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OTT 제작사가 ‘직접’ 콘텐츠 등급 분류한다, IP 보유도 지원

문체부,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 발표 국내 OTT, 자체적으로 자율 등급 분류 가능해진다 중요한 건 ‘IP 확보’ 해외 투자 막힐까 우려도 있어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제작사가 내년 3월부터 직접 콘텐츠의 등급을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OTT 콘텐츠의 해외 확산을 대폭 지원하기 위해 시장의 힘을 키우는 제도와 규제를 혁신한다.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CJ ENM 스튜디오에서 제작진, 배우, 기술진, 플랫폼 관계자 등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주역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이날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은 “OTT ‘자체등급분류제도’ 등 규제 혁신과 지식재산권(IP) 보유를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OTT 사업자들은 제한관람가 등급을 제외한 영상물에 대해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 제한관람가 등급은 현행대로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 신규가입자 유치 콘텐츠 1위를 기록(올해 9월 기준)한 ‘위기의 엑스(X)’ 등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있는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내년 454억원 규모로, 작품당 지원 단가도 최대 3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수익 창출의 핵심 요소인 지식재산권(IP)을 제작사와 국내 OTT 사업자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국내 OTT 플랫폼을 통해 우선 방영할 수 있도록 해 제작사와 국내 OTT의 동반 성장을 지원한다. 제작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후속 사업 진행과 해외 진출을 돕는 ‘중소제작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을 내년 100억원 규모로 새롭게 추진한다. 이날 참석한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은 방송영상산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재벌집 막내 아들’의 제작사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는 근본적으로 제작사가 콘텐츠의 IP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래몽래인은 최근 ‘재벌집 막내 아들’을 제작했고,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과 수출 성과를 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재벌집 막내 아들’은 JTBC와 제작사가 IP를 공동소유 하고 있으며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최대로 IP를 보장받아 수익적으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우리 드라마는 제작사가 IP를 갖는 게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런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협의, 정책적으로 간담회를 통해 제작사가 IP를 소유할 수 있는 문제가 개선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징어게임’도 좋은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제작사가 IP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회사의 이익적인 부분은 있지만 수익의 극대화 부분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게임, 영화, 드라마는 IP의 원천은 항상 제작사가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 OTT 정책의 핵심, 자체등급분류제도

윤석열 정부 OTT 정책의 핵심 국정과제이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5대 규제개선 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도입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9월 7일(수)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를 받고 있던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해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등급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2023년 4월 이후부터 사업자는 제한관람가 등급을 제외하고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해 원하는 시기에 온라인 비디오물을 제공할 수 있다. 주요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OTT 사업자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서 제공할 수 있는 비디오물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온라인비디오물’의 정의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비디오물’로 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현재 OTT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 중 업무 운영 계획의 적정성, 청소년 및 이용자 보호 계획의 적정성 등의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이 5년 이내 기간을 정해 지정한다. 해당 사업자가 지정기간 만료 후 계속 자체등급분류 업무를 하려는 경우 재지정받을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된 사업자는 자체등급분류한 온라인비디오물의 등급과 내용 정보 등을 표시하고 이를 영상물등급위원회로 통보하는 등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자체등급분류된 온라인비디오물이 제한관람가 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권으로 등급 분류 결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등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조기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소요되던 10여 일의 심의 소요 기간이 없어졌다. 또한 지정된 자체등급분류 사업자가 원하는 시기에 등급 분류를 하게 되면서 기존의 업계에서 곤란해했던 해외 동시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고, 콘텐츠의 홍보와 공개 일정을 사전 예고한 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국민 여론은 우려하는 비중이 다수다. OTT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사업자들이 연령 등급을 엄격하게 분류할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은 30.3%에 불과했지만 ‘사업자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영상물의 연령 등급을 낮춰 분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이 64.8%로 조사됐다. 청소년이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체등급분류 영상물에 대한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5%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사후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치열해지는 ‘IP 확보’ 경쟁

