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2배 규모” 영화 산업 주도하는 OTT
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세계 영화 시장 內 OTT 비중 61% “인력 대거 이동, 양질의 콘텐츠 OTT에 집중”
과거 극장이 주도하던 영화 산업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장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박기용, 이하 KOFIC)가 발표한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영화 시장에서 OT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1.2%로 확인되며 극장(31.9%) 및 DVD·블루레이(7.0%) 시장을 크게 따돌렸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영화 산업의 주요 부문별 시장 동향을 집계한 KOFIC의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 영화 산업 주요 부문(극장·극장 외·해외 수출) 매출은 총 1조 7,064억원으로 전년 대비 66.7% 증가했다.
극장 매출액 기준 2022년 박스오피스 순위 1위부터 5위까지는 각각 <범죄도시2>, <아바타: 물의 길>,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이 차지했다. 상위 다섯 작품이 모두 전작의 뜨거운 인기를 앞세워 ‘추억의 힘’으로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냈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 시작된 대작 영화들의 개봉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 연 관객 수 1억명을 넘는 기록을 끌어내며 한국을 세계 극장시장에서 7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위치에 올려놨다.
하지만 이는 영화 산업의 황금기였던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60.6%, 전체 관객 수는 49.8% 수준에 불과한 성적이다. 업계에서는 극장 산업의 느린 회복 배경에 OTT의 급성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과 함께 급성장한 OTT의 영향력에 따라 많은 영화 산업 종사자가 OTT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자연스럽게 양질의 콘텐츠가 OTT로 몰리며 미디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으며 10,285원을 기록한 평균 관람 요금 역시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선택을 부추겼다. 국내 대형 극장들은 팬데믹 기간에 무려 세 차례의 요금 인상을 단행했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극장에서 볼 영화와 OTT로 볼 영화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2019년 4.6%에 불과했던 특수상영관(4D·IMAX·ScreenX·Dolby Cinema) 매출 비중이 2022년 10.9%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팬데믹을 통과하며 급성장한 OTT 시장에 성장 적신호가 켜졌다는 진단도 있었지만, 상승폭을 줄였을 뿐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통상 두 달 이상 소요되던 극장 상영작의 ‘홀드백’의 개념이 사라진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홀드백이란 특정 영화가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난 후 다른 플랫폼으로 공개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국내 OTT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극장가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을 개봉 후 약 한 달 시점에 독점 공개하며 국내 영화 유통계에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쿠팡플레이는 두 영화를 독점 공개한 9월에만 61만명의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플랫폼 중 가장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단축되는 홀드백을 두고 대형 OTT 플랫폼의 콘텐츠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극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영화가 OTT와의 독점계약으로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시선도 존재하는 만큼 대작 영화의 OTT행이 빨라지는 것은 물론 인기작을 선점하는 OTT 플랫폼의 급성장 역시 확실시된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마블의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역시 한국에서 약 200만명의 관객 수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두자 재빨리 OTT로 무대를 옮겨 디즈니+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는 디즈니+가 공개 이후 5일간의 성적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성적에서 기존 마블 영화 중 최대 스트리밍 시간을 기록하는 등 빠른 OTT 공개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한국 영화 수출액은 가파른 성장세에 돌입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 해외 수출액은 총 7,147만 달러(약 929억원)로 전년 대비 47.0% 증가했다. 글로벌 OTT를 통해 소개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가 K-콘텐츠를 향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극장 개봉을 미루던 영화들이 일제히 개봉 일정을 조율하며 해외 수출 라인업이 확대된 것 역시 한국영화 수출 실적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K-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데 가장 크게 앞장서며 국내외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해 광고 요금제 도입을 비롯해 올해 계정 공유 추가 요금 부과 등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행보는 다수의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OTT 시장에서 구독자 확보는 물론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빠른 속도로 영화계를 대체해 온 OTT 시장 역시 크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