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속 그 장면, 이거였어?” 외신도 집중

‘더 글로리’ 파트2 향한 다양한 해석 스토리 라인 활용한 소품 및 연출 돋보여 해외 시청자 배려한 복선 배치도 눈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연일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그 가운데 해외 시청자들이 주목한 복선은 무엇이 있을까?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당한 학폭(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달 30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로 직행했으며, 불과 2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1억 시간을 돌파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타 송혜교와 타고난 이야기꾼 김은숙의 만남을 적극 활용해 ‘쪼개기 공개’를 감행했다. 이번에 공개된 파트1은 전반 8회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그동안 OTT 이용자들은 통상 ‘쪼개기 공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더 글로리>의 인기는 이 부정적 인식을 뛰어넘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 글로리> 열풍은 ‘시청자가 써보는 파트2’라는 새로운 시청 형태로 이어졌고,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려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집중됐다. 미 매체 인사이더는 ‘당신이 몰랐던 <더 글로리> 속 복선 15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로 독자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입증했다. 매체가 주목한 복선들 가운데는 드라마 공개 직후부터 국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장면은 물론 무심코 지나친 메모 등 세세한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은 ‘나팔꽃의 등장’이다. 드라마의 포스터에도 등장한 이 나팔꽃은 주인공 동은(송혜교 분)이 가해자 연진(임지연 분)의 집이 보이는 빌라로 이사한 날 집주인에게 건네받은 환영의 선물이다. 하늘을 향해 피는 ‘악마의 나팔꽃’과 고개를 숙이고 땅을 향해 피는 ‘천사의 나팔꽃’은 캐릭터 포스터에 등장하며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 장치다. 매체는 두 나팔꽃에 모두 독성이 있음을 언급하며 이 꽃들의 독성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인공의 처절한 복수가 죽음까지 불러오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이름에 ‘ㅇ’ 들어가는 애들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연진 어머니의 대사다. 해당 대사가 등장한 에피소드는 등장인물들의 학창 시절을 그렸던 때로, 처음에는 혜정(차주영 분)과 명오(김건우 분) 처럼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파트1 후반부에서 연진과 재준(박성훈 분)의 관계가 묘하게 바뀌며 “연진이 남편 이름은 도영, 딸 이름은 예솔. 가해자 5인방 중에 사라도 성이 이 씨니까 결국 ‘ㅇ’ 안 들어가는 건 재준이밖에 없다. 재준이 빼고 연진이 곁엔 아무도 남지 않을 거란 얘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재준이 연진에게 이혼을 강요하며 건넨 “이거 사랑이잖아”라는 대사는 연진의 곁에 끝까지 남을 한 사람이 바로 재준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사진=넷플릭스

세 번째는 새로 제시된 복선이다. 바로 동은이 공장에서 일하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장면에 등장한 영어 단어 카드다. 동은은 힘든 일과 속에서도 틈틈이 영어 단어를 외우는 등 치열하게 공부하는데, 이때 그가 들고 있던 단어 카드는 ‘우울한’(melancholy), ‘격노하다’(rage), ‘모욕하다’(insult), ‘분석’(analysis) 등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영광’(glory)을 보여준다. 우울과 격노를 오가던 피해자가 모욕을 씻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분석하고 준비해 결국은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는 풀이다. 시청자들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이 단어장에도 이같은 이야기를 담아낸 섬세한 연출력에 감탄했다.

네 번째는 소설 「데미안」의 언급이다. 극 중 동은의 조력자인 현남(염혜란 분)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데미안」은 현남의 ‘밝지만 어딘가 허술한’ 면모와 동은의 냉철함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상이다”라는 대표 구절로 기억되는 이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랜 시간 읽힌 만큼 여러 해석이 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명대사를 읊은 ‘데미안’이 소설에서는 화자의 친구이자 조력자로 그려졌지만, 실상은 방황하는 화자 내면에서 끊임없이 각성을 촉구하는 ‘내 안의 나’라는 해석이다. 특히 <더 글로리> 속 현남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완벽한 업무 수행능력을 보이며 “평범한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 역시 이어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마지막은 동은의 집에 들어올 때 신발을 벗지 않는 연진의 모습이다. 드라마는 연진과의 재회 순간을 그려보는 동은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공간에 구두를 신은 채 들이닥친 연진을 보며 동은은 “남의 집에 들어올 때는 신발을 벗어야지. 널 죽일 이유가 더 늘었잖아”라고 말한다. 이어진 어린 시절의 회상에서도 연진은 동은이 세 들어 살던 여인숙 방에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와 방 안을 어지럽힌다. 첫 장면에서 ‘남의 집에 들어올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한국의 정서를 정확히 짚어준 덕분에 해외 팬들 역시 끔찍한 폭력을 시사하는 다리미의 등장 전부터 가해자 무리를 향해 차곡차곡 분노를 쌓아올렸고, 더 깊이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했다.

<더 글로리> 파트1의 말미에 연진은 동은의 상상 속 만행을 다시 한번 반복함으로써 파트2에서 다가올 불행을 암시했다. 과연 수많은 복선이 가리키듯 동은의 일생을 처참히 무너뜨린 가해자의 말로가 죽음일지, 이어질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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