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지금은 박지훈의 시간 [인터뷰]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 박지훈 인터뷰 폭력에 맞서는 약한 소년 연시은 역 맡아 열연 강렬한 눈빛 연기, 묵직한 여운 남기며 존재감 각인 “배우로서의 모습 더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웨이브

박지훈의 시간이 왔다. 그의 변신에 사람들은 떠들썩하다. 어떤 이는 성장이라 말하고, 다른 이는 알을 깨고 나왔다고 표현한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던 깜찍한 19살 소년의 모습만 기억한다면 ‘연시은’의 얼굴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메이(팬들)만큼은 아니지만, 친척 동생을 만나는 것처럼 가끔 TV를 통해 지켜본 박지훈은 포기하는 법 없는 승부사에 침착함과 지구력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만면의 미소를 지우고 한 가지에 몰두하는 모습이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그 기질을 극대화하여 깊어진 눈빛으로 화면 너머의 시청자의 마음을 흔드는 배우가 됐다.

박지훈은 지난 18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이하 약한영웅. 연출·극본 유수민, 제작 플레이리스트, 쇼트케이크)에 출연했다. 그가 연기한 연시은은 공부 외에는 관심 없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홀로 괴롭힘에 맞서다 수호(최현욱 분), 범석(홍경 분)과 얽히며 여러 사건과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인물이다. 원작 웹툰(작가 서패스-김진석)부터 탁월한 분석력과 주변의 각종 도구를 활용한 전략적 도구 액션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약한영웅>을 통해 아이돌이 아닌 배우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각인시킨 박지훈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귀여운 모습 외에 다양한 매력 및 연기력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것. ‘박지훈이 연시은 그 자체로 보였다’는 후기에 그는 ”정말 극찬인 것 같다. 나보다 캐릭터가 보였으면 좋겠다“며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털어놨다.

사진=웨이브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과 집중력으로 리딩 당시부터 동료 배우, 한준희 크리에이터를 놀라게 한 박지훈은 ‘시험 중 마약 성분으로 눈앞이 흐려지자 제 뺨을 때리는 장면’을 연습 때부터 실제로 실행했다. 연시은의 독기를 보여주는 첫 장면이기에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한 그는 NG 없이 원테이크로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완성했다. 다음날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부어 있을 정도였다고. “박지훈한테도 무섭고 진중한 이미지가 있었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는 그는 연시은처럼 독기를 품고 작품에 임했다.

연시은과 혼연일체가 된 박지훈의 모습은 영혼을 갈아 넣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캐릭터 연구를 많이 했다”는 그의 연기 포인트는 바로 ‘눈빛.’ 싸움과 욕설에 능숙하지 않은 시은의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눈빛에 집중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아저씨>의 원빈의 연기도 참고했다. 상황에 깊이 몰두했다가 모니터링 중 ‘내가 이런 눈빛을 했었나’하며 깜짝 놀란 적도 있다는 그는 “몸 쓰는 것보다 눈빛 연기를 하며 체력 소모가 크더라. 촬영 마치고 집에 가면 기절하듯 잠이 들고는 했다”고 회상했다.

박지훈이 느낀 연시은의 매력은 바로 기존 학원물에서 보여지는 폭력 피해자와 다르게 왜소한 체격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격을 가하며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뉴턴의 운동법칙을 되뇌며 두꺼운 참고서로 일진의 얼굴을 내려치고, 볼펜을 딸깍거리며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대입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략적 싸움’이 시은의 특징. 그런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는 그는 “현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웹툰 속 기술을 많이 뺐다”고 밝혔다.

사진=웨이브

<약한영웅>을 한 마디로 ‘우정’이라고 정의한 박지훈은 “웹툰보다 연시은-안수호-오범석의 우정을 더 보여주고 싶었다. 세 친구의 감정 변화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창 시절 실제 겪을 수 있는 일들로 리얼함을 살리려 했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도 사랑보다 우정이 우선”이라고 가치관을 밝힌 그는 “연시은처럼 외로운 사람에게 수호, 범석은 존재 자체로 큰 사람이었을 거다. 시은도 사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을 것 같다”면서 여운을 드러냈다.

스스로 틀에 가두지 않고 한계를 가늠하지 않는 박지훈의 피땀눈물이 담긴 도전은 배우로서 색다른 기분을 체험하게 했다. 선배 배우들처럼 배역에서 빠져나가는 시간의 필요성을 느낀 것. 그 정도로 인물과 상황에 온전히 몰두하고 집중했다는 증거다.

아이돌 활동을 병행하는 만큼 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힘이 들기도 하지만 곧 앨범을 통해 팬들을 만날 계획이라는 박지훈.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에 대해 “아이돌 활동이 배우로 성장하는 계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그는 “지금까지 아이돌 박지훈은 많이 보여드렸으니 앞으로 배우로서 더 찾아뵙고 싶은 욕심이 있다. 뼛속까지 나쁜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훈은 아역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연기력으로 24살에 꽃을 피웠다. 귀여운 윙깅이와 또 다른 매력으로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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