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계정 공유 안돼.. 英 정부, “넷플릭스 비밀번호 공유는 위법”
英 지식재산청 “넷플릭스 계정 암호 공유, 형법-민법상 문제” ‘계정 공유 제한’ 이용자들은 불만 업계 1위 넷플릭스 움직임, 타 OTT에도 영향 가능성↑
영국 정부가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계정 비밀번호 공유는 불법이라고 공언했다. 21일(현지시각) BBC(영국 공영방송사)에 따르면, 영국 지식재산청(IPO)은 넷플릭스 계정 암호 공유가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해 형법·민법상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계약 조건 위반이나 2차 저작권침해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계정 공유 가입자들에게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올해 초부터 계정 공유 가입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러 명이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고 하위 계정을 만들도록 하는 조치인 것이다. 이어 넷플릭스는 광고형 요금 제도 출시하며 각 구독자들이 구독료를 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난 5월 나딘 도리스 전 영국 문화부 장관은 자신도 넷플릭스 계정을 가족과 공유한다며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제 친구랑 넷플릭스 ‘계정 공유’ 못 하나?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시 추가 금액을 부과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 실험 중이다. ‘더버지’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온두라스, 도미니카 공화국 등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타인과 계정 공유 시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은 사용자에게 모든 기기에서 넷플릭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홈’을 제공하고, 홈과 다른 장소에서 넷플릭스에 로그인할 때 월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휴대용 기기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용자는 최대 2주까지 홈 추가 없이 다른 장소 TV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으며, 2주 후부터 홈을 추가하지 않을 경우 접속이 차단된다. 위치 파악은 IP 주소 등을 토대로 진행되며, 계정이 사용되는 곳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기술 또한 추가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올 1분기와 2분기 구독자 수가 전년 대비 각각 20만명, 97만명 급감했다. 서비스 시작 후 11년 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은 물론 처음으로 디즈니플러스에 세계 OTT 1위 자리도 빼앗긴 것이다. 매출 증가가 둔화하자 넷플릭스는 전체 직원의 4% 수준인 450명을 해고하고, 영상 중간에 광고를 삽입한 저가 요금제를 도입했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 등의 흥행에 힘입어 3분기에는 구독자 수가 2분기 대비 241만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실적이 다시 반등한 넷플릭스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그간 OTT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구독자 간 계정 공유 현상 해결까지 나섰다. 가족 외 구독자 간 계정 공유는 그간 OTT 업계 유료 구독자 수 증가를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넷플릭스는 1만7,000원인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최대 4명의 동시 접속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가구 구성원(동거인)을 위한 것이고 그 외 타인에게 계정 공유는 안 된다고 약관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구독자는 동시 접속 불가능한 9,500원의 기본요금제를 사용하는 대신 프리미엄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아끼고 있다. 계정 공유자의 동거 여부를 기업이 일일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N분의 1 가성비 편법’이 유행하면서 OTT 업계는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체 OTT 이용자 중 86%가 계정 공유 요금제를 사용하며, 가족이 아닌 타인과 공유하는 비율은 52%에 달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체 사용자의 33%가 다른 사람과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막기 위한 첫걸음으로 ‘계정 이전’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계정 이전은 계정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새로 구독을 시작할 때 이전 프로필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으로, 다른 이와 공유하던 계정에 남아있던 시청 기록 등 정보를 새로운 멤버십 계정에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정 공유를 통해 이미 ‘N분의 1 가성비’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의 반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선 수익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광고요금제부터 이미 ‘공유 제한’ 움직임 포착
넷플릭스의 ‘계정 이전’에 대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인 계정 공유 제한에 앞서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정 공유가 제한될 경우 해당 이용자가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만큼, 기존 프로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기능이 필요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계정 공유 제한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구독자 수 감소 이유로 계정 공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광고요금제에도 계정 공유 제한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고요금제의 경우 월 5,500원으로 5~10%의 콘텐츠는 시청이 불가능한 데다, 화질도 HD 수준에 그친다. 반면, 프리미엄 요금제(1만 7,000원)를 4인 계정 공유로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경우 월 4,250원으로 광고 없이 모든 시리즈와 영화를 UHD 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계정 공유 단속을 염두에 두고 광고요금제의 가격을 5,500원으로 책정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계정 공유로 넷플릭스를 시청 중인 이용자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용자들은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격 부담 때문에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때만 가입해서 몰아봐야겠다”, “볼만한 콘텐츠도 많지 않은데 수익성 개선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콘텐츠의 질을 높일 생각해야 한다”라는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이용자 유입을 위한 광고요금제 도입 및 계정 공유 단속 등의 조치는 기업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라며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퀄리티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적으로 문제가 된 상황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대한 사안을 “고객 피드백을 거친 뒤 2023년 초부터 방안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공유자를 단속하고 추가 요금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가입자가 계정 공유에 대한 요금 지급을 원한다면 별도의 하위 계정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대한 단속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추가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 공유자에 대한 단속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계정 공유 제한이 단순히 넷플릭스의 수익화 문제만은 아니다. 영국 정부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계정 비밀번호 공유는 불법이라고 공언한 만큼,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저작권침해와도 연관된 영국의 이러한 입장은 유럽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더 나아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유럽을 넘어 미국, 아시아를 포함 한국도 관련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비단 넷플릭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등 OTT 전반에 계정 공유 제한에 대한 논란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OTT 계정 공유’에 대한 제한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