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이 만드는 디스토피아 속 유토피아, 넷플릭스 ‘택배기사’ [현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 제작보고회 “액션과 엔터테이너적 요소, 사회적 메시지 모두 담았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는 이야기”

사진=넷플릭스

김우빈과 송승헌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펼쳐진다.

10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김우빈, 송승헌, 강유석, 이솜과 조의석 감독이 참석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혜성 충돌로 급격하게 사막화가 진행된 암울한 디스토피아 속 희망을 찾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은 2018년 아시아필름마켓에서 E-IP피칭 어워드를 수상, 영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세련된 영상미, 액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온 영화 <마스터>,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김우빈과 송승헌의 조합으로 공개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두 사람과 함께 강유석과 이솜이 주연을 맡았다.

이날 조의석 감독은 <택배기사>의 영문 제목을 ‘BLACK KNIGHT’라고 소개하며 “작품에 등장하는 택배기사는 낮에는 산소와 생필품을 배달하는 택배기사이지만, 밤에는 난민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생필품을 나눠주며 자경단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모습이 ‘블랙나이트’ 같아서 영어 제목을 ‘BLACK KNIGHT’로 정했다”고 숨은 의미에 대해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시리즈 제작에 나선 조 감독은 “원작 웹툰을 봤을 때 그 세계관이 너무 좋았다. 또 산소와 생필품을 나른다는 미래의 택배기사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고 연출을 맡은 계기에 대해 전하며 원작과의 차별점에 대해 “원작의 세계관은 그대로 채택했다. 하지만 원작의 세계관이 너무 방대하고 캐릭터와 그들의 서사 등 많은 내용을 영상으로 담기는 어려워 많은 것을 압축했다. 새로운 캐릭터와 내용을 가져왔고, 원작 작가님도 이를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소통하면서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첫 시리즈 연출인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고. 조 감독은 “에피소드가 6개인데, 영화 두 편을 찍는 에너지 소모를 느꼈다. 드라마 연출하시는 분들 모두 대단하다. 잘해보고 싶어서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과 액션씬을 넣었는데, 그 과정이 재밌었다. CG가 큰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 배우들은 거의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했다. 감정을 잡거나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다들 배테랑이더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또 CG팀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생한 CG팀들 너무 고맙다”고 말하며 작품을 함께한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김우빈은 극중 산소를 공급하며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는 천명그룹에 속한 택배기사지만, 밤에는 난민들을 돌보며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고 하는 ‘블랙나이트’로 변해 천명그룹에 맞서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하는 5-8역을 맡았다.

