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넷플릭스’ 공식 깨진다…CJ ENM, 美 FAST 투비와 협업

CJ ENM-투비 협업, 美 5대 FAST 플랫폼에 모두 입점 韓 기업 공격적 행보, K-콘텐츠 열풍 흐름 바꾸나 CJ ENM 인기 예능 ‘환승연애’ 포맷 수출 논의 중

사진=투비

CJ ENM이 미국 FAST 시장을 이끄는 5개 플랫폼에 모두 콘텐츠를 공급하며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공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현지시각 12일, 미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북미 지역에 무료 스트리밍TV(FAST, Free-Ad-Supported TV) 서비스를 제공 중인 투비(Tubi)와 한국 미디어 기업 CJ ENM이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투비 플랫폼 내 한국 콘텐츠 시청률이 지난해 대비 25% 이상 성장한 데 따른 것이며, 투비는 총 500시간 분량의 75개 이상 한국 영화와 드라마 및 K-Pop 시리즈를 자사의 콘텐츠 라인업에 추가하게 된다.

이달부터 바로 투비를 통해 미국과 호주 등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는 드라마 <38사기동대>, <응답하라 1994>, <호구의 사랑>, 영화 <늑대소년>, <푸른소금>, 음악 쇼 <엠카운트다운> 등이다. 2023년에는 전용 브랜드관을 통해 훨씬 더 다양한 작품을 추가한다.

애덤 르윈슨(Adam Lewinson) 투비 콘텐츠 책임자는 “한국 콘텐츠는 투비 시청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이야기가 됐다. 이번 협업을 통해 한국 콘텐츠 분야의 리더와 손잡고 우수한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투비는 폭스사가 운영하는 OTT 플랫폼 및 FAST 서비스다. 2014년 미국에서 처음 설립되어 북미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펼쳤고, 2019년에는 호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투비의 올해 1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5,100만 명이다. FAST 서비스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웹페이지 등에 접속해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CJ ENM, 공격적 해외 진출

지난해 ‘삼성TV 플러스’에 입점하며 FAST 서비스에 콘텐츠 유통을 시작한 CJ ENM은 이후 파라마운트 글로벌 ‘플루토 TV(Pluto TV)’, NBC유니버설 ‘피콕(Peacock)’, 로쿠의 ‘로쿠 채널(The Roku Channel)’과 연이어 손을 잡았다. 이번 투비와의 협업으로 CJ ENM은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 중인 상위 5대 FAST 플랫폼에 모두 콘텐츠를 공급하게 됐다.

CJ ENM은 북미 FAST 플랫폼에 시청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K-콘텐츠 시장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CJ ENM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K-콘텐츠를 이끄는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8월 한국 문화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KCON2022 in LA’에 참석한 세바스찬 김 CJ ENM 해외 콘텐츠 판매 및 인수 책임자는 “우리는 그동안의 한국 콘텐츠와는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애썼다. 처음에는 해외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의 오랜 노력은 2010년대 후반부터 빛을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2010년대 후반 CJ ENM은 <도깨비>, <시그널>,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연이은 흥행 신화를 썼고, 이때부터 해외 판로가 활짝 열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FAST 서비스를 공략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소개한 일등 공신은 넷플릭스다. 김 책임자 역시 “K-콘텐츠 열풍은 넷플릭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흥행 전부터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한 CJ ENM의 인기 콘텐츠를 다수 글로벌 시청자에게 선보였다.

그러나 K-콘텐츠에 열광하는 글로벌 OTT는 넷플릭스뿐만이 아니었다. 디즈니+, 애플TV+, 프라임비디오 등 글로벌 OTT들이 앞다퉈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CJ ENM은 “전 세계 다양한 플랫폼과의 협업을 늘려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이용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면 누구나 한국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유료 OTT 플랫폼과 무료 FAST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협업을 확대했다.

사진=tvN

사업확장과 더불어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9년 경기도 파주시에 설립된 CJ ENM 프로덕션 스튜디오는 폭스사나 NBC스튜디오와 버금가는 규모와 기술력을 자랑한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 역시 이곳에서 제작된다. 드라마는 7.7%의 시청률을 기록한 TV에서의 인기와 더불어 토종 OTT 티빙과 넷플릭스에서도 최상단을 유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K-콘텐츠 글로벌 진출…갈수록 다양해지는 장르-플랫폼-수출방식

CJ ENM은 여전히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 인기작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은 물론, 인기 버라이어티 쇼의 포맷을 수출하는 것도 글로벌 진출의 일환이다. 9번의 시즌을 거듭하며 성공 신화를 쓴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폭스사가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I Can See Your Voice>로 재탄생했다. 현재  CJ ENM은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연애 예능 <환승연애>의 포맷 수출을 위한 협상 중이다.

이 외에도 지난 11월부터는 애플TV에 ‘CJ ENM Selects’라는 제목으로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정액제 가입 구독형 비디오) 서비스를 론칭해 드라마 <호텔 델루나>, <술꾼도시여자들>, 영화 <공조>, <극한직업> 등을 선보이고 있다.  ‘K-드라마 정주행(Bingeable K-Dramas)’, ‘한국 최고의 영화(Best of K-movies)’, ‘로맨스(Romance)’, ‘범죄·스릴러(Crime&Thriller)’, ‘영화제 수상작(Critics)’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콘텐츠를 정리해 한국 콘텐츠에 처음 접하는 북미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가 주도한 유통 또는 오리지널 콘텐츠로만 세계 시청자와 만나던 한국 콘텐츠는 이제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 스튜디오의 다양한 판로 개척과 해외 미디어 플랫폼의 적극적인 K-콘텐츠 유치 경쟁은 콘텐츠 장르의 확대와 더불어 플랫폼, 선보이는 방식까지 점점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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