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면 영화·드라마 공짜” FAST 서비스, 어디까지 왔나

美 FAST 시장, 연평균 6.7% 성장 삼성-LG 스마트TV 내 FAST 채널 확대 글로벌 기업은 지역 뉴스-싱글시리즈로 승부수

사진=비지오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광고 시청 후 무료 콘텐츠 감상’이라는 새로운 시청 방식을 제시한 FAST TV는 시청자들에게 얼마큼 가까이 다가왔을까?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크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의 지난 12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 중 3분의 1가량이 하나 이상의 FAS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해당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6.7%로 오는 2027년 총사용자가 5,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FAST TV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준말로, 흔히 접하는 구독형 OTT와는 달리 광고 시청 후 무료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하며, 편성표에 따라 콘텐츠가 송출되는 선형 방송이 주를 이룬다.

현재 SVOD(Subscription VOD, 유료 구독형 스트리밍)를 이용 중인 사용자들에게 AVOD(Ad-based VOD, 광고 기반 스트리밍) 구독 모델을 제시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2024년 말에는 모든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들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이 FAST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대부분 기업의 광고 수익이 구독료 수익을 앞지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 NBC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는 각각 구독형 OTT 피콕(Peacock)과 파라마운트+ 외에 무료 버전의 피콕과 플루토TV(Pluto TV)를 제공 중이며,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구독형 OTT 프라임비디오를 운영하는 동시에 무료 서비스 프리비(Freevee)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TV 제조사들, 앞다퉈 FAST 채널 확대

FAST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구독이나 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스트리밍 TV 서비스 역시 탄력을 받게 됐다. 주요 스마트TV 제조 업체인 삼성과 LG, 비지오(Vizio)는 모두 자사의 스마트TV에 각각 삼성TV플러스, LG채널, 워치프리+ 등 FAST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들 3사 모두 일제히 FAST 채널 확대에 돌입한 상태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브랜드 개편과 동시에 삼성TV플러스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A+E 네트웍스, E.W. 스크립스 컴퍼니 등의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와의 협업을 강화해 고객 만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비지오는 자사의 스마트TV 시작 화면에 ‘워치프리+ 바로가기’를 추가해 소비자의 FAST 채널 이용을 도왔으며, 약 2억 달러(한화 약 2,480억원) 상당의 광고 선계약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에도 무게를 실었다. 아담 버그먼 비지오 광고 및 데이터 판매 그룹 부사장은 지난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워치프리+는 우리의 가장 매력적이고 중요한 자산이다. 광고주들도 이 분명한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20여 개의 채널을 보유한 미 최대 스트리밍 네트워크 필름라이즈(FilmRise), 스페인어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포함한 에스트라(Estrella) 미디어 등과 손잡고 콘텐츠 확대를 위해 애썼다. 지난달에는 메이저도모(MAJORDOMO) 미디어와의 제휴를 통해 무료 요리채널을 추가했다. 

스마트TV 제조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시청자에게 더욱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해 FAST 서비스의 성장을 시사한다. 리서치 업체 허브엔터테인먼트(Hub Entertainmen)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FAST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들 가운데 47%,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중 30%가 독창적이고 신선한 콘텐츠가 있다면 얼마든 새로운 FAST 서비스를 사용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삼성전자

지역뉴스·싱글시리즈 채널로 시청자 공략한 로쿠-플루토TV

뉴스는 이런 FAST 시장의 잠재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특히 지역 보도 뉴스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는데, 로쿠(Roku) 채널이 이를 주도했다. NBC유니버설과 텔레문도(Telemundo)의 지역 뉴스를 FAST 콘텐츠에 포함하며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한 것. NBC유니버설은 피콕에도 지역뉴스를 송출했지만, 파라마운트+와 마찬가지로 유료가입자들만 시청할 수 있었기에 많은 시청자가 로쿠 채널을 택했다. 삼성TV플러스는 데이트라인(Deteline)과 NBC뉴스 등을 추가했다. 

