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外柔內剛) 김우빈 [인터뷰]

넷플릭스 ‘택배기사’ 김우빈 인터뷰 5-8 캐릭터 위해 액션 참여, 흡연은 CG로 “배우는 직업, 행복과 건강 중요” 진정한 삶의 가치 강조

사진=넷플릭스

강한 김우빈. 그리웠던 모습이다. 그런데 온도가 조금 다르다. 끓는 점에 도달한 열기가 아닌 여유로움 가득한 따뜻함이다. 행복과 건강 전도사로 돌아온 인간 김우빈의 이야기.

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연출·각본 조의석)로 돌아왔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이윤균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우빈은 황폐화된 세상에 전설이 된 택배기사 5-8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우월한 피지컬과 낮은 목소리,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구축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켜 흥행을 이끌었다. 지난 12일 첫 공개 이후 단 사흘 만에 3,122만 시청시간을 기록한 <택배기사>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형 SF,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가 고전했던 것과 달리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입증했다.

김우빈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까, 기대를 안 하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분들께 소개하는 게 목표였는데, OTT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글로벌 흥행 소감을 전했다.

글로벌 순위와 관계없이 일각에서는 ‘특별한 세계관에 입혀진 뻔한 소재가 실망스럽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나 역시 평가와 관계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있다. 어떤 작품이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서 “작품 제작 과정이 행복했고, 많이 봐주시고 호흡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보완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김우빈은 지난 2017년 5월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2019년 11월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고, 영화 <외계+인> 1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예능 <어쩌다 사장2> 등에 출연해 얼굴을 비췄다. 최근 출연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는 투병 중 느낀 솔직한 마음과 건강에 대해 달라진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은 투병 전후 달라지지 않았다는 그는 “내가 할 일에만 집중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감사한 부분이 많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줄 알았다. 동료들 영양제는 챙겨주면서 정작 나는 안 먹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건강을 한 번 잃어보니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더 감사하게 지키려고 한다. 다 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누구보다 건강해졌다는 그는 건강 악화로 인해 강제 휴식기를 가져야 했을 때 많은 것을 느꼈다고. “돌아보니 내 삶은 없고 일이 전부더라.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찾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는 직업이다. 지금은 내 삶이 더 중요하다. 전에는 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밤낮을 바꾸면서까지 컨디션을 조절했는데, 이제는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루틴을 깨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우빈은 5-8에 대해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아픔과 분노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극심한 대기 오염’이라는 설정으로 거대한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마스크를 쓰고 액션할 때는 얼굴에 접착제를 붙였고, 대사 전달이 안 돼 후시녹음을 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황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또 5-8은 헤비 스모커 설정에 액션도 많았다. 영화 <마스터>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김우빈과 함께하게 된 조의석 감독은 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액션 대역과 흡연 설정 제거를 제안했다. 그러나 김우빈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주 어려운 액션 장면 빼고는 직접 연기를 했고, 흡연 장면은 100% CG로 가공했다. 앞서 조 감독이 인터뷰로 밝히지 않았다면 특수효과인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김우빈의 연기와 CG는 감쪽같았다.

“조 감독님이 제 건강을 생각해 흡연 장면을 빼자고 했는데, 황폐화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목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캐릭터랑 너무 잘 어울렸다. 담배를 CG로 표현할 수 있으면 연기로 해보겠다고 했다. 모형 담배로 연기를 했다. 담배 연기로 눈이 따갑거나 재가 떨어지는 타이밍에 털어내는 것 등을 계산해서 연기했다. 처음이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액션 장면에서도 촘촘하게 디테일을 쌓았다. 과거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현재에는 체력적, 기술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동요하지 않는 단단함을 드러냈다. 유독 액션(싸움)이 많은 캐릭터를 맡게 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왜일까요?” 반문하며 “외모적 느낌과 체격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최근 유튜브 콘텐츠(픽시드)를 통해 신인 모델들과 블라인드 대화를 나눈 김우빈은 남다른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후배가 부당한 일을 고백하자 표정을 굳히며 대신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후배들을 오랜만에 만나보니 ‘내가 너무 아저씨가 됐구나’를 느꼈다. 진짜 (선배인 걸) 안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알아채더라. 너무 충격이었다”면서 “참 빛나는 친구들이었다. 지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면 좋겠다. ’80착장에 40만원’ 준 사장님은 꼭 반성하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의 김우빈은 ‘행복’과 ‘건강’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 하루 세끼 먹는 것 같은 거 말이다. 아침에 눈 떴는데 해가 쨍쨍하면 컨디션이 좋아진다. 커튼을 열었을 때 해가 쫙 들어오면 거기서 행복함을 느낀다”는 그는 매일 감사일기를 작성 중이다. 어제는 “잘 자고 하루 시작하게 해줘서 감사하다. 맑은 날씨 감사하다. 마음 불편함이 없어 감사하다. 운동을 적당히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적었다고.

바쁜 만큼 감사함을 느낀다는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나를 찾아주길 원하고 바랐는데, 일이 많아져 몸이 힘드니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나 자신한테 깜짝 놀랐다. 원하던 일인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까 징징대고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은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병 이후 많은 이들이 “몸 괜찮은지?” 물어왔다. 걱정이 감사했지만, 부담으로 다가온 적도 있다. “현재 몸 상태는 전보다 훨씬 건강하다. 몸에 안 좋은 걸 안 한다”는 그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에서 건강을 운동으로 습관까지 바꾸며 건강 관리에 철저하게 임하고 있다. 또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건강을 잘 유지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 내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건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우빈은 “<택배기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똑같은 상황에서 살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다. 이 작품을 통해 당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고, 행복해야 마땅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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