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영화 단건 구매 서비스 도입…유료화의 시작?

쿠팡플레이 ‘스토어’ 서비스 시작 영화 등 단건 구매…유료화의 시작? 킬러 콘텐츠 부재…섣부른 유료화, 득보단 실

사진=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가 유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이용자들은 쿠팡플레이가 유료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5일 쿠팡플레이는 <늑대사냥>, <놉>, <인생은 아름다워> 등 최신 영화를 할인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스토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별 구매해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로, 쿠팡플레이가 유료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해당 기능이 처음이다.

회원들 사이에선 그동안 쿠팡의 유료 멤버십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OTT 서비스가 유료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회사는 “회원들에게 최신 영화를 더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쿠팡플레이가 다수의 스포츠 중계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일정 수준 이상의 회원 수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에 수익성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커머스 기업의 신사업에서 주목받는 메이저 OTT로

당초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중심 사업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더 많은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신사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 2020년 12월 첫선을 보인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전개한 사업이다. 당시만 해도 업계는 쿠팡이 OTT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란 이유였다.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의 가장 큰 혜택은 ‘로켓배송’으로 불리는 당일배송이다. 여기에 추가로 OTT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쿠팡에겐 엄청난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에도 쿠팡이 OTT 서비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고객들을 묶어둘 수 있는 ‘락인(Lock-in)’ 효과를 위해서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는 그런 면에서 쿠팡과 쿠팡플레이의 사업 모델로 꼽힌다.

쿠팡은 당장의 현금을 투입하면서도 더 긴 미래를 내다봤다. OTT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성 고객들과 MZ 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공략하기 위해 나섰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생중계했고,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토트넘 홋스퍼 구단을 초청해 다양한 방한 행사를 기획했다. 인기 리그와 인기 구단의 중계권은 그 비용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조차 쉽게 스포츠 중계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거침이 없었다.

쿠팡과 쿠팡플레이의 과감한 투자는 헛되지 않았다. 모바일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쿠팡플레이 사용자 수는 380만 명으로, 국내 서비스 중인 OTT 중 4위를 차지했다. 토트넘의 내한 경기가 열린 7월 13일에 무려 45만 건의 신규 앱 설치를 기록했다. 쿠팡이 스포츠 중계를 통해 고객 확대에 나선 것은 주효했다. 이후로도 쿠팡플레이는 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을 생중계하며 고객들을 단단히 묶어뒀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를 통해 남성 회원들을 묶어두는 동시에 MZ 세대 공략도 놓치지 않았다. 젊은 감성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도 과감했다. 수지 주연의 <안나>를 비롯해 젊은 감성의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새로운 시즌은 연이어 선보였고, 대작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등을 극장에서 내리기도 전에 서비스하며 MZ세대 회원에게 다가갔다.

쿠팡의 깜짝실적, 쿠팡플레이가 효자 노릇 톡톡

업계는 쿠팡플레이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쿠팡은 적자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쿠팡은 영업익 1,037억원을 기록했다며 깜짝 실적을 내놨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출범 이후 8년 만의 첫 흑자다. 쿠팡플레이를 포함한 신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1억5,416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전년 동기 대비 10% 넘는 성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신사업을 통해 전개한 ‘퍼주기’ 전략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쿠팡은 신사업에서도 흑자 전환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다. ‘쿠팡플레이 유료화’는 쿠팡의 수익모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다만 쿠팡플레이의 경쟁력은 비단 스포츠나 MZ 세대 공략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현재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OTT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이 모두 월 1만원대 구독료인 점을 감안하면, 4,99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쿠팡의 각종 혜택과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쿠팡플레이의 강점에 ‘가성비’ 역시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포츠 독점 생중계를 빼면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만큼, 섣부른 유료화는 쿠팡플레이에게 득보다 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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