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전도연의 한계 없는 행보 [인터뷰]

넷플릭스 ‘길복순’ 전도연 인터뷰 “스핀오프는 없어, 액션 영화는 졸업했다” “새로운 작품으로 또 다른 나를 선보이고파”

사진=넷플릭스

로코부터 액션까지. 이미 ‘톱스타’의 대열에 올랐지만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여배우가 있다. 킬러와 싱글맘 사이의 간극과 화려한 액션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전도연이 그 주인공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도연 주연의 액션 영화로 설경구, 이솜, 구교환, 김시아가 함께했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으로 세련된 연출력을 선보인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길복순>은 지난 2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 첫 상영 당시 전석 매진을 달성하고 기립 박수를 받으며 공개 이전부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공개 이후에는 변 감독 일베 논란과 청소년 일탈, 동성애 등 각종 논란과 더불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영화 부문(비영어) 1위에 오르는 등 당당히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논란을 무력화시킨 것은 출연 배우들의 열연. 특히 길복순 역을 맡은 전도연의 완벽한 액션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이번 작품은 전도연의 첫 정통 액션극. ‘도전’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액션 영화가 처음이라 겁은 났지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내면 후회가 조금 남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첫 액션 장르에 뛰어들었던 각오를 밝혔다.

출연 계기는 남달랐다. 지금껏 ‘팬’이라고 밝히며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한 젊은 감독 중 추진력 있게 시나리오까지 완성시킨 건 변 감독이 유일했고, 이에 합류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도연은 “항상 젊은 감독님과 일을 하고 싶었다. 변 감독님의 전작들도 너무 재밌게 봤었고, 자식이 없는 감독님이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고 작품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전했다.

받아 든 시나리오 속 길복순 캐릭터는 전도연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그는 “처음엔 복순이 캐릭터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이어서 감독님께 이렇게 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감독님은 ‘선배님이 그런 모습이다’고 말하더라.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내 모습이 달라지는 걸 녹여낸 것 같았다”고 말하며 “관객들에게 길복순 캐릭터가 잘 받아들여질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잘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첫 촬영 당시 변 감독과 싸웠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전도연은 “변 감독님은 배우를 틀 안에 가둬놓고 찍는다고 하시더라. 색다른 방식이 궁금해서 함께 해보고 싶긴 했는데, 막상 첫 촬영에 들어가니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배우의 감정이 너무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따졌고, 싸우기도 했다”고 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처음 느껴보는 방식에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고 덧붙이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변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킬러 역을 소화하며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선 피 같은 노력이 필요했다. 전도연은 완벽한 킬러로 분하기 위해 등 근육을 만들고, 식단을 조절하며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히며 “나는 숙련된 배우가 아니라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 지금은 등 근육이 다 없어졌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단백질 위주로만 먹으며 식단 조절을 했다. 술도 끊었는데, 생각보다 근육이 빨리 생기질 않더라. 트레이너 선생님과 변 감독님은 만족스러워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영화와 관련해 <킬빌>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선 “<킬빌>은 액션 영화지만 <길복순>은 킬러, 액션과 함께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있다”고 차별점을 이야기했다. 또한 액션씬을 촬영하며 아쉬웠던 점을 밝히며 “동작이 연습한 만큼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 특별출연을 해준 황정민 배우님은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했지만 아쉬워서 계속해보고 싶었다. 근데 막상 완성된 영상을 보니 괜찮은 것 같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작품에서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꼽히는 식당에서 동료 킬러들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면서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전도연은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다친 줄도 몰랐는데, 주저앉아있던 상태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며칠 후 금방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전도연은 전작인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고등학생 딸을 둔 행선 역을 맡은 데 이어 이번 작품에선 중학생 딸을 둔 싱글맘으로 분했다. 연이어 두 작품에서 청소년 딸을 둔 ‘싱글맘’을 맡은 것에 대해 그는 “행선과 복순 모두 서툰 엄마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행선은 어떻게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인물이었고, 복순은 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두 엄마 모두 나와 비슷하다. 나도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데, 아이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며 엄마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건 너무 어렵고, 한 아이를 키운다는 게 무서울 때가 있다”고 말하며 행선과 복순을 연기하며 공감했던 부분에 대해 말했다.

이어 작품 속 딸의 ‘동성애’를 알게 되며 고민했던 장면에 대해 그는 “복순을 연기하면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까 생각해봤다. 나도 결국 복순이처럼 딸을 응원하는 선택을 할 것 같다. 딸도 딸만의 인생이 있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끔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정도 컸으면 내가 품 안에 끼고 돌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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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함께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먼저 특별출연으로 극초반을 장식해준 황정민에 대해 “일본인 캐릭터라 감독님은 일본 배우를 섭외하고 싶다 했지만, 팬데믹의 영향으로 쉽지 않았다.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황정민씨가 많이 생각났고, 일본어도 해야 하고 액션도 해야 해서 선택하기 어려웠을 텐데 선뜻 수락해주셨다. 촬영 당시 너무 춥기도 했고 열악했는데, 완벽한 액션과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말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전작 <일타스캔들>에서 아역 배우로 활약한 이연 배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도연은 “이연 배우는 <길복순>에서 먼저 만났다. 굉장히 밝은 친구였고 촬영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일타스캔들> 촬영 당시 나의 20대 시절을 맡아줄 아역 배우가 필요했는데, 감독님이 마땅한 배우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연 배우를 추천했다”고 비화를 밝혔다.

작품의 또 다른 주축을 맡아준 설경구와는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며 애절한 감정선을 선보였다. 전도연은 시나리오상에서는 멜로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완성본을 보면서 아련한 복순과 민규(설경구 분)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고 밝히며 “<길복순>에서 로맨스는 설경구씨가 만들었다. 차민규는 복순 옆에서 늘 산처럼 버티고 있다. 특히 엔딩 장면은 너무 슬펐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들이 이런 사랑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고 곱씹었다.

이와 함께 작품 공개 후 많은 의견이 오간 ‘길재영(김시아 분)의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도 공개했다. “극중 재영의 아버지가 민규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는데, 감독님한테 여쭤보니 민규는 아버지가 아니라고 하더라. 복순이 민규에게 가지는 마음도 그렇고, 몸을 섞는 희성(구교환 분)에게 가지는 마음도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내 생각엔 복순이 민규에게 가진 마음은 존경심이고, 민규가 복순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지만 서로의 인생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희성은 육체적 관계도 있지만 동료로서 의지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극중 복순과 민규가 선보이는 케미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스핀오프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전도연은 “스핀오프는 안 할 것 같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제 액션은 졸업했다. 감독님도 액션은 처음이라셨는데, 배우들이 너무 고생하는 걸 보고 고통스럽다고 하셨다. 액션 영화는 다시는 안 하실 거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길복순>은 ‘역시 전도연’이라는 말과 함께 그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남을 예정. 전도연은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에 사람들이 나는 작품성 있고 진지한 작품만 할 거라고 생각하더라. 계속 연기를 하고 싶으면 이런 오해를 스스로 깨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이 그 결과다. 두 작품 모두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 감독님들의 역할이 컸고, 앞으로도 배우로서 내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이미지를 소모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이어 두 작품을 성황리에 이끌며 잠시 휴식기를 가질 수도 있지만, 전도연은 벌써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그의 차기작 소식에 네티즌들은 기대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도연은 “기대를 안하시는 거 보단 기대를 받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에 당연히 따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데 기대가 없다면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며 “지금 막 들어온 작품 시나리오가 있는데, 차기작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칸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연기 도전에 나선 전도연은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그가 그려낼 캐릭터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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