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의혹 ‘피지컬: 100’, 퇴색된 영광 [빅데이터 LAB]

OTT 랭킹 빅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LAB 넷플릭스 ‘피지컬: 100’, 승부조작 의혹에 추락한 명예 글로벌 인기에도 냉담해진 국내 여론, 돌파구는?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연출 장호기)이 출연자 논란에 이어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3억원이 걸린 결승전에 제작진이 개입하여 재경기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넷플릭스 측은 “제작진의 부당 개입은 없었다”고 부정했다.

<피지컬: 100> 승부조작 논란은 지난 2월 21일 최종회가 공개된 직후 불거졌다. “최종 결승전 게임 ‘밧줄 당기기’ 중 재경기로 인해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결승전은 3번 진행됐고, 두 번 중단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승패가 뒤바뀌었다. 원래 우승자는 우진용(크로스핏)이 아닌 현 준우승자 정해민(경륜선수)이며 제작진의 개입으로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측은 26일 “최종 결승에서 여러 차례 재경기가 진행되었다는 말은 루머다. 결정된 결과를 뒤엎거나 특정 출연자를 유/불리하게 만들기 위한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해민은 28일 유튜브 채널(연예 뒤통령이진호)을 통해 “결승전 재경기 진행은 사실이다. 내가 이기고 있는 게임에 제작진이 개입했다.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승패가 확실히 될 정도로 ‘밧줄 당기기’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상대 선수인 우진용이 “기계에서 소리가 난다”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윤활유를 바른 뒤 다시 경기를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제작진이 ‘오디오 문제’를 이유로 재경기를 요구했다. 정해민이 이미 풀어 놓은 줄을 잘라내겠다는 어드밴티지도 약속했다.

사진=넷플릭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정해민은 “투자를 받아서 만드는 방송”이라는 작가들의 압박과 자신을 향한 주변인들의 시선에 결국 탐탁지 않은 상태에서 재경기를 수락했다. 재경기 전 식사시간 모니터를 보던 이들은 “줄 차이가 많이 나더라. 우승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정해민은 패했다. 자신이 승리에 가까워질 때마다 촬영을 중단하는 제작진을 보며 ‘내가 이기면 안 됐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약속대로 줄이 짧아져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운동선수답게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지만, 나중에야 무언가 잘못된 일임을 깨닫고 “해당 과정을 방송에 내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를 거절했고, 장호기PD는 “출연자가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직접 참가자의 입에서 ‘승부조작’ 가능성이 제기되자 넷플릭스 측은 입장을 번복했다. “초반 소음과 마이크 체크, 배터리 체크 등을 이유로 일시 중단된 적은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원했던 방식으로 당시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 재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 외에 참가자들과 현장 게임 진행 위원들이 자리했음을 강조했다.

앞서 장PD는 자신의 SNS에 “우리가 온몸을 바쳐 땀 흘렸던 지난 1년은 제가 반드시 잘 지켜내겠다. 거짓은 유명해질 순 있어도 결코 진실이 될 순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의 말처럼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없다. 제작진 측이 거짓이라 부정하던 최종 결승전의 재경기는 진실이었다. 또 하나의 진실은 참가자는 편집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제작자는 가능하다.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 사상 첫 글로벌 히트작이자, 지상파(MBC)와 손잡고 만든 콘텐츠라는 이례적인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출연자 학폭, 폭행부터 승부조작 의혹까지 끝없는 논란에 ‘글로벌 1위’의 영광은 퇴색됐다. 100인 중 최강자가 된 우진용 또한 우승자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을 터.

<피지컬: 100>을 향한 여론이 악화되자 제작진 측은 오늘(2일) 한 매체를 통해 촬영 원본과 오디오 파일을 근거로 한 구체적인 결승전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7월 20일 오후 6시 35분 2인 최종 결승전 경기가 시작됐고, 10분 후인 45분 경기가 1차 중단됐다. 원인은 두 줄타래에서 큰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소음 때문. 우진용 쪽의 소음이 마이크를 타고 들어가 기술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제작진이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이후 양측 동일하게 윤활유를 사용했고, 55분경 그 상태에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1분 후인 56분경 경기는 2차 중단됐다. 이번엔 우진용이 이상 신호를 보냈다. 우진용 측 줄타래에서 풀린 밧줄이 회전하던 줄타래의 줄과 엉켜 고정돼 회전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이를 출연자의 경기력과 무관한 게임 중단 요인으로 판단한 제작진은 마찰음 이슈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엉킨 줄을 풀기 위해 추가 정비 시간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제작진은 “중단 시간이 길어지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두 출연자에 사과와 양해를 구하고, 녹화 현장에서 두 출연자에게 장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보전한 상태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재개 방식에 대해 협의할 것을 제안했으며 세트 내 거치 카메라 촬영은 유지했다”고 밝혔다.

오후 7시 35분까지 제작진과 출연자의 협의는 계속됐다. 당시 출연자의 오디오 녹음도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입장을 정리해보면 첫 경기부터 정해민이 우진용보다 앞섰다. 2차 문제 발견 시점에서 정해민은 (총 400미터 길이) 45미터나 격차를 벌렸다.

다 이긴 게임과 마찬가지인 정해민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재경기를 반대했다. 우진용은 휴식 후 체력을 회복할 정해민을 견제했다. 결국 두 참가자는 정해민이 앞서고 있는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당일 경기를 재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기록된 타임라인에 따르면 제작진은 정해민 측 줄타래를 45미터 잘라내고 비교 및 확인을 요청했지만, 두 출연자는 확인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 재개 시간은 오후 9시 14분이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태도 변화는 OTT 랭킹-(주)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의 빅데이터 위클리 여론 분석(분석 키워드=피지컬100)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피지컬: 100> 관련 키워드(①)를 살펴보면 ‘정해민’ ‘우승자’ ‘주작’ ‘조작’ ‘제작진’ ‘편집’ 언급량이 급상승했다. 순위조작 논란의 시발점인 ‘재경기’ 언급도 늘었다. 키워드간 네트워크(②)에서는 ‘정해민-제작진-조작’이 ‘피지컬100’과 직접 연관된 단어로 추출됐다.

분석 결과 글로벌 흥행을 논하던 이전과는 여론이 많이 달라졌다. 키워드 기준 여론 동향 분석(③)에서는 인터넷 사용자의 51.9%가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역시 ‘조작’ 키워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약 48%를 차지한 긍정 여론의 중심 키워드로는 ‘응원’ ‘진실’ 등이 나타났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해민을 향한 지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인기가 독이 됐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지컬: 100> 측은 순위조작 위혹, 출연자 논란에 이어 계약위반 및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까지 휘말렸다. 줄줄이 터지는 사건을 막기 위한 방법은 이제 하나다. 무편집본을 공개해 순위조작 결백을 입증하고, 일반인 출연자 검증을 소홀히 한 사실을 인정하고 불찰을 사과하는 것. 바닥에 떨어진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방법만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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