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VS 김태호 PD 맞대결, 누가 웃을까? [빅데이터 LAB]

OTT 랭킹 빅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LAB’ 나영석 vs 김태호 PD, ‘예능계 쌍두마차’ 맞대결 ‘서진이네’- ‘지구마불 세계여행’ 성적표는?

나영석 PD(좌)-김태호 PD/사진=tvN, MBC

나영석과 김태호, 한국 예능계를 대표하는 연출가다. 한때 각 방송사를 대표하던 이들은 나란히 신상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맞대결을 펼친다. 콘셉트도 규모도 다르다. 나영석은 잘하는 걸하고, 김태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는 2000년대 초반 KBS와 MBC에 입사했다. 나영석은 KBS2 주말 예능 <1박 2일>로 이름을 알렸고, 김태호는 MBC 주말 예능 <무한도전>으로 스타PD가 됐다. 두 PD는 다른 스타일의 연출가다. 나 PD가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을 중요시한다면 김 PD는 새로운 도전에 집중한다. 비슷한 점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는 것.

‘TV에 얼굴을 비추는 PD’ 나영석은 2010년대 초 CJ ENM으로 적을 옮기고 여행과 식당을 소재로 힐링 예능을 제작했다. 20년간 MBC를 지킨 김태호는 2022년 자신의 이름을 딴 TEO 스튜디오를 세우고 창작에 날개를 달았다.

두 사람의 행보는 곧 방송가의 유행을 대변하기에 언제나 주목 받는다. 지상파 굴레에서 벗어나 승부를 가리게 될 ‘K-예능 쌍두마차’ 가운데 누가 웃게 될까?

사진=tvN

나영석 PD는 지난 2월 24일 tvN <서진이네>(Jinny’s Kitchen)를 공개했다. 과거 윤식당에서 이사직을 맡았던 배우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한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서진은 경력직 박서준-정유미, 그리고 새 직원 최우식-김태형(뷔, BTS)과 함께 멕시코에서 분식집 ‘서진이네’를 열고 식당 운영에 도전했다.

윤여정의 <윤식당>(최고 시청률 시즌2 16.0%, 2017-18)과 강호동의 <강식당>(최고 시청률 14.1%, 2019)이어 ‘스타 레스토랑’을 다시 선택한 나 PD의 성적표는 우수했다. 멤버들의 좌충우돌 개업기가 펼쳐진 <서진이네>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최고 13.3%, 전국 가구 기준 최고 11.4%를 돌파했다.(케이블-IPTV-위성 통합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기존 멤버들의 장난스러운 텃세와 인턴 직원들의 귀여운 기 싸움이 웃음을 자아냈다. 식당이 자리 잡은 멕시코 바칼라르의 이국적인 배경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진의 변화와 이를 지켜보는 직원들의 반응이 흥미를 자극했다.

해외 OTT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도 훔쳤다. 지난 26일 프라임 비디오 내 TV쇼 부문에서 필리핀 2위, 대만‧인도네시아 3위, 싱가포르‧태국‧베트남 4위, 홍콩‧말레이시아 7위를 기록했다. 영국 공영 방송 BBC는 최근 ‘K-예능 글로벌화’를 조명하며 나영석 PD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리얼리티 TV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소개하고 <서진이네>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청률에 이어 화제성까지 장악했다. <서진이네>는 2월 4주차 비드라마 TV 부문 화제성 3위(점유율 6.69)에 올랐다. 뷔와 이서진은 비드라마 출연자 부문에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뷔는 자유분방하고 당돌한 Z세대 인턴으로 활약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일에 투덜거리면서도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으로 친근감이 들게 했다. 가끔은 엉뚱한 행동으로 형·누나를 놀라게 하거나, 솔직함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시골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던 <삼시세끼>를 거쳐 <꽃보다 할배> 시절 할배들의 짐꾼 노릇을 하고, <이서진의 뉴욕뉴욕>으로 나 PD와 뉴욕 여행까지 한 이서진은 나영석 세계관의 중심답게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뉴욕대학교 경영학 학사 출신다운 식당 운영과 직원일 때와는 다른 사장 마인드로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에서 느낄 법한 지루함을 없앴다.

