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OTT] 토종 OTT의 고군분투 ⑦ 콘텐츠 전문 VC 육성해야
성공한 콘텐츠의 수익률: ‘극한직업’ 200%, ‘명량’ 110%, ‘신과함께’ 130%, ‘기생충’ 300% 소위 ‘안전빵’만 추구하는 투자자들… ‘모험’없는 모험자본 콘텐츠 투자업계도 정부가 마중물 쏟아부어야
콘텐츠 전문 VC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제작사 환경은 몇몇 PD가 목숨을 걸고 특정 프로젝트에 베팅하거나 넷플릭스가 아예 진출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까? 침체의 원인은 높은 리스크와 낮은 수익률로 인해 초기 기획 및 개발 단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극한직업’, ‘명량’, ‘신과 함께’, ‘기생충’과 같은 영화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콘텐츠 산업은 성공한다면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이러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 기회를 파악할 수 있는 VC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는 콘텐츠 전문 VC의 설립이 필수다. 콘텐츠 전문 VC 사업을 활성화하고 초기 단계의 콘텐츠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업계는 혁신을 촉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할 수 있다.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지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전문 VC, 업계의 플레이어들, 정부 간의 협력도 물론 필수다.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함으로써 콘텐츠 제작 환경을 변화시켜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서 한국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획기적이고 성공적인 콘텐츠 프로젝트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모험’자본의 부족 현상
한국의 벤처캐피털(VC) 산업은 주로 모태펀드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신규 결성 조합 기준, 대략 20%의 수준의 금액을 모태펀드 혼자서 출자하고 있는 만큼, 벤처투자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올해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문화계정 출자금이 예년과 달리 크게 늘어나면서 문화 콘텐츠 VC뿐만 아니라 다양한 벤처캐피탈들도 참가하시고 했다. 모태펀드가 이번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2,475억원,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641억원보다 734억원, 2020년과 비교해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자연히 업계는 정부의 영향과 규제를 받고 있으며, 그 결과 말 그대로 &모험&을 하는 자본이 부족하다. 이 문제는 콘텐츠 산업을 넘어 한국 VC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하더라도 이들은 더욱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리스크가 큰 콘텐츠 제작 시장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단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정작 우는소리만 할 뿐, 중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어 있다.
현재 국내 콘텐츠 산업은 CJ ENM, 카카오 ENM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기업이 오너 차원에서 도전하는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모험 자본’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몇 단일 기업의 힘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아직도 세제 지원안조차도 제대로 수정하지 못하고 있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더욱 저해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원작자 등 초기 단계의 문화 콘텐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위험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씨앗부터 제대로 길러야 한다. 뿌리 단계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높은 위험으로 인해 자금이 잘 흘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행 제도 개선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조치가 필요하다. 기존 초기 단계 펀드나 취약 분야 자펀드에 대해서는 펀드 운용 기간 연장, 정부 출자 비율 상향, 주요 목표 비율 하향, 손실보전 우선,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해 취약 분야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단계는 과학기술 투자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제작 초기 단계의 콘텐츠 개발자에게 연구 장려금과 같은 무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지원금을 받은 프로젝트 중 유망한 프로젝트는 콘텐츠 가치를 평가해 투자 대상으로 선정하고 모태펀드 문화계정이나 여타의 펀딩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한다. 이 방식은 과학기술계의 연구 지원금과 유사하며, 상환 의무나 신용불량 위험이 없기 때문에 초기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에 특화된 신용평가 및 가치평가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존 은행권 신용평가 체계는 문화산업 대출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가치평가와 연계한 신용평가 체계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콘텐츠 전문 VC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세금 감면 및 기타 인센티브를 도입함으로써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여 더욱 활기차고 경쟁력 있는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져 한국 시장이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기업의 단순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전문 VC 육성의 필요성
콘텐츠 제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전문 VC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VC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콘텐츠 전문 VC는 필요한 재정적 지원과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산업을 활성화하고 차세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던 IT 분야 투자 실적이 우수한 대형 투자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현재 문화계정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과 신기술사업자는 소수에 불과해 저변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을 문화산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투자 분야와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 내 투자 가능성을 혁신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유인을 창출할 수 있으며, 기존에 문화산업에 투자했던 기관 외의 주요 출자자들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더 많은 스타트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현재의 투자심사 기준은 초기 벤처캐피탈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이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생 벤처캐피탈이 참여할 수 있는 특정 분야의 펀드군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은 초기 단계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전략적 투자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획 및 개발, IP 확보, 시나리오 작성, 캐스팅 단계가 포함된다. 콘텐츠 전문 VC는 이러한 초기 단계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성공적인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VC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 TV 프로그램, 기타 문화 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 포트폴리오에 투자해야 한다. 콘텐츠 전문 VC는 영화 제작사, 배급사,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공공 투자자와 같은 업계 파트너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강력한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자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투자 전문성 제고를 위해 단순히 콘텐츠 투자 경력 연수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문화산업 전문 투자심사역의 교육과 인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준비 사업으로 콘텐츠진흥원 등 전문 단체와 함께 투자심사역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콘텐츠 투자심사역의 역할에 대한 성과평가를 기존과 다르게 반영하여 투자심사 시 취약 분야 투자 시 실적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정량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콘텐츠 전문 VC의 과제와 역할
콘텐츠 전문 VC, 정부 기관, 업계 파트너 간의 협업을 장려하여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강력한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적 접근 방식은 노력을 간소화하고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크리에이터가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콘텐츠 산업을 기술, 디자인, 관광 등 다른 분야와 연결하여 분야 간 시너지를 촉진한다.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을 장려함으로써 한국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국내외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콘텐츠 중심 VC는 콘텐츠 산업 내 인재와 기술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콘텐츠 제작자가 전 세계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성 워크숍, 영화 제작 과정, 멘토링 프로그램과 같은 이니셔티브는 기술 개발을 위한 귀중한 인사이트와 기회를 제공한다. 콘텐츠 제작이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됨에 따라 콘텐츠 전문 VC는 투자 전략에서 기술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가상 현실, 인공 지능, 고급 시각 효과와 같은 첨단 기술의 개발을 지원하면 콘텐츠의 품질과 참여도를 향상시켜 콘텐츠 제작자에게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도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하다. 한국은 저작권법 및 특허 규정과 같은 강력한 지적 재산권 보호 조치를 시행하여 창작자가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한국은 콘텐츠 개발 전략에 글로벌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는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국내 인재를 육성하며, 전 세계의 다양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 등이 있다.
한국은 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털이 대담하고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려함으로써 콘텐츠 산업에 혁신과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차별화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독특한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높이고 콘텐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한국은 콘텐츠 전문 VC의 힘을 활용하여 콘텐츠 산업을 혁신하고 콘텐츠 제작 및 혁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