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왓챠답다”는 칭찬일까, 아쉬움일까…‘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1일 공개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일본풍 전개-연출에 일부 시청자 쓴소리 음식에 가려진 ‘가족 이야기’ 향하는 기대

사진=왓챠

TV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작품들보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각 플랫폼의 색깔이 확연히 묻어난다.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역시 마찬가지다. 1일 공개된 1-2회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 울림”이라는 호평과 “원작이 한국 에세인데 너무 일본 드라마 분위기로 연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원작 에세이의 작가는 5년 동안 모든 활동을 멈추고 ‘음식’에 몰두하며 레시피를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레시피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고, 배우 한석규의 목소리를 빌려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왓챠는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원작 에세이가 가진 뭉클한 감정을 빠짐없이 담아내기 위해 한석규와 김서형을 캐스팅했고, 원작에 없던 아들 재호(진호은 분)를 등장시켜 음식과 더불어 ‘가족’의 이야기에도 힘을 실을 것을 예고했다.

탁월한 감정표현으로 ‘대체 불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석규는 이번 작품에서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남편 ‘창욱’으로 변신했다. 글과 책에 파묻혀 살던 창욱은 가족보다 일이 우선인 사람. 하지만 아내 다정의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먹기 힘든 아내를 위해 특별한 레시피 개발에 나선다. 김서형은 평범했던 모든 것들이 힘들어져 버린 워킹맘 ‘다정’ 역을 맡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다정은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을 선고받고 조금씩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1화 「잡채의 눈물」에는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내던 두 사람이 다정의 암 투병 소식에 다시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된 모습이 그려진다. 창욱은 냉장고 속 시금치를 처치하려고 떠올린 메뉴 잡채를 완성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기름과 간장을 쓰지 않는 요리에서 제대로 된 맛이 날 리가 없다. 그는 특별한 재료로 잡채를 완성하고, 그렇게 완성된 잡채는 가족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다. 하지만 슬픔과는 거리가 먼 눈물이다. 오히려 잡채를 먹으며 눈물을 찍어내는 서로의 모습을 보곤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2화 「공간이동의 기적, 돔베국수」에서는 오랜만에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올랐다는 다정을 위해 창욱이 돔베국수에 도전했다. 5년 전 그는 일을 핑계로 다정의 제주도 여행에 함께하지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정이 그리워하는 맛을 알지 못한다. 첫 번째 선보인 고기국수로 거둔 절반의 성공에는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블로그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돔베국수 요리에 나서고, 그렇게 만들어낸 국수는 다정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왓챠

드라마는 매 에피소드 하나의 음식이 주제로 걸리고 그 음식을 매개로 여러 사람의 시선과 이야기가 얽힌다는 점에서 일본 드라마 <도쿄식당>, <심야방치식당> 등과 비슷하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만들어진 적 있지만, 이 역시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하나의 큰 그릇에 메인 음식을 담아내고 반찬을 최대한 배제한 상차림의 모습이나 노란 조명, 싱크대가 아닌 식탁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 그렇게 완성된 음식을 옆이 아닌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촬영 기법까지. 모두 일본 드라마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평소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전개지만, 우리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묘한 어색함을 느낀다. 한국 드라마에서 영상미만큼 중요한 것은 현실감이기 때문이다.

한 시청자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를  “왓챠답다”고 평가했다. 왓챠는 다수의 일본 드라마를 소개하며 마니아층을 공략해 ‘일드 강자’의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일본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영상화한 콘텐츠에서 일본 드라마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것에 ‘왓챠답다’는 평가를 들은 점은 아쉬움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사진=왓챠

회당 30분가량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 탓일까? 드라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조금은 인색한 모습이다. 음식에 관해서라면 식재료를 고르는 과정까지 위트있게 담아내며 집중하는 반면, 가족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간결한 느낌이 있다. 주인공의 서사가 친절하지 않은 것 역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조금은 부족한 서사와 어색한 연출에도 불구, 원작의 감동을 살려낸 배우들의 열연 덕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한 시청자는 “창욱이 아내를 위해 차려내는 음식처럼 느리고 싱겁지만 온기와 감동, 웃음이 있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장면 위주로 전개되는 소설과는 달리 화자의 내면세계를 다룬 에세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선택한 한석규의 내레이션이 작품에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다는 이유다.

연출을 맡은 이호재 감독은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일상이 있다. 이런 일들을 너무 슬프게 다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 가족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총 12부작의 이야기 중 이제 2회를 시작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명품 배우들의 호연과 영상미를 담아내느라 밀어두었던 진짜 가족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