사실상 나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익숙한 구성의 반복’이다. 편안한 아는 맛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뻔한 내용에 고개를 돌리는 이들도 일부 존재한다.

한국을 넘어 세계까지 홀린 ‘나영석표 예능’의 강점은 무엇일까?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 김도현 팀장은 “한국의 리얼리티 예능은 전 세계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소재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재미를 극대화해 전달한다는 강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진이네> 역시 이런 점에서 첫 회부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전 세계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K예능에 대한 수요가 더욱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ENA, TEO

김태호 PD는 유튜버들의 손을 잡고 새 예능 <던져서 세계 속으로-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공개했다.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Pani Bottle, 156만 구독자), 곽튜브(KWAKTUBE, 139만), 원지(원지의 하루, 55.9만)가 우주여행 티켓을 걸고 김태호 PD와 함께 직접 설계한 부루마불 게임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12년 동안 MBC 예능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 이효리 등 인기 연예인과 주로 작업했던 그가 유튜버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렸다. 김 PD는 ‘대중성’을 염려해 몸을 사리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유튜브를 택했다. 이번 예능 또한 TV 방송 전 ‘TEO’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첫 행선지를 공개하고, 조회수 대결을 펼치는 등 방송과 유튜브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2월 23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 예정이던 <지구마불 세계여행 비긴즈>가 문제가 됐다. ‘저녁 공개’라는 정확하지 않은 표기에 시청자들은 무한 기다림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이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지만, TEO 측은 사과가 아닌 “늦었습니다 ㅠㅠ”라는 장난스러운 글을 남겼다.

여론이 악화되자 TEO 측은 해당 글을 삭제하고 “내부 사정으로 공개가 늦어졌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함 뿐이다. 추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첫 공개된 영상은 이전 공개된 티저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막 표기 실수도 발견됐다. TEO 측은 “자막도 꼼꼼히 챙기는 테오 유니버스가 되겠다”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OTT 랭킹-(주)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나영석’ ‘김태호’ 위클리 키워드 분석을 통해 여론을 살펴봤다.

나영석 PD 관련 키워드로(①)는 ‘예능’ ‘피디’ 언급량이 많았다. 더불어 <서진이네> 주인공이자 나 PD의 페르소나인 ‘이서진’과 ‘식당’이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과거 KBS PD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이우정’ 작가(에그이즈커밍 대표)의 존재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 가운데 세기의 라이벌 ‘김태호’ PD 또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김태호 PD 관련 키워드(④)에서도 ‘예능’ ‘피디’가 주로 언급됐다. 그러나 이미 손을 뗀 ‘놀뭐'(놀면 뭐하니?)가 여전히 소환됐고, ‘나영석’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단순 언급량만 비교했을 때, 김태호(지수 2)보다 나영석(지수 47)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중 인지도에서 나 PD가 김 PD를 앞선 것.

키워드 기준 긍·부정의 비중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발견했다. 나 PD의 긍정 키워드(②) 비중은 87.2%로 압도적이다. ‘프로그램’의 ‘재미’, 그리고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김 PD의 경우 부정 키워드(③)의 비중이 44.4%로 절반에 가깝다. ‘별로’ ‘잘못’ ‘지치다’ 키워드로 볼 때, 이는 유튜브 채널에서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초반 기세는 나영석 PD의 승리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되는 tvN <서진이네>로 국내외 인기와 화제성을 휩쓸며 한발 앞섰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김태호 PD의 반격은 이제부터다. 지난 2일 ‘TEO’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지구마불 세계여행> 1회에는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가 주사위로 결정한 첫 번째 여행지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라오스 여행기가 담겼다. 공개 22시간 만에 영상 조회수는 50만뷰를 훌쩍 넘어섰다. 제작진에 따르면 영상 업로드 순서는 세 사람이 직접 참여한 결과에 따라 매주 바뀐다고.

또 하나의 즐거움이 남았다. 오는 4일 ENA에서 방송되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는 노홍철, 주우재, 주현영 3MC와 여행 크리에이터 3인의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이 담긴 TV 버전을 만날 수 있다. 3인의 여행기가 펼쳐지는 유튜브 콘텐츠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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