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다 느린 피드백, 답답” 왓챠 ‘오매라’ 김서형의 OTT 적응기 [인터뷰]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김서형 인터뷰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 자연스럽게 몰입” TV보다 느린 피드백, 쉽지 않았던 OTT 적응기

사진=키이스트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담담하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가족의 이미를 되짚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었다. 극의 중심을 잡으며 수많은 시청자를 웃고 울린 김서형에게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매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툰 솜씨로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한 남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탄생했다. 배우 한석규와 김서형의 첫 OTT 오리지널 도전작이자,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주로 강렬한 이미지를 연기했던 김서형이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워킹맘 ‘다정’으로 변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지난달 초 공개됐지만, 김서형은 뒤늦게 <오매라>를 정주행했다고. 그는 “원래 내가 출연한 작품을 잘 보는 편이 아니다. 평소에 작품을 할 때 모든 감정을 소진해서 작품에 임하는 만큼 다음 작품을 위해서라도 일부러 기억에서 지우곤 한다. <오매라>는 사흘 전에 몰아서 봤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극 중 다정은 일과 가정 사이를 바삐 오가느라 정작 자기 몸속에 들어앉은 병에 대해서는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알게 된 인물. 병세의 빠른 악화를 온몸으로 보여준 김서형의 연기에 많은 시청자가 눈물지었다. 하지만 정작 김서형 자신은 일부러 체중을 감량하거나 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환자라는 설정이 주는 주입이 있다. 그 설정에 대한 마음가짐이 배우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직장에 출근하는 장면이 아니면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고, 필요한 장면에서 다크서클 정도를 살짝 강조하는 정도로 직접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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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은 이처럼 생생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저희 아버지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사실 그때 곁에 있으면서 아버지께서 아파하시는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요양원에 계신 모습을 많이 봤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서도 병실에서 호스를 꽂고 가만히 누워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 많이 이입을 했던 것 같다. 특히 간호사로 출연하신 배우분이 연기 하시기 전에 간호사 일을 하셨던 분이라서 먼저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고 몰입하는 게 보였다. 저 역시 가족과 헤어지는 장면같이 감정적인 씬들보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거나 하는 장면에서 훨씬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끼는 가족은 잃었던 슬픈 기억이 있는 만큼 이번 작품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작품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김서형은 “소속사에서 이 작품을 두고 회의가 열렸다. 그때 5명이 제가 이 역할을 하는 것에 손을 들었다. 사실 그들이 저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제가 ‘100을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내가 40, 60을 하더라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모두가 ‘네!’라고 답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보고 싶다면 할 수 없지 싶은 마음에 결정했다. 저를 가장 잘 아는 매니저이자 시청자라는 생각에서였다”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밝혔다. 김서형이 <오매라>에서 보여준 열연은 이 다섯 명의 관객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김서형은 이어 “그렇다고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아니다. 평소 우리 드라마계에 장르물이 넘쳐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시기에 <오매라> 처럼 잔잔하고 묵직한 작품이 있다는 것에도 의미를 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 변신을 한 거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는데, 저는 모든 작품에서 늘 순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그 인물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런 역만 하려고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배우로서 뭐든 받아들이고, 뭐든 잘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사진=키이스트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오매라> 촬영이 끝난 후에도 김서형은 휴식을 만끽하지 못했다. 바로 다음 작품의 촬영이 이어졌기 때문. 그는 “다음 작품까지 다 끝내고 보니까 제가 거의 2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내 “혼자 정말 바빴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응? 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전 작품까지 하면 4작품을 했는데 피드백이 없어서였다. 실시간 피드백이 없으니 공허한 기분이 들더라”며 달라진 시청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쉬지 않고 달려온 김서형이지만, 전체 분량을 모두 촬영한 후 편집 등 후반 작업 과정에서 전체 공개 또는 순차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OTT 오리지널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OTT 드라마가 지상파보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느리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서형은 “연기를 하면서는 매번 똑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다른 출연작을 TV 본방송으로 보면서 ‘아 이런 건데’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왓챠는 <오매라>를 지난달 1일 첫 공개 하며 순차 공개 방식을 택했다. 총 12부작의 이야기는 일주일에 2개의 에피소드씩 6주에 걸쳐 공개됐고, 적지 않은 시청자가 ‘몰아 보기’를 위해 시청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김서형은 TV 드라마처럼 실시간 반응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한 모양새였다. 그는 “천천히 하나씩 공개되다 보니까 너무 답답한 기분이었다. 사실 TV 드라마는 촬영 중에 방송이 되니까 반응을 느낄 수가 있다”며 쉽지 않았던 OTT 적응기를 털어놨다.

연말을 장식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화려한 연기대상 시상식 또한 늦어진 피드백에 대한 김서형의 조급한 마음을 부추겼다. 김서형은 “연말에는 ‘되게 힘들게 찍었는데, 거기에 대한 보상은 뭐지?’ 생각하기도 했다’며 씁쓸했던 마음을 고백했다.

<오매라>는 이달 초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단숨에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특히 “요즘같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잔잔하고 담담하게 치유를 선사해 준다”는 극찬과 함께 “지상파가 아닌 OTT였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장르물 홍수 속에서 ‘재미’보다 ‘의미’를 위해 선택한 김서형의 판단은 결국 옳았다.

김서형의 차기작은 ENA 드라마 <종이달>.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종이달>은 당초 시즌 오리지널로 제작에 돌입했지만, 시즌이 티빙에 흡수되며 ENA 채널 방영 후 OTT 공개의 방식으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덕분에 김서형은 조금이나마 익숙한 방식으로 다시 OTT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힐링의 <오매라> 후 강렬한 스릴러로 돌아올 김서형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해 본다.

한편,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왓챠에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되어 정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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