 웨이브는 서서히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OTT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파 TV의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는 강점은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국내외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으로 유명 작품 독점 공급을 늘리고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대한 라이브러리에도…부실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약점’
웨이브는 지상파 3사가 만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푹(POOQ)’과 SK텔레콤이 만든 ‘옥수수(oksusu)’가 합쳐져 탄생한 OTT다. 이 때문에 웨이브의 가장 큰 특징인 지상파 TV 실시간 시청과 과거 인기를 끌었던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 제공할 수 있었다. 웨이브는 지상파 및 종편, 케이블 등 150개가 넘는 실시간 방송과 약 30만 편의 VOD(주문형비디오)를 포함한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웨이브가 오랜 시간 토종 OTT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점은 지상파 콘텐츠의 힘이 컸다.
하지만 최근 OTT 신규 모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웨이브는 올해 <위기의 X>, <청춘블라썸> 등의 드라마를 비롯해 <메리퀴어>, <썸핑>, <잠만 자는 사이> 등 예능들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5일 현재 웨이브 랭킹 10위 안에 랭크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앞서 18일 공개한 <약한영웅 Class 1>뿐이다.
적극적인 파트너십 체결로 콘텐츠 강화
웨이브는 적극적인 파트너십 체결로 해외 인기 콘텐츠 수급에 힘쓰고 있다. 이달 21일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일본 1위 통신사 NTT도코모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NTT도코모는 OTT dTV를 운영 중이다. 양사는 기존에 보유한 콘텐츠 공급은 물론, 향후 함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웨이브는 지난해 HBO, 올해 HBOmax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인기 해외 시리즈를 서비스해 왔다. HBO의 최대 인기작 <왕좌의 게임>과 그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국내에 독점 제공하며 팬덤을 흡수했다. 또 이달부터는 만화 <나루토> HD 리마스터링과 드라마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등 일본 인기 시리즈로도 라인업을 확장했으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으로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도 서두른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점점 증가하는 콘텐츠 제작비용 부담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해외 진출의 성패가 ‘현지화’에서 갈린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내 콘텐츠 기업이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분당 약 11달러의 현지화 비용이 발생한다. 웨이브는 현지화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콘텐츠 전용 음성인식기 ▲콘텐츠 장르별 문맥 기반 기계 번역기 ▲클라우드 자막 편집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과 도구를 개발 중이다.
웨이브는 점유율에서는 다소 밀릴지 몰라도, 충성도는 가장 높은 OTT로 꼽힌다. 국내 이용자 1인당 월평균 사용 일수와 사용 시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 웨이브의 이용자들이 1개월에 평균 638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것에 반해, 넷플릭스와 티빙의 이용자들은 1개월 평균 각각 596분, 484분 동안 해당 플랫폼에 머물렀다. 다수의 ‘시리즈’를 보유한 웨이브의 특성이 이렇게 입증되는 것이다.
미디어 산업 환경은 계속 변화하며 소비자들의 니즈 역시 갈수록 다양해져 간다. 글로벌 최대 OTT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이용자들의 선택권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각 OTT의 운영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는 가운데, 웨이브가 자기 색깔을 찾아 토종 OTT 1위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