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흥행 가능성이 있는 IP를 발굴하고 경쟁사보다 먼저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작품성 있는 작가와 콘텐츠를 키워왔던 네이버, 카카오가 IP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고 국내 토종 OTT 사업자들도 공모전을 새로 만들거나 규모를 키우는 등 IP확보전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들이 글로벌 OTT의 단순 용역업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IP 발굴 및 확보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KT스튜디오지니는 최근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인 스토리위즈와 함께 개최한 웹소설 & 웹툰 공모전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 선정 기준 중에는 ‘영상화 가능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웨이브의 콘텐츠개발자회사인 스튜디오웨이브가 원스토어와 IP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튜디오웨이브가 원스토어가 보유한 웹툰 및 웹소설 IP를 영상화해 웨이브에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공하고, 원스토어는 스튜디오웨이브가 가진 영상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만든다는 구상이며, 지속해 국내외 유통과정까지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IP 확보에 있어서 먼저 노력 중이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로 만들어져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지옥’ 역시 네이버에서 처음 연재된 웹툰이었다. 양사는 자사가 보유한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을 기반으로 IP 수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처럼 OTT 사업자들이 앞다퉈 IP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OTT 플랫폼 간 경쟁 속, 대중성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유료 가입자를 유치하고 지킬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넷플리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숫자는 월가 추정치인 386만명을 뛰어넘은 438만명 순증했다. 해외 유력매체들은 ‘오징어게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예상보다 많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봤다.

그러나 국내 제작사와 넷플릭스와 계약조건은 주로 IP, 판권, 해외 유통권 등이 모두 넷플릭스에 넘어가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넷플릭스가 흥행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자사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투자하는 대신 수익도 전부 가져가는 셈이다.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은 제작비가 부족하거나 해외 유통망이 없어 IP 및 판권을 전부 넘기더라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제작사 및 플랫폼사들은 단순 용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성공을 거뒀지만, IP가 넷플릭스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 창작자들은 추가 이익을 얻지 못했다. 반면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는 제작사가 IP를 가져오면서 리메이크나 시즌2, 웹툰 등을 통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포기할까, 우려도 있어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것만 봐도 K-콘텐츠는 분명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이 입증된다. 때문에 K-콘텐츠의 해외 수익화, 콘텐츠 제작사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IP 소유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제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 콘텐츠 IP 확보임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IP를 글로벌 OTT 사업자가 아닌, 제작사에 넘기는 계약 등이 확대되면 글로벌 OTT 사업자의 한국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미디어미래연구소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국내 OTT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수엽 연구위원은 ‘OTT 시대 IP 확보 방안 및 사전등급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경우 넷플릭스에 IP를 넘기더라도 3년이 지나면 제작사에 IP가 귀속되는 정책으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투자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콘텐츠 제작자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AVMSD(Audio 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유럽연합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는 국내 방송법과 비슷하게 넷플릭스 투자 콘텐츠 IP 독점 기간을 3년으로 제한했다. 이 제도로 다른 글로벌 플랫폼에서 리메이크할 수 있는 권한을 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땐 IP를 넷플릭스가 가져가고 있지만 국내 OTT의 경우 계약에 따라 상황이 다르며 제작사가 IP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프랑스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은 국내 기업 IP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 물론 프랑스와 같이 3년이 지나면 IP를 제작사에 귀속하는 정책을 바로 따라 하긴 어렵겠지만 세제 지원 등을 늘리는 식으로라도 정책을 짜야 한다”라고 말했다. IP 보유를 제작사나 창작자에 귀속할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사업자의 한국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는 “현재 EU의 자국 콘텐츠 보호 정책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의 EU 지역 내 투자를 위축시킨 증거는 없다”라며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은 유럽 콘텐츠를 더 많이 발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8~2021년 유럽의 PD 300여 명에게 약 40억 유로를 투자했다. 2021년 넷플릭스 프랑스의 프랑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42개로 다른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OTT 사업자와 음악저작권협회의 갈등도 여전하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과 EU는 방송물을 OTT를 통해 전송할 때도 방송 범주로 보기 때문에 방송에 관한 기존 규정이 적용된다고 한다. 현행 저작권법상 방송사업자가 상업용 음반을 방송하는 경우 사후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나 OTT 사업자가 상업용 음반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음원 유통 방식에 차이가 없어도 권리 처리 방식이 상이해 OTT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외 OTT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OTT 자체등급분류제도’ 시행 후속 조치와 IP 소유권 관련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음악 저작물을 두고 행정소송 등 다툼이 계속되고 있으니, 갈등을 조정할 제도 도입 또한 시급해 보인다. 창작자의 권리도 인정받으면서, 이용자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OTT 업체도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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