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스타] 숨 쉬듯 갈아입는 캐릭터, 배우 송중기
데뷔 15년 차 배우 송중기 ‘재벌집 막내아들’로 TV-OTT 모두 장악 얼굴-연기-위트 ‘3박자 열일’
데뷔 15년 차, 기억에 남는 작품만 열 편이 넘는다. 뽀얀 얼굴로 눈이 부시게 웃던 ‘소년 송중기’는 온데간데없이 카리스마를 내뿜는가 싶더니, 이제 둘 다 욕심을 내고 있다.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다. 캐릭터 변신은 물론 시대까지 뛰어넘으며 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한 송중기의 매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데뷔 전부터 학교에서 ‘귀엽고 훈훈한 애’라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어쩌면 조금 늦은 나이인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송중기는 이듬해 영화 <쌍화점>에 출연하며 본격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늦은 데뷔를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쉬지 않고 캐릭터를 갈아입었다.
송중기는 이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2019년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다시 한번 1인 2역에 도전했다. 그는 비서로서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다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윤현우’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진도준’으로 분했다.
고용주의 지시라면 무조건 따르던 윤현우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다.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끝나버린 윤현우의 인생에 안타까울 이유는 없다. 인생 2회차를 맞이한 그가 곧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진도준으로 회귀한 그는 자신을 죽인 재벌가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한 복수에 나선다.
“판타지 재벌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들은 원작의 힘일까. 드라마는 16부작 중 3회를 방영했을 뿐인데 시청률 10%를 가뿐히 넘었다. 20일 방송된 3회는 10.8%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첫 방송 이후 OTT 통합 랭킹의 최상위를 놓친 적이 없다. 넷플릭스, 라쿠텐 비키 등 해외 OTT를 통해 글로벌 팬들을 만나면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무려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아무리 스토리가 탄탄하다 한들, 어설픈 연기에 빛을 잃는 원작을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봤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열풍은 배우들의 열연이 살린 결과물이고, 그 중심엔 송중기가 있다.
송중기는 원작이 가진 기발한 상상력과 판타지에 끌렸다고 말하면서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과거와 현재 사이에 가족이 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실제 재벌가를 떠올리게 하는 디테일한 설정과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극 사이에서 그가 짚어낸 핵심은 ‘복수’가 아닌 ‘가족’이었던 것. 원작의 독자와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이야기에 파고들었을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 인물 현우와 복수를 노리는 도준을 오가는 다이내믹한 서사를 만난 송중기의 연기는 놀라웠다. 극 중 현우와 도준은 그 옷차림만큼이나 말투와 눈빛, 호흡까지 다르다. 이렇게 진폭이 큰 연기를 하고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드라마 촬영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면 더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송중기의 연기 욕심에는 끝이 없는듯하다.
드라마가 너무 화제가 된 탓일까? 논란도 불거졌다. 20대 대학생 진도준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앳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피부 보정이 “너무 과해 몰입도를 떨어트린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것. 하지만 이질감이 심하다는 평가 못지않게 “송중기의 연기력이 그 모든 것을 커버한다”는 평가가 맞서고 있다. 시청률과 OTT 랭킹의 순위가 말해주듯, 이 정도 논란은 드라마의 흥행 가도를 방해하지 못했다.
사실 송중기는 데뷔 초 연기보다는 고운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데뷔 전부터 그를 따라다니던 ‘얼짱’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뽀얀 얼굴과 환히 웃는 모습은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리즈 갱신’이라는 찬사가 이어졌지만, 그는 외모보다는 연기로 평가받길 원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화려한 한복과 장신구를 걸치고 풍류를 노래하는 ‘구용하’를 연기하더니, 불과 2년 뒤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겉은 사람이지만 늑대의 본성을 가진 늑대소년 ‘철수’를 연기했다. 이후 <태양의 후예>에서는 전투력 만렙 특전사로 변신했다. 특히 <태양의 후예>는 그의 이름을 해외에 떨치게 한 글로벌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후 마피아 ‘빈센조 까사노’를 연기한 <빈센조>에 이어 지금의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르기까지. 병역 의무를 이행한 2013~2015년을 제외하면 그는 데뷔 후 단 한 해도 연기를 쉰 적이 없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병행했고, 동료 배우들의 작품에 특별출연 요청이 와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퍼진 뜨거운 인기 덕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숱한 화제를 낳는다. 결혼과 이혼 등 굵직한 사생활은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뉴스가 된다. 17일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발표회에서는 기자들의 ‘손하트’ 요청을 거절했다는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그의 거절은 친근감의 표시인 장난에 가까웠다. 이날 송중기는 행사장 한편에 마련한 간이 쉼터에서도 기자들이 편히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가림막을 치우고, 동료 배우들의 마이크를 손수 챙기는 등 ‘스윗 가이’ 그 자체였다.
대선배인 이성민 역시 “송중기와 함께한 작품에 출연했던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한참 후배인데도 의지하게 되는 멋진 친구”라고 극찬할 정도니,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하는 격의 없는 말과 행동은 그의 소탈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쉬지 않고 달리는데 지치는 기색이 없다. ‘이 정도 외모라면, 조금은 연기를 못 해도 봐줄 만하지’라고 생색을 내고 싶은데, 그럴 여지도 없다. 너무 ‘열일’하다가 번아웃이라도 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마음 한구석엔 ‘차기작은 뭘까?’ 기대와 설렘을 놓지 못하게 한다. 배우 송중기가 그저 지금처럼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장난도 치면서, 본업인 연기에서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