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 5건 중 1건은 ‘청불’, 넷플릭스 ‘최다’ 불명예

최근 3년 OTT 콘텐츠 5건 중 1건 ‘청소년 관람불가’ ‘청불’ 콘텐츠 3분의 2는 넷플릭스 목전 다가온 OTT 자율등급제에 쏟아지는 우려

사진=넷플릭스, 웨이브

OTT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콘텐츠 등급을 분류할 수 있는 자체등급분류제 시행이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공개된 국내외 OTT 콘텐츠 5건 중 1건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제출받은 자료 분석 결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국내외 OTT 등급 분류 심의를 진행한 콘텐츠 8,365편 중 21.0%에 해당하는 1,763편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30.5%에 해당하는 2,555편이었으며, 이어 전체 관람가(27.1%, 2,263편), 12세 이상 관람가(21.3%, 1,784편) 등 순을 보였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OTT 콘텐츠 1,763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플랫폼은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전체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 중 64.9%에 해당하는 1,145편의 콘텐츠를 보유 중이었다. 3건 중 2건꼴이다. 같은 기간 디즈니+에서는 195편, 티빙은 147편, 웨이브 126편, 쿠팡플레이 57편, 왓챠 50편, 애플TV+는 43편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 의원은 “팬데믹을 지나며 OTT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폭력이나 음주, 마약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 영상물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달 28일부터 시행하는 OTT 자체등급분류제도가 OTT 업계의 구독자 모시기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현재 영상물 등급 기준이 지금보다 더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자체등급분류제도의 필요성은 이미 인정됐지만,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한 각종 문제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은 물론 영상물에 대한 엄격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TT 콘텐츠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이유로 주제와 표현에 있어 다양한 제약을 받는 TV 콘텐츠에 비해 다소 유연한 심의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최근 화제가 된 OTT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과 웨이브 <국가수사본부> 등은 공개와 동시에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이들 두 작품은 각각 MBC와 SBS 등 지상파 TV 방송에 오래 몸담았던 제작진이 ‘진짜 이야기’를 하기 위해 OTT라는 새로운 무대를 찾은 만큼 적나라한 표현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를 모았다.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메시아’를 자처하는 교주의 성적 발언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충격을 안겼고, <국가수사본부>는 잔혹 범죄의 현장을 모자이크 없이 송출하는 방식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들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사건의 자극적인 면이나 잔혹함보다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입을 모았지만, 프로그램의 표현 방식에 대한 뜨거운 찬반 논의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OTT가 주류 매체로 급부상함에 따라 OTT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한 전문가는 “최근 대중의 관심이 OTT 콘텐츠로 이동하며 이들 작품이 포함하고 있는 폭력적인 장면이나 성적 표현 등에 대한 관리나 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OTT 서비스는 서비스 가입 시점부터 소비자의 연령을 확인하는 등 사전 절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차단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를 보기 위한 ‘성인 인증’ 시스템이 1년에 한 번으로 족하다는 점과 2차 가공된 클립 영상 등이 유튜브와 각종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콘텐츠가 다루는 각종 사건이나 상황이 보는 이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베르테르 효과, 프레이밍 이론 등 다양한 사회학습 이론으로 검증된 바 있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가 다루는 유해 장면들이 시청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이성적 판단이 미흡한 미성년자의 경우는 더 큰 파급력으로 다가올 것을 시사한다.

업계는 OTT 자율등급제가 시행되면 적시성이 중요한 OTT 업계가 다시 한번 급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에는 단순히 많은 시청자의 유입을 넘어 ‘건강한 미디어 생활’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