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NOW] 외화가 점령한 극장가, 韓 영화는 부진

‘스즈메’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 ‘던전 앤 드래곤’ 글로벌 흥행 신호탄 외화 강세, 외면 받는 韓 영화

사진=㈜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신드롬 급 인기, <스즈메의 문단속>의 독주가 이어진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 오후 1시 기준)에 따르면 <스즈메의 문단속>는 지난 주말(31일~2일) 58만 1,391명의 관객을 동원,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378만 4,744명으로 압도적인 속도를 보이며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2위 <너의 이름은.>(380만)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금의 흥행세를 유지한다면 단시간 내에 일본 애니메이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438만)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우연히 재난의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0년 일본 전역에 큰 상처를 남긴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시 한번 재난을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지금 젊은 관객들 중에는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고, <스즈메의 문단속>이 신화나 옛날이야기처럼 남아 기억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 감성을 자극하는 OST와 더불어 신카이 감독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누구나 겪어보았던, 또 겪을 수 있는 재난이나 사고, 트라우마에 관련된 메시지를 통해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신카이 감독은 “마주해야 할 것을 마주하고 확실하게 매듭지음으로써 상처를 딛고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이야기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밝혔다.

이날 2위에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이 올랐다. 같은 기간 12만 170명을 기록, 누적 관객 수는 17만 7,855명이다. 각기 다른 이유를 가졌지만 하나의 목표로 모인 사람들의 고군분투 모험기를 다룬 판타지 어드벤처 액션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게임 『던전 앤 드래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게임 속 대표 세계관인 ‘포카튼 렐름’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시원하고 화끈한 액션과 화려한 영상미”, “영상과 스토리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보는 내내 눈 호강 제대로 했다”등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3월 29일 개봉 후 동시기 개봉작 중 1위를 기록했다. 또한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0% 등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 글로벌 흥행을 시작했다. 이는 현재 북미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존 윅 4>를 제친 것으로 앞으로의 흥행 성적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3위는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올랐다. 극장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의 서막을 연 작품으로 고교 농구부 학생들의 꿈과 열정에 대해 다룬 영화다. 지난 주말 17만 7,855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 수는 438만 1,356명이다.

한국 영화들의 성적은 부진하다. 지난 주말 박성광의 첫 장편 상업 영화 <웅남이>가 4위, 김다미-전소니 주연의 <소울메이트>가 그 뒤를 이으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같은 기간 각각 4만 5,238명, 1만 9,492명의 관객을 동원, 처참한 관객 수로 사실상 ‘흥행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

두 작품뿐만이 아니다. 올해 1분기 개봉한 주요 한국 영화 7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흥행에 참패했다. 올해 개봉작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교섭>(172만) 한 편에 불과했고, 업계에선 “역대 최악의 성적표”라는 이야기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 요인에는 ‘과도하게 오른 티켓값’과 ‘OTT의 약진’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최근 한국 작품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업계 내에서도 “OTT 이용료보다 비싼 돈을 주고 볼 이유가 없다”, “시대착오적인 작품밖에 없다” 등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4월에는 기대감을 가질 만한 한국 영화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천만 감독’ 이병헌 감독과 박서준, 아이유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은 <드림>, 이선균과 이하늬가 13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킬링 로맨스>, 전 국민을 ‘공포 신드롬’으로 이끌었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한 <옥수역 귀신> 등이 그 주인공. 팬데믹 기간 흥행에 성공한 <아바타: 물의 길>, <범죄도시2>,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의 작품들이 기존의 ‘팬덤’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만큼 다양한 팬층을 가진 인기 스타와 감독으로 꾸려진 4월 개봉작들이 처참한 한국 영화계를 되살릴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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