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성장세 OTT, 국민 70% 이용에도 “만족은 일러”
방통위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발표 ‘시장 침체’ 우려에도 OTT 이용률 소폭 증가 TV 이용 OTT 시청 증가, 유료 방송 대체 가속화
시장 침체기에 들어선 OTT가 팬데믹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아가 빠른 속도로 유료 방송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7일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4,287가구에 거주하는 만 13세 이상 남녀 6,70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이번 조사에서 OTT 이용률은 지난해보다 2.5%p 증가한 72.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의 종료로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줄어들며 OTT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 속에서 기록한 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T 플랫폼은 유튜브로, 66.1%의 응답자가 이용 중이다. 이어 넷플릭스(31.5%), 티빙(7.8%), 웨이브(6.1%), 쿠팡플레이 (5.2%) 등 순을 보였다. 정액제를 비롯한 유료 OTT 이용자는 전체 응답자 중 40.0%를 차지하며 지난해 34.8%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늘었다. 유료 OTT 중에서는 넷플릭스가 31.5%의 이용률로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찾는 플랫폼에 꼽혔다.
연령별 OTT 이용률은 20대에서 9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대와 30대는 각각 90.6%, 90.9%의 이용률을 보였으며 40대부터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이용률을 보였다. 60대와 70대는 각각 54.4%, 16.3%의 OTT 이용률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난 탓에 OTT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플랫폼들의 노력이 우수한 콘텐츠를 낳았고,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며 “글로벌 대형 OTT의 물량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국내 OTT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OTT 시장 침체? 유료 방송이 장악한 안방 노린다
OTT 시청에 가장 많이 사용된 기기는 스마트폰(89.1%)이었으며, TV를 이용해 OTT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는 응답자는 16.2%였다. 이는 2020년 8.5%에서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TV를 이용한 OTT 시청이 늘어난다는 점은 OTT가 오랜 시간 안방을 지키고 있던 유료 방송의 입지까지 넘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유료 방송에 가입한 가구는 IPTV와 디지털 케이블에서 각각 52.1%, 38.0%를 기록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OTT 및 VOD(다시 보기)로 콘텐츠를 즐기는 응답자가 지난해 37.9%에서 올해 42.6%로 급증하며 유료 방송의 특징인 실시간 방송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갈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의 수 역시 OTT의 안방 장악을 가속한다. 1인 가구의 TV 보유율은 90.4%로 전체 가구(95.4%)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며, 유료 방송 가입률 역시 85.3%로 전체(92.7%)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 반면 이들 1인 가구의 OTT 이용 시간은 일평균 1시간 11분으로 전체 응답자의 일평균 OTT 이용 시간보다 10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10대부터 70에 이르는 전 연령에서 동일하게 나타나 갈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의 수만큼 OTT의 영향력 역시 확대될 것을 시사한다.
업계 “점유율 확대-수익성 개선 총력”
OTT 업계는 소폭 성장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OTT 서비스의 주 이용층인 10대~30대 이용률이 90%에 육박하는 등 사실상 시장 포화상태를 맞이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외 OTT들은 시장 자체의 성장이 힘들다면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시도 중이다. 글로벌 최대 OTT 넷플릭스는 10년 넘게 고수하던 ‘광고 없는 청정 플랫폼’을 포기하고 광고를 도입했으며, 디즈니+ 역시 이달 미국에서 광고요금제를 출시했다. 나아가 그동안 묵인했던 계정 공유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수익 극대화에 나섰다.
국내 OTT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광고요금제 성패에 촉각을 기울이는 동시에 해외 진출 등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섰다. 웨이브는 지난달 NTT도코모와의 업무 협약으로 일본 진출에 이어 이달 미주 기반 한국 콘텐츠 전문 OTT 코코와(KOCOWA)의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된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은 해외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를 통해 유럽과 중동 등으로 방영을 확대하며 글로벌 K-콘텐츠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티빙은 이달 KT시즌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영업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진 가운데, 파라마운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와의 협업으로 해외 우회 진출에 나선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욘더>, <몸값>은 파라마운트+를 통해, 곧 공개하는 신작 <아일랜드>는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해외 시청자를 만난다. 더불어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에는 완성작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등 2차 판권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환승연애>는 해외 방송사들과 포맷 수출 협상 중이며, <술꾼도시여자들>은 중국 완다무비와 계약을 마쳤다. 아직 시즌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모두 티빙에 흡수되지 않아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는 2023년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종 OTT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는 해외 인기 스포츠 리그의 독점 생중계를 선언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때 ‘국내 3대 OTT’에 꼽혔던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와 동시에 투자금 유치에 나섰다.
엔데믹이라는 시장의 위기에서도 시장의 파이를 지키기 위한 OTT 업계의 노력이 정통 유료 방송의 입지까지 넘보며 굳건해진 가운데, 향후 시장 내에서 이 파이를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