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OTT] 토종 OTT의 고군분투 ⑥ OTT 버전 스크린쿼터제의 필요성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자생력 기를 수 있던 한국 영화계 아직은 유아기인 OTT산업, 유치산업보호론 논의할 필요 있어 한미 FTA고려한다면 단순 보조금 지급은 무리

최근 몇 년 동안 OTT 플랫폼의 부상은 콘텐츠 업계를 재편하고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OTT 플랫폼의 입지가 커지면서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 콘텐츠의 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크린 쿼터 OTT 버전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크린쿼터제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해외 컨텐츠로부터 국내 영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무실해졌지만 한국에서도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극장에서 일정 일수 동안 국내 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내 영화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논란은 많았지만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크린쿼터 OTT 버전이 등장한다. 스크린쿼터제와 동일한 원칙을 OTT 시장에도 적용하면 국내 OTT 플랫폼이 해외 경쟁으로부터 보호받고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스크린쿼터 논쟁

스크린쿼터의 개념은 1927년 영국에서 제정된 영화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에 따르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최소 30%는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여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스페인, 브라질, 그리스 등 여러 국가에서 자국 영화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스크린 쿼터제를 도입했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인 1935년 미국, 영국 등 적대국으로부터의 영화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크린 쿼터제를 처음 시행했다. 이 제도는 일본 영화의 상영을 늘리고 국내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크린쿼터제는 1967년 한국 영화 산업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해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와 극장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에서 스크린 쿼터제가 시행된 초창기에는 한국 영화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 영화의 수요가 높았다. 따라서 영화사들은 불확실한 한국 영화의 성공에 투자하기보다는 외국 영화 상영을 통해 더 큰 수익을 기대했다. 이러한 현실은 스크린쿼터제로 인해 한국영화의 수를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외국영화의 수입과 상영을 제한하는 딜레마를 낳았다.

초기에는 영화계가 마지못해 제도를 준수했지만, 극장업계는 지속적으로 항의했다. 한국 영화를 보호하고 진흥한다는 취지는 영화계의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렸다. 일부 극장은 외국 영화를 불법으로 상영하면서 한국 영화를 허위 광고하는 방식으로 스크린쿼터제를 우회하려 했다.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은 1986년 영화법 개정으로 제작 및 수입 자유화 조치로 이어지면서 더욱 고조되었다. 이 ‘영화 시장 개방’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화사 설립과 외국 영화의 수입, 배급, 상영을 허용했다. 주요 관심사는 외국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 직접 배급이었다.

시장 자유화는 콘텐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여 어떤 면에서는 영화 산업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오히려 스크린쿼터 논쟁을 격화시켰고, 이념적 차이로 인해 생산적인 논의를 어렵게 만들었다. 스크린쿼터는 문화 정체성을 보존하고 영화 산업에서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제도는 국내 영화의 상영 일수를 일정하게 보장함으로써 현지의 창의성을 키우고 각국의 독특한 문화적 측면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왔다. 스크린쿼터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스크린쿼터제가 없었다면 이러한 논쟁 자체가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다. 아무도 한국 영화를 보지 않았고 할리우드 영화만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호주의의 필요성: 국내 OTT 지원

한국은 이대로라면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콘텐츠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개입해서 유치산업보호를 해줘야 OTT 산업이 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겨난다. 물론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막아놓으면 스크린쿼터 이전 시절에 강제로 재미없는 한국 영화를 봐줘야 했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호가 필요한 분야다. 

박정희 정부 하에서 한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은 보호주의 무역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 정부는 보조금과 수입 장벽을 통해 기계, 조선, 철강, 화학, 전자 등 중화학 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했고, 이는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에 부합했다. 유치산업보호론이란 말그대로 ‘어린아이와 같은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성숙한 외국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여(temporary protection) 육성시키자’라는 이론이다. 이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은 효율적인 분업을 위해 자유무역을 허용해야 한다는 리카르도식 논리에 도전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영화 산업에 적용한 덕분에 국내 콘텐츠가 외국 작품, 특히 할리우드 작품에 가려지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었다. 이제는 OTT에 적용할 차례다. 글로벌 OTT 플랫폼 시대에 스크린 쿼터가 있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하청 콘텐츠 생산 기지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문화적 정체성과 창의적 다양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스크린쿼터가 국내 영화 산업을 육성하는 데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지만, 보호주의와 글로벌 경쟁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보호주의는 정체와 혁신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한 없는 경쟁은 고유한 문화 콘텐츠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OTT 산업 보조금 지급의 복잡성: 한미 FTA의 영향

2007년 체결되어 2012년부터 시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은 외국인 투자 완화, 프로그램 편성쿼터제 완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통해 콘텐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FTA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의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요구하여 2006년 스크린쿼터 일수가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었다. 한미 FTA는 OTT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대한 논쟁을 복잡하게 만들며 협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 FTA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보조금 및 상계 조치에 관한 협정(ASCM)에서 정의하는 다양한 유형의 보조금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ASCM 제4부에는 조치 불가능한 보조금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 조항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여 1999년 12월 31일에 만료되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비허용보조금 조항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협상 과정의 다른 문제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아직 부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허용보조금은 존재하지 않으며, 연구 개발(R&D) 보조금은 더 이상 비조치성 보조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R&D 보조금은 최근 WTO 보조금 분쟁 사례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미 FTA와 ASCM 분류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한미 FTA 또는 국제 무역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국내 콘텐츠 및 OTT 플랫폼의 성장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능한 조치로는 세제 혜택 제공, 인프라 투자, 연구 개발 자금 지원 등이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미 FTA 조항과 국제 무역 규정을 준수하면서 OTT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한국은 한미 FTA 내 보조금의 유형과 그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OTT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신중하게 탐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콘텐츠 육성 및 플랫폼 성장과 국제 무역 협정을 준수하여 건전하고 공정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OTT 산업의 생존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미 FTA의 맥락에서 더 광범위한 의미를 고려한다면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가 많다. 이를테면 콘텐츠에 지원하는것과 해외 진출에 지원해주는 것을 한미 FTA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상당히 다르다. 한미 FTA의 조항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OTT 플랫폼의 자생력을 기르고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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