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선정성보다 참담함으로 봐 주길” [현장]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기자간담회 조성현 PD “가족 중 피해자 있어, 숙제 같았던 주제” “적나라한 장면, 선정성 아닌 참담함 느껴”

사진=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을 둘러싼 논의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작품을 직접 만든 조성현 PD는 다양한 해석에 어떤 생각일까?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작품의 기획과 감독을 맡은 조성현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을 둘러싼 여러 이슈에 답했다.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4개의 사이비 종교와 이들의 만행을 폭로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8부작 다큐멘터리다. 작품은 지난 3일 공개와 동시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7일 [오늘의 OTT 통합 랭킹]에 첫 등장한 <나는 신이다>는 4일 연속 차트의 최상단을 지키고 있으며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10위권 내에 들며 글로벌 시청자의 이목까지 끌기 시작했다.

이날 조성현 PD는 이례적인 다큐멘터리 열풍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반응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가 많은 분께 이 사건과 이 종교들의 실체를 알려드리고자 했던 거였는데,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몰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가족 중에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그리고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고 털어놓으며 사이비 종교에 대한 피해는 우리 가까이에서 늘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늘 숙제처럼 여겼다고 털어놨다.

작품은 국내 지상파 방송국인 MBC와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OTT 공개를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조 PD는 “처음에는 MBC에서 만들려고 했는데 내부적인 이유로 무산됐다. 그런데 너무 아까워 넷플릭스에 제작을 제안했다. 그래서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PD는 이번 작품이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대형 OTT를 통한 공개가 주효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수 있는 정말 좋은 매체다. 만약에 제가 MBC <PD수첩>으로 이 사건에 접근했다면 8~10주 정도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200분이 넘는 피해자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메이플이라는 친구가 마음을 먹고 인터뷰에 나서기까지는 40일이 걸렸다. 기간과 방식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충분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어떤 방송보다 훨씬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젊은 시청자들도 이 이야기에 반응을 보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OTT로 시사교양물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마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OTT를 통해서는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사진=넷플릭스

작품이 지상파를 벗어나며 더 노골적인 전달 방식을 택한 탓에 그 표현 수위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피해자 보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론과 “그만큼 현실이 끔찍하니 ‘충격요법’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옹호론이 뜨겁게 맞붙고 있는 것. 특히 첫 3부를 구성하는 JMS의 만행은 정명석의 성적 발언을 녹음한 녹취록으로 추악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진 피해자의 인터뷰 뒤에는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여성들이 등장해 “주님 저희와 반신욕해요”라며 정명석을 향해 팔을 뻗는 모습이 담겼다. 비판론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선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이런 장면들이 불필요하게 반복되면서다.

조 PD는 “그 장면들을 보고 정명석은 선정적이라고 느꼈을 수 있다. 섹스 어필이라고. 하지만 보통의 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참담함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역시 이런 장면들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앞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당한 피해라는 점이다.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해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시청자들이 우리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보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제기해주는 것은 정말 건강한 반응이라고 본다. 하지만 질문을 한 번 바꿔보겠다. 나체 욕조 동영상을 예로 들면, 이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게 아니다. 이전에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방송에 나온 적이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언론과 방송이 JMS를 조명했는데, 왜 그들의 악행은 계속됐을까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PD는 “이 동영상이 방송에 나오자 그쪽에서 ‘몸 파는 여자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내부자가 찍었다고 인정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모자이크를 믿고 ‘수영복을 입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우리마저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은 신도들에게 어떻게든 또 거짓을 말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한 명의 신도에게라도 현실을 자각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나는 신이다>는 JMS 외에도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의 교주와 그들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시청자들은 오대양 사건을 제외하면 이들 사이비 교주의 만행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에 공분하는 동시에 인터뷰에 나선 피해자들이나 제작진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나는 신이다>에 출연한 반(反) JMS 단체 ‘엑소더스’ 대표 김도형 교수가 KBS의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명석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이 KBS 방송국 안에도 있다”고 폭로하며 그 불안은 더 증폭됐다.

조PD 역시 “제작 과정에서 메이플이 인터뷰를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공항이나 숙소 앞에서 JMS 측 사람들이 진을 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정보가 유출되고 있구나 의심하기도 했다. 메이플은 이후 안전한 집으로 거처를 옮겨 24시간 경호원, 보안요원과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신도 색출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 PD는 “그들은 종교를 선택했을 뿐이다. 어떤 믿음 자체가 사회적으로 꼭 해악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특정 종교의 신도들이 잘못된 사람으로 비치는 건 우려가 된다. 그걸 믿는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교주와 리더라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이번 작품 공개 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집에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품이 워낙 주목을 받으면서 공론화도 되고, 제가 미행이나 위협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하면서 집에서도 우려하는 것 같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까지 했다. 지금은 아이들 등교할 때마다 최대한 직접 데려다 두고 데리고 온다”며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일상을 털어놨다.

가족이 이런 우려를 나타낸 것은 조 PD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작품의 시즌2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 그는 “한국에 메시아를 자처하는 이가 정말 많다. 그분들이 다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용히 진행하고 싶다. 가족들이 힘든 상황이지만 한번 시작한 이야기인 만큼 깊이 공부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다시 넷플릭스를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PD는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는 생각이다. 정명석을 예로 들면 그렇게 많은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사람이 감옥에서 나와서 또 가해를 저질렀다. 왜 매번 이런 가해자들한테 안전한 나라가 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런 사이비들은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피해자분들은 물론 그들의 2세에 대한 관심도 가졌으면 좋겠다. 스스로 판단 능력을 갖추기도 전부터 부모에 의해 그릇된 믿음에 노출된 그들이 겪고 있는 피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이날 간담회를 마쳤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에 출연해 힘들었던 지난날을 폭로한 홍콩 여성 메이플. 정명석 JMS 총재는 메이플을 비롯한 외국인 여성 2명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수감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정명석을 향한 높은 비난의 목소리에 그의 선고를 4월을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는 신이다>이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인 파급력으로 콘텐츠의 사회적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은 이달 3일 넷플릭스를 통해 총 8부작이 전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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