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읽는 한국경제사 – 5.회사 자금 횡령해서 주식투자 사례

진화영의 1,400억 회사 자금 횡령, 투자 실패 사건, SK그룹 최태원 회장 사례와 비슷 진동준의 파생금융상품 투자 실패로 SK그룹의 1998년 사례와 닮아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상품에 지나친 위험부담으로 손실 사례 많아

재벌집 막내아들 9화에서는 순양 집안의 고명딸인 진화영이 무려 1,400억원 회사 자금을 빼돌려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에 투자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 새롬기술을 모티브로 한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는 현실의 새롬기술이 그랬듯이 상장 초기부터 겉잡을 수 없이 가격이 오르다 결국 최고가 대비 98%나 하락하는 과정을 겪는다.

주가 상승 정보를 우연히 흘린 것처럼 조작했던 진도준(송중기 분)의 계략에 휘말린 진화영이 1,400억원의 회사 자금을 투자해서 그야말로 ‘깡통계좌’를 차는 모습에 가장 가까운 현실 사례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일가가 지난 2011년에 겪은 선물거래 사건이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파생금융상품이란?

파생금융상품이란 약간의 수수료로 주식, 채권 등의 다른 상품 가격이 움직인 것에 대한 반대 차익을 제공해서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선물, 옵션 등이 있다. 생일이나 기념일 등에 주는 선물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1억원으로 △△전자라는 회사의 주식을 1만주를 1만원씩에 구매한 A씨를 생각해보자. 주가가 하락해 1주당 가격이 8천원이 되면, 1만주의 가치는 8천만원으로 줄어든다. 2천만원을 잃고나면 A씨는 너무 괴로울 것이다. 파생상품이란 이런 경우 2천만원의 보상을 해주는 금융상품이다. 단, 판매자도 아무 조건없이 2천만원을 보상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는다. 위험이 큰 자산일수록 2수수료는 비싸다. 수수료가 500만원이라면, 1억원을 투자해놓고 500만원만 추가로 지불하면 주식이 폭락해도 돈을 잃을 일이 없으니 투자자를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상품이다.

진동기의 모험 투자, 파생상품 투자 실수로 큰 손실

이렇게 투자자의 위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을 투기에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 500만원을 지불해놓고 주가가 20% 하락하면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주가가 20% 상승해도 500만원의 20%는 백만원에 불과하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면 거꾸로 2천만원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물론 주가가 상승하면 500만원은 길바닥에 버리는 꼴이 된다. 일종의 보험상품 같은 것이다.

11화에서 순양증권을 운영하는 진동기(둘째아들, 조한철 분)는 9·11 사태로 주가가 대폭락하자 손실 보전을 위해 엄청난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투로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을 대량 매집한다. 주가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 돈을 버리게 된다는 부하 직원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했다가 결국 순양증권을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치닫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왼쪽)-김원홍 전 고문/사진=SK, JTBC 뉴스 캡처

SK그룹 사례와 은근히 유사점 많아

실제 현실에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횡령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이유로 옥살이를 했다.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최 회장은 선물에 손을 댔다가 결국 4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에 투자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고, 계좌추적에도 잡히지 않은ㄱ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투자 상세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총괄 부하직원인 김원홍 전 고문 밖에 없다고 알려져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최 회장은 선물투자를 위해 회사 자산을 담보로 해 수천억원을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했다고 밝혔으나,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회사 주식이나 개인 자산이라면 모를까, 회사 자산을 담보로 개인 대출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어진 수사 끝에 결국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에 450억원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는다. 실제로 복역하기도 했다.

SK그룹과 파생금융상품의 질긴 인연

SK그룹과 파생금융상품의 악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1998년부터 4년 동안,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이 SK해운의 자금 7,884억원을 주주임원 단기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해 선물투자에 나섰다가 5,184억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당시 손 회장의 투자 대상은 주가지수 선물이었다. 이 일로 손 회장은 배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부는 “전문 투자조직 없이 비전문가인 손 회장 등이 잘못된 투자를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2011년 최태원 회장의 뒤에서 파생상품 투자를 지원했던 김원홍 전 고문은 2002년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의 선물 투자에도 깊숙하게 관여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일가의 가신 중의 가신으로 손 꼽히던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이 무리하게 파생상품에 손을 댔던 것은 SK증권이 IMF구제금융을 맞기 직전인 1997년 2월에 글로벌 금융사 JP모건과 맺은 약정에 기인한다. 당시 JP모건은 국내 주가가 크게 움직일 경우에만 이득을 볼 수 있고, 그 외에는 SK증권에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SK증권의 해외법인인 SK글로벌과 맺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1997년 11월부터 국내금융시장은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졌고, SK증권은 천문학적인 수수료를 JP모건에 납부하게 된다.

2002년 12월이 되어서야 최소한 1천억원의 손실을 SK증권이 떠안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 중 400억원은 최회장 일가의 사재로, 600억원은 SK증권의 유상증자로 처리하게 된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무지 탓에 큰 손실을 본 것을 다시 파생금융상품으로 회복하려다 워낙 위험이 큰 상품이라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들이 여의도 증권가에 도는 이유다. 드라마 상의 진동기도 손실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파생금융상품에 손을 댔다가 더 큰 손실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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