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정체기, 이유는 OTT?”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 첫 0%대, 매출액도 떡락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 0.67%, “역대 최저” VOD 매출, 2018년 이후 매년 하락세 넷플릭스가 밀어낸 IPTV? “OTT가 대세라…”
IPTV 등 유료방송이 최악의 정체기를 맞이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 현황』에 따르면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및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반기인 2022년 상반기 대비 겨우 24만명 증가한 수치로, 증감율은 0.67%다. 유료방송의 증감율은 가입자 수 집계를 시작한 2015년부터 대체적으로 감소해왔지만, 가입자 수 증가율이 1%대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1년 전인 2021년 하반기 증가폭(52만명)에 비하면 절반에 가까운 기록이다.
사업자 별 가입자 수(시장점유율)은 KT가 약 878만 3,984명(24.23%)으로 가장 높았고, △SKT 브로드밴드(IPTV) 641만 9,536명(17.71%) △LG 유플러스 536만 2,089명(14.79%) △LG 헬로비전 369만 9,046명(10.20%) △KT 스카이라이프 295만 3,347명(8.15%) △SK 브로드밴드(SO) 283만 1,064명(7.81%) 순으로 나타났다.
IPTV와 SO, 위성방송사로 구분한 매체별로는 IPTV 3개사에서 총 2,056만 5,609명(56.74%)이 증가했고,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14개사에서 1,272만 9,441명(35.11%), 위성방송사가 295만 3,347명(8.15%)로 집계됐다. IPTV 가입자는 0.63% 증가했지만 SO와 위성방송 가입자는 각각 0.51%, 0.12% 감소했다.
증가율 감소폭과 함께 매출액도 문제가 됐다. 지난 14일 발표된 『2022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유료방송의 주요 수입원인 유료 VOD 매출은 △2016년 7,055억원 △2017년 7,510억원 △2018년 8,151억원 △2019년 7,848억원 △2020년 7,487억원 △2021년 6,23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소폭 증가해 2018년 정점을 찍더니, 2019년부터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이다.
한 IPTV 관계자는 “IPTV VOD는 국내 개봉 영화들을 빠르게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제작투자를 이끄는 기반 중 하나였는데, 매출 하락으로 심각한 국면을 맞이했다”고 밝히며 “OTT가 대세가 되면서 IPTV의 VOD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도 편성 전략을 OTT에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불어 닥친 위기의 원인으로 OTT의 약진을 꼽았다. 2019년에서 2020년 팬데믹을 계기로 OTT가 도약을 시작했고, IPTV VOD 매출액은 하락을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의 규모는 매년 상승세다. 최근 업계 1등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가입자 정체와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 등의 늘어나는 적자 규모 등 OTT 시장 또한 안정세는 아니지만, 2012년 1,085억에 그치던 시장 규모는 2018년 5,136억을 거쳐 2020년 7,801억, 2021년 1조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유료방송이 OTT에 빼앗긴 것은 시청자만이 아니다. 최근 방송 3사나 CJ ENM을 비롯한 대표 콘텐츠 공급자들은 유료방송과 OTT에 동시에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OTT 오리지널 콘텐츠로 OTT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MBC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한 예능 <피지컬: 100> 이 하나의 사례다.
매출 하락으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IPTV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대작 VOD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급된다. 또한 최근 발표된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안도 유료방송사에는 위기다.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계획이지만, 대규모 투자로 넷플릭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독점할 수 있게 됐고 제작비의 차이는 IPTV에서 볼만한 VOD가 더욱 감소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유료방송을 보지 않고 OTT만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OTT 서비스를 가입하면 기존에 시청하던 IPTV나 케이블 TV를 해지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TV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진 이유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유료방송은 통상 결혼이나 이사 등 가정 내 변화가 활발해야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구조인데, 혼인률 감소에 부동산 침체까지 겪으며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KT와 SK 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등 IPTV와 유료방송 업계는 해결책 찾기에 한창이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바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고, 이용 채널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22년과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거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마케팅에 더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
추락하는 IPTV의 행보에 “OTT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주장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연간 1,800억원 이상을 납부하는데, 이 중 IPTV가 35%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OTT도 국내 방송제작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혜택을 누리고 있는 만큼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