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무너진 하늘에 솟아날 구멍 있을까?

왓챠, 공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스타 배우-작가 영입으로 분위기 반전 나서 왓챠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어”

사진=왓챠

벼랑 끝에 몰리며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토종 OTT 기업 왓챠가 톱 배우와 스타 작가, 킬링 아이템으로 중무장을 마쳤다. 왓챠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왓챠는 12월 1일 새 오리지널 시리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공개한다.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 해당 드라마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배우 한석규의 첫 OTT 도전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29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한석규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번에 하게 됐다”며 많은 기대를 당부했다.  

16일에는 양동근과 진구 주연의 <사막의 왕>을 선보인다. 돈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과 돈이 다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인기 작가 김보통이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의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가 대성공을 거두며 스토리텔러의 능력을 입증한바, <사막의 왕>으로 다시 한번 눈부신 성적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니아층 공략도 빼놓지 않았다. 21일 공개하는 <신입사원>을 통해서다. <시맨틱 에러>를 통해 한 차례 BL(Boy’s Love) 드라마 열풍을 경험한 적 있는 왓챠기에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 역시 크다. 왓챠는 오리지널 드라마 3편을 비롯해 <시맨틱 에러>의 극장판 영화도 이달 공개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보강에 힘을 쏟는다.

사진=왓챠

왓챠가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회사의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왓챠는 <시맨틱 에러>가 일부 마니아들을 공략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 공개한 드라마 <최종병기 앨리스>, 예능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노키득존> 등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 OTT 이용자들은 유독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코드 커팅(Cord-Cutting, OTT 활성화로 인한 유료 TV 고객 이탈) 속도가 확연히 느린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이용자들은 여전히 정통 TV 채널과 OTT를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해당 OTT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정 콘텐츠를 따라 수시로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메뚜기 이용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OTT 리포트’에 따르면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시간 점유율 기준으로 최하위다. 넷플릭스가 72.7%로 압도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시간 점유율을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티빙 12.6% △웨이브 9.4% △디즈니+ 4.0% △왓챠 1.3% 순을 보인 것.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범위를 좁혀도 △넷플릭스 52.7% △웨이브 17.8% △티빙 23.9% △왓챠 2.4% △디즈니+ 3.2%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김호정 KISDI 연구원은 “조사 대상인 5개 플랫폼 대부분이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시간의 비중이 차지하는 비(非)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보다 작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오리지널 콘텐츠가 플랫폼 간 시청시간 점유율 격차로 이어지는 등 OTT 경쟁력 강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절대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전체 시청시간 가운데 오리지널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우수한 콘텐츠라면 소수로도 여타 플랫폼과의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사진=왓챠

2016년 처음 OTT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는 다수의 고전 영화와 독립영화를 강점으로 내세운 콘텐츠 라인업과 디테일한 추천 서비스로 이름을 알리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대기업을 등에 업은 티빙, 시즌 등과의 콘텐츠 투자 경쟁에서 밀리며 이용자 수 급감에 직면했다.

왓챠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했고, 2020년 자본잠식 상태를 맞았다. 왓챠의 재무 상황은 2021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 2,017억원, 자본총계 32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부터는 적자 개선을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직원 수를 기존 200명대에서 100명대로 줄였고, 1,000억원 규모로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도 추진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10월 말에는 38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위기를 모면하기엔 버거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박태훈 왓챠 대표의 개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38억원을 조달했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상황을 뒤바꾸기엔 부족한 액수다. 당장 운용자금으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절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왓챠는 사업 매각도 염두에 뒀다. 국내 OTT 시장은 티빙이 시즌을 흡수하며 토종 OTT 1위로 올라설 것이 예고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웨이브와 쿠팡플레이 등이 몸집을 키우기 위해 왓챠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 역시 왓챠 흡수에 기대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앞서 왓챠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교보문고나 리디 등도 슬며시 등을 돌렸다. 왓챠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유치에 주력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가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어로 미디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를 맞이한 전쟁터에 뛰어들 회사는 드물다. 업계에서는 시장 분위기나 회사가 가진 경쟁력을 봤을 때 왓챠에 대한 투자가 기대 만큼의 이익으로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명품 배우와 스타 작가의 영입에 팔을 걷어붙인 왓챠가 다시 한번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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