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기반 콘텐츠 OTT 차트 장악…드라마 인기에 원작 매출 230배 ‘껑충’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웹소설 매출 230배 ↑ 웹툰 영상화, 드라마·애니→예능 장르 확대 왓챠 드라마-웹툰 동시 공개로 색다른 시도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OTT 인기 차트를 휩쓸고 있다. 과거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한정됐던 웹툰·웹소설 기반 콘텐츠는 최근 예능으로 실사화되며 장르를 확대했다. 또 드라마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툰을 동시에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데일리 OTT 랭킹]에서는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이 국내 OTT 티빙과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1위를 모두 차지했다. 드라마는 지난달 18일 첫 방송 이후 OTT 통합 랭킹의 최상단을 빼앗긴 적이 없다. 단행본 5권 분량의 원작 웹소설을 16부작의 짧은 이야기로 줄여 빠른 전개가 강점으로 꼽히는 이 드라마는 주연 송중기-이성민의 활약으로 24.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팬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원작 소설이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 욘더(YONDER)에 번역 연재되는 등 드라마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의 매출이 2달여 만에 230배 뛰었다고 밝혔다.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티빙 차트를 장식한 <술꾼도시여자들2>은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드라마는 원작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에서 상당 부분을 각색하고 세 명의 주인공 캐릭터에도 많은 설정을 추가하긴 했지만, ‘기승전-술’이라는 원작의 기본 뼈대를 충실히 살려 호평을 들었다. 시즌1의 압도적 흥행은 티빙의 인기를 견인했고, 시즌2 역시 공개와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의 콘텐츠 어워즈에서 ‘2022년의 화제작’에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을 꼽았다. 콘텐츠 공개 후 4주 동안 유치한 신규 유료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집계한 해당 부문에서 <약한영웅>은 집계 기간이 다른 작품들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도 불구,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의 원작 웹툰은 연재처인 네이버웹툰의 해외 서비스에서 영어, 중국어(한자 간체), 대만어(한자 번체), 일본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 웹툰 팬들에게 선을 보였고, 드라마는 아이치이(iQIYI), 코코와(KOCOWA)를 통해 글로벌 팬들을 만났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 모두 호평을 받으며 동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즈니+의 <커넥트> 역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일본 장르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연출을 맡고 정해인과 고경표의 연기 변신으로 눈길을 끈 이 드라마는 그동안 순차 공개를 고집했던 디즈니+가 전체 공개를 감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으로 꼽힌다. 공개 이후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최상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과 웹소설에서 드라마로 이어지는 시너지가 커지며 웹툰·웹소설의 시장이 보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영상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술꾼도시처녀들」, 「약한영웅」, 「커넥트」 등을 연재 중인 네이버웹툰은 올해 총 25개의 작품을 영상화했다. 회사는 자회사 스튜디오엔과 스튜디오리코 설립에 이어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의 일본 합작 법인 스튜디오드래곤재팬, 미국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파트너로 확보했고, 시각특수효과(VFX)기업 로커스를 인수해 영상 제작에 박차를 가라고 있다. 지금까지 확정된 네이버웹툰의 2023년 영상화 작품은 총 19개다.
카카오 역시 인기 웹툰 및 웹소설을 활용한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국한됐던 웹툰·웹소설 영상화를 예능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달 9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하 좋알람)은 인기 만화가 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을 원작으로 했다. 해당 원작 웹툰은 국내에는 카카오웹툰을 통해, 해외에는 네이버웹툰을 통해 소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탄생한 데 이어 이번엔 예능까지 제작됐다.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는 이달 초 ‘웨이브 예능 쇼케이스’에 참석해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참 많다. <좋알람>은 원작 웹툰이 워낙 인기가 많았고, 신선한 설정이다 보니 예능으로 만들면 드라마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기대가 들었다”고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티빙과 함께 음악 예능을 제작한다. 웹툰에 K팝을 결합하는 ‘웹툰 OST 뮤직쇼’ <웹툰싱어>를 선보이는 것. 음악채널 Mnet 제작진이 연출을 맡아 제작하는 음악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단순히 노래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혼합현실(XR) 기반의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다양한 웹툰이 뮤직쇼와 결합해 다채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고다.
<좋알람>과 <웹툰싱어> 이전에도 웹툰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는 있었다. 웹툰 「머니게임」을 원작으로 탄생한 <머니게임>이 그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놓인 참가자들이 거액의 돈 앞에서 어떤 본성을 드러내는지 관찰하는 웹 예능으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당시 제작자의 사생활 논란 등이 불거지며 홍보나 공개 등이 매끄럽지 못했고, 콘텐츠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원작이 가진 신선한 설정과 탄탄한 스토리에 기대를 걸었던 독자들은 전문 미디어 플랫폼이 아닌 유튜버가 기획·제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참극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는 원작 IP를 보유한 연재처 등에 큰 교훈이 됐다. 이후 「머니게임」은 미국에서 판권을 확보해 미국판 웹 예능으로 제작됐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OTT 등 미디어 플랫폼과 협업, 영상화 과정 전반에서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해당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다양한 장르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만큼, 드라마와 웹툰을 동시 공개하며 더 적극적인 시너지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왓챠 오리지널 <사막의 왕>이 대표적인 사례다. 왓챠는 지난 10월 웹툰 서비스를 론칭하며 영상과 웹툰,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시청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16일 공개된 <사막의 왕>은 같은 날 동명의 웹툰 역시 왓챠를 통해 공개됐다. 드라마와 동일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더욱 확장된 이야기를 담아내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원작이 다시 인기를 얻는 등 선순환을 낳는다. 오랜 시간 연재하며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자질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우수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영상 콘텐츠 플랫폼들의 노력은 사업 확대를 꿈꾸는 웹툰·웹소설 플랫폼과 만나 눈부신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