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얘들아, 꼭 살아남자”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 파트1 호불호 갈리는 각색과 연출 파트1의 아쉬움, 파트2에 쏠리는 관심
티빙(TVING)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작품이 있다. K-학원전쟁물의 진수를 보여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이다. 역대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연출 성용일, 크리에이터 이남규, 극본 윤수,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지티스트)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괴생명체가 지상으로 낙하하자 수능을 50일 앞둔 고3 수험생에서 군인이 된 성진고 3학년 2반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네이버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지난 3월 31일 공개된 파트1(1~6화)에서는 괴생명체의 침공에 맞서 처절한 전투를 시작하는 3학년 2소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학교는 훈련장으로 바뀌었고 학생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펼쳐야 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불평하다가도 함께 지내온 선생님과 친구들의 죽음이 이어지자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성장해간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파트1 공개 후 지금까지 티빙에서 공개된 모든 오리지널 드라마 중 첫 주 기준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주차에서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차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공개 전 프랑스 드라마 시리즈 선정 행사인 시리즈 마니아(Series Mania)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과 먼저 만났던 작품은 5점 만점에 4.14점을 달성, “스토리 라인이 좋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몰입감 굿. 쫄깃하게 잘 끌었다”, “뭉클하고 짜릿하다”, “아이들의 처절한 모습이 과몰입을 유발한다”, “얘들아! 꼭 살아남아라”,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울컥한다” 등의 평가가 쏟아졌다.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은 다 변화를 겪는다. 학생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성용일 감독의 말처럼, 호평의 중심에는 누구보다 빛나는 학생들의 성장기가 있다. 극 초반 이른바 ‘빌런’ 같이 이기적이기만 하던 아이들도 친구들과 함께 전쟁을 겪으며 진한 인간미를 선보인다. ‘범생이’에 ‘아웃사이더’ 같던 학생들도 마찬가지. 아이들은 위기를 겪으며 친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나서고, 희생된 사람에게 마음 아파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원작과는 다르게 표현했지만 극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구체’의 모습도 한몫했다. 단순히 원형이던 웹툰의 구체와 달리 성 감독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구체의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불가사리와 꽃잎 모양을 딴 구체를 제작했다. 새로운 구체의 모습은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성 감독은 한층 생동감 넘치는 크리처를 만들어내며 구체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원작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실사화의 한계’ 인지. 원작과 다르게 흘러가는 중심 줄기나 전개 방식에서 답답함이 차오른다. 특히 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형 구체 하나에 다수의 아이들이 방 안에 갇혀 버린다거나, 구체가 코앞에서 달려오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학생들의 모습은 개연성과는 거리가 멀다.
‘구체’라는 크리처의 기본 설정에도 의문이 든다. 실제로는 지구의 생존이 달려있을 뿐만 아니라 철저히 훈련된 무장 군대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강하다는 기본 설정이지만, 극중 소형 구체는 위협적이지만 충분히 해치울 수 있는 정도의 수준. 제대로 된 사격 훈련을 받지 못한 학생들조차 구체를 어렵지 않게 제거한다.
군인과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구체의 약점을 찾으려는 장면에서도 의문이 든다. 그들은 구체를 고온에 노출시키며 약점을 찾으려 하지만, 막상 저온에서는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구체가 저온에서 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극 초반에도 언급됐지만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것. 파트2를 통해 시간적 배경이 겨울로 흘러가면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파트1에서 보여준 스토리에선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이다.
원작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대한 내용도 부족하다. 하일권 작가는 웹툰을 통해 ‘지구를 침략한 구체’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구체는 단순히 극을 이끌어가는 배경이었고, 작가는 ‘대학 입시’만을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풍자를 비롯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하지만 실사화 작업에서 구체의 침략과 CG, 영상에 집중한 나머지 사회 풍자는 모두 진부한 메시지로 전락했다. 하 작가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비판적 메시지로 풀어냈지만 드라마에선 이 부분이 각색 되어버린 것.
진부한 메시지와 클리셰, 미흡한 연출은 극의 호불호를 불러왔다. 원작보다도 디테일하게 살린 크리처의 모습이나 CG는 훌륭했지만, 군데군데 큰 구멍이 뚫려있는 스토리와 의문을 품게 하는 개연성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아쉽다.
인기 웹툰의 실사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남았지만, 극한의 위기 속 단단해진 학생들의 성장 스토리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원작과 다른 방향의 이야기는 앞으로 공개될 파트2를 향한 우려로 드러나고 있지만, 새로운 결말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오는 21일 찾아오는 파트2(7~10화)에서는 낯선 환경에서 공포에 마주한 3학년 2소대 아이들의 생존기가 그려질 예정. 또 다른 위기를 헤쳐 나가며 다시 한번 성장할 학생들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