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캐나다 체크인’을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인터뷰]
tvN·티빙 ‘캐나다 체크인’ 이효리 인터뷰 “가족의 의미 깨달아, 여행 내내 행복” 해외 이동봉사 알리며 ‘선한 영향력’ 행사
킬로나, 나나이모, 가브리올라. 이름조차 낯선 지명들이 이어지고, 오래 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직접 캠핑카로 그 길을 달린 이가 있다. 화려한 패션쇼를 찾는 대신 수수한 민낯으로 캐나다를 향한 이효리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tvN <캐나다 체크인>은 10년 넘게 유기견 봉사를 꾸준히 해온 이효리가 자기 손으로 구조해 돌보다가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해외 입양 보낸 개들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방영 전부터 눈길을 끈 점은 이효리가 먼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티빙 <서울 체크인>으로 호흡을 맞춘 김태호 PD에게 연락해 “캐나다로 입양 간 강아지들을 만나고 싶은데, 그걸 영상으로 기록해줬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그렇게 이효리의 아주 사적인 순간들을 기록한 <캐나다 체크인>은 tvN 방영 후 OTT 티빙을 통해 공개되며 많은 시청자를 눈물짓게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온 마음을 다해 유기견들을 보살핀 이효리의 마음과 그 마음을 기억하는 강아지의 재회에 먹먹함을 느꼈다. “울지 않고 본 에피소드가 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을 정도.
하지만 이효리는 이런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시청자분들이 우리 프로그램 보면서 많이 울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그런데 저는 ‘눈물 버튼’이라는 말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이번 여행을 하는 내내 진짜 너무 행복했고, 이런 만남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며 뿌듯함을 내보였다. 이효리는 시청자들에게도 유기견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나 측은함만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룬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효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함께했던 강아지들이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된 모습을 보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행 내내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강아지들에게도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의 여정을 영상으로나마 함께한 분들도 정말 소중한 존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작은 바람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캐나다 체크인>에서도 이효리의 가족이나 삶에 대한 시선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이효리는 캐나다 여정 중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만약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연예인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 것 같다. 여기 와서 보니까 사람들이 가족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차분하고 여유 있고. 이런 것들이 가족의 힘인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많은 팬들이 화려한 슈퍼스타의 삶 이면에 평범한 삶을 향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함께 안타까워했다.
이효리는 SNS를 통해 접하는 동료 연예인들의 화려한 일상을 보며 “난 왜 여기있지? 싶은 생각이 든다.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 그런 화려하고 멋진 모습인데 내가 이러고 있는 걸까 봐. 나 스스로도 이런 모습을 전부 받아들이진 못했고, 혼란스럽긴 하다. 그런데 결론은 지금이 너무 좋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하는 팬들을 위로했다.
화려한 패션쇼 대신 한때 가족이었던 강아지들을 만나기 위해 떠난 이효리는 이번 캐나다행을 계획하면서 지인과 출국 일정을 달리해 눈길을 끌었다. 한 마리의 강아지라도 더 데려가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의 여정을 함께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해외 이동봉사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번 기회에 사람들 인식이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였다.
이효리는 기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반응이었다. 그는 “프로그램 하나로 사회 전체가 바뀌길 바라는 건 욕심 같다. 다만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이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걸로도 충분히 값진 변화가 아닐까 싶다”며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더불어 “사실 이 일이 돈도 많이 들고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라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유기견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전국 각지에서 지금도 고생하고 계신 봉사자분들 활동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그분들 말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응원을 전했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된 <캐나다 체크인>은 토요일 밤 편성으로 TV 시청률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본방송 후 [데일리 OTT 랭킹] 티빙 차트 4위로 직행하며 OTT에서 꾸준히 사랑받았다. 총 6부작으로 계획된 프로그램은 어느덧 내일(21일) 마지막 에피소드만을 남겨둔 상태. 이효리는 홀가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0년 넘게 봉사하면서도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강아지들을 직접 보고 오니까 마음속에 갖고 있던 걱정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그동안의 불안이나 힘듦을 위로받고 왔달까. 새로운 가족을 만나 안정된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서 안정이 된 것 같다”며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위로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저에게는 이번 캐나다 여행이 힐링이었고, 행복한 순간들로만 가득 찬 여정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난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 남겨둔 덕분에 죽을 때까지 강아지들이 그리울 때마다 돌려볼 수 있게 됐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잘 짜인 여행 계획도, 편한 이동 수단도 하나 없이 직접 차를 몰고 자신의 손을 거쳐 간 강아지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찾아가는 이효리의 여정은 광활한 캐나다의 풍광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스타’를 내려놓은 이효리는 조용하지만, 더 묵직한 메시지로 새로운 ‘셀럽’의 정의를 썼다.
이효리의 가장 사적인 순간을 담아낸 <캐나다 체크인>은 OTT 티빙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