영화 <마스터> 이후 다시 한번 조 감독과 만나게 된 김우빈은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팬데믹으로 모두 마스크를 쓰던 상황이었다. 5-8 역할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가더라. 특히 5-8 역이 궁금했고, 이전에 감독님과 <마스터>를 찍었을 때 즐거웠던 기억이 많아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의 세계관과 5-8 역할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우빈은 “택배기사는 생존을 위해 생필품을 제공하는데, 주위에서 오는 공격을 뚫고 전달해야 한다. 강한 사람들만이 택배기사로 활동할 수 있다. 5-8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인물이다. 또 난민 출신의 택배기사인데, 난민이라는 이유로 버림받는 인물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5-8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이해해 그가 만들고 싶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천명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류석 역을 맡은 송승헌은 <대장 김창수>에 이어 다시 한번 악역에 도전한다. 류석은 산소를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송승헌은 류석 캐릭터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보면 악역이지만, 류석은 나름대로의 신념과 이유가 분명한 인물이다. 그런 부분을 함께 봐주신다면 마냥 나쁜 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헌은 김우빈과 마찬가지로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가장 큰 이유로 조의석 감독을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감독님과는 개인적으로 20년 이상 된 오랜 친구 사이라 감독님을 믿었다. 감독님이 2-3년 전 <택배기사>를 기획하고 계실 때 작품이 가진 세계관이나 미래에 사막화된 지구라는 설정에 궁금증이 생기더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달라고 했다”며 “알고 보니 2002년 오늘(10일)이 감독님과 함께 했던 작품 <일단 뛰어>가 개봉한 날 이더라. 감독님과 인연이 신기하고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조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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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은 난민 사월의 생명의 은인이자 군 정보사 소령 설아 역을 맡았다. 작품에 출연한 이유와 캐릭터에 대해 그는 “감독님이 펼칠 이야기가 궁금해서 출연을 결심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택배기사라는 존재가 매력 있었다. 내가 맡은 설아는 사월이를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고, 씩씩하고 리더십도 가지고 있다. 천명그룹과 류석을 의심하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하며 “이번 작품에서 액션도 하고 총도 많이 잡는다. ‘총잡이솜’이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택배기사>는 김우빈과 이솜이 오랜만에 재회한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솜은 “김우빈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가 엄청 됐다. 첫 촬영 때 김우빈이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데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반가운 티를 많이 못 냈다”고 말했고, 김우빈 역시 “난 반가운 티를 많이 냈는데 이솜은 안 그러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솜과 데뷔작을 함께했었다. 너무 반가웠고 옛날얘기도 많이 했다. ‘우리 둘 다 잘 살아남았구나’ 싶더라”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치열한 오디션 끝에 사월 역을 맡은 강유석은 “작품 속 SF적 요소와 액션 때문에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또 대본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는데, 시청자분들도 그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사월 역할에 대해선 “밝고 용기 있는 친구”라고 소개하며 “5-8을 선망하며 살아가는 난민이다. 난민이 살 수 없는 구역에서 지내면서 택배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아이”라고 소개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염두해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강유석은 “사월이를 연기할 때 하고 싶은 대로 표현했다. 활발하고 밝은 캐릭터로, 사막화된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어두운 세상에서도 희망을 품고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액션 장면이 많은 탓에 조 감독에게 “액션 괴물이 되어라”라는 지령을 받았던 순간도 회상했다. 강유석은 “세 달 정도 액션 연습을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 기초 체력 훈련부터 합 맞추기까지 ‘액션 괴물’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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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자동차를 통해 선보이는 카체이싱, 총격 등 많은 액션씬이 등장한다. 김우빈은 가장 인상 깊었던 액션 장면으로 “과거 회상 장면에서의 액션씬”을 꼽으며 “과거 회상씬이라 덜 다듬어진, 투박한 액션이지만 그가 세상에 가진 분노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5-8이 표현하고 싶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시청자분들께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함께한 세 배우들도 관전 포인트에 대해 언급했다. 강유석은 “황폐화된 서울의 모습과 지금의 서울을 비교해 보시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또 작품 속 각 캐릭터가 모두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신다면 그 매력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송승헌은 “기존에 본 적 없는 스토리와 설정이다. 각 캐릭터 간의 갈등과 대립에 초점을 맞추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솜은 “나를 포함해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많다. 이들이 스토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 예정이다. 그 부분을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짚었다.

<택배기사>의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 것과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라는 설정은 영화 <매드맥스>를 떠오르게 한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매드맥스>와는 다른 이야기다. 최근 넷플릭스 <정이>, <사냥의 시간> 등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 많았는데, 우리 작품이 좀 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있지 않나 싶다”고 자신했다. 작품 속 난민에 대한 문제와 계급이 나뉘는 사회에 대한 설정은 현실에서도 이슈가 되는 문제다. 조 감독은 “5-8은 디스토피아에 살지만 유토피아를 꿈꾼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녹이고 싶었다”고 작품이 담아낸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송승헌은 작품이 가진 메시지로 ‘환경’을 꼽았다. 그는 “익숙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세상을 보고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산소 마스크가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을 경험하며 저런 세상이 진짜 오게 된다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낀 바를 털어놨다. 또한 송승헌은 극한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황폐한 세상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 또 그들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재미도 있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오는 12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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