뉴스와 더불어 싱글시리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FAST 채널의 출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는 ‘Let’s Make a Deal’, ‘The Judy Channel’ 등 싱글시리즈 채널을 연이어 출시하며 월간 약 6,8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로 성장했다.

로쿠채널은 AMC 네트웍스와의 협업을 통해 인기 시리즈 ‘MAD MEN’을 포함해 총 11개의 싱글시리즈 채널을 론칭했다. 로쿠채널은 지난해 3분기 총 스트리밍 시간이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이상 증가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싱글시리즈 채널 TVREV의 공동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알론 워크(Alan wolk)는 “갈수록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무대로 FAST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단일시리즈 채널은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투비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업들은 물론 생산하는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이들 미디어기업은 기존에 운영하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와는 별개로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FAST 서비스 확대를 모색 중이다. 

폭스(FOX)사의 투비(tubi)는 지난 10월 캐나다에 쇼TV(Shaw TV), 미국에 버라이즌 피오스(Verizon Fios)등을 추가하며 200개의 선형 채널을 보유한 FAST 서비스가 됐다. 이 중에는 한국 영화 및 드라마를 전문으로 송출하는 채널도 포함됐다. 지난해 3분기 투비의 누적 시청시간은 13억 시간에 달하며,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했다. 폭스 관계자는 당시 실적발표 자리에서 “투비가 처음으로 폭스 엔터의 수익을 앞질렀으며,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플루토TV는 국제적 확장에 포커스를 뒀다. 현재 플루토 TV는 35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이며, 미국에서는 가장 큰 성장을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플루토TV는 지난 9월 미국 내 모든 가정 TV 시청 시간 중 약 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기타 스트리밍’의 범주를 벗어난 FAST 서비스가 됐다.

FAST 미출시 WBD, “가능성 열려있어”

아직 FAST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도 있다.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워너브라더스 역시 최근에는 FAST 시장 진출을 저울질 중이다. 회사는 지난 가을 삼성TV플러스에 FAST 채널인 모터트렌드(MotorTrend)를 론칭했다. 더불어 곧 선보일 HBOmax와 디스커버리+(Discovery+)의 통합 플랫폼이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로 시작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둔 상태다. JB 페렛 워너브라더스 대표는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의 결합으로 10만 편 이상의 방대한 콘텐츠가 한데 모이게 됐다. 이 가운데는 프리미엄 서비스에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FAST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는 콘텐츠가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기존 FAST 서비스에는 변화도 있었다.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이자 유료 TV 서비스 업체인 컴캐스트 (COMCAST)는 기존에 운영하던 슈모(Xumo)를 슈모 플레이(Xumo Play)로 리브랜딩했다. 기존 케이블 TV와 유사한 선형 방송을 제공했던 푸보TV(FuboTV)는 당초 100개까지 FAST 채널을 확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데이비드 갠들러(David Gandler) 푸보TV CEO는 “유료 플랫폼에서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FAST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보TV는 시네다임(Cinedigm)을 비롯한 60개의 채널로 3분기를 마감한 후 4분기에 소수의 채널을 추가했지만, 올해 초 다시 AMC, BBC 월드뉴스를 비롯한 채널들을 삭제하며 100개에 미치지 못하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FAST 서비스는 전 세계 미디어 기업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무대를 확대하려는 욕망과 플랫폼의 수익 극대화 노력이 맞물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성장을 이뤘고, 2022년을 기점으로 기존의 SVOD와 구별되는 하나의 시청 패턴으로 급부상했다.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찾아다닐 수 있다는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특징은 선택이 힘든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FAST 서비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엄선된 콘텐츠를 무한 재생해줌으로써 재빨리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갈수록 다양한 채널이 선을 보이고, 유료 서비스를 고집했던 대형 미디어기업도 FAST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FAST 서비스가 콘텐츠 소비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은 구독형 OTT만큼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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