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땐?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무계획으로 떠나는 단 하루의 여행 “멍 때리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웨이브

떠나고 싶다면, 박하경처럼!

이나영의 첫 OTT 도전작 <박하경 여행기>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 박하경(이나영 분)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 여행을 떠나 일상과 전혀 다른 풍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5월 24일부터 총 8부작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이나영과 함께 배우 구교환, 길해연, 박인환, 선우정아, 심은경, 조현철, 한예리 등이 특별 출연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박하경 여행기>의 주인공 박하경은 ‘걷고, 먹고, 멍 때릴 수 있다면’이라는 취지로 여행을 떠난다. 비가 오는 날은 동네를 유랑하기도 하고, 부산, 속초, 대전, 제주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기도 한다. 박하경의 여행은 우리가 흔히 알던 ‘여행’과는 결이 다르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 색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에서 비슷하기도 하지만, 박하경은 특별한 목적도, 동행도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버린다.

무계획으로 떠나는 여행은 밋밋하다. 박하경의 여행에 “거기까지 가서 왜 아무것도 안 하냐”는 시선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의 여행은 목적과 계획이 없기에 더 아름다웠다. 템플 스테이를 위해 떠난 절에서 ‘스테이’를 포기한 박하경은 반나절 남짓한 시간 동안 주지스님 앞에서 방귀를 끼는 소설가(박현우 분)을 만나고, 묵언 수행을 하는 보살(선우정아 분)을 만난다.

상담시간에 머리를 짚게 만드는 학생의 등장에 옛 제자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기차에서 어쩌다 내리게 된 대전에서는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만화가 구영숙(길해연 분)과 우연히 만나 짧은 여행을 떠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보기 위해 떠난 부산에서는 생각도, 동선도 너무나 같은 남자(구교환 분)를 운명처럼 만나, 숙박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깬다. 모든 빵집을 돌아보겠다는 목적으로 떠난 제주도에서는 ‘달팽이빵’을 찾아 돌아다니는 아이의 뒤를 쫓다 목표와는 다른 행복을 찾기도 한다.

좋은 경험만 있진 않다. 버스를 기다리며 무례한 말을 던지는 할아버지(박인환 분)와는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기도 하고, 주말에 이어지는 교장선생님의 전화에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가 지갑을 잃어버리며 어쩌다 만난 동료 선생님(조현철 분)과 학생들에게 버스비를 빌리기도 한다.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이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다.

사진=웨이브

하지만 박하경은 우연히 만난 이들과의 이야기를 현실에 가져오지 않는다. 모든 여행에서 생긴 인연과 이야기는 그저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긴다. 하루 간의 짧은 여행이 끝나면 박하경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진로 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전화를 하고, 교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처리한다. 운명처럼 만난 남자와의 로맨스, 우연히 떠난 여행지에서 마주한 ‘최애’ 작가 등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에피소드에도 <박하경 여행기>가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선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하경 여행기>는 박하경이 떠나는 여행지에서 그의 발자취만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회의 여행지인 해남을 시작으로 부산, 속초, 제주도까지 다양한 풍경은 시각적인 ‘힐링’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가는 박하경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마저 불러일으킨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음식도 다채롭다. 절에서 먹는 절밥과 제주도의 빵, 부산의 밀면까지, 매 회 다른 여행지로 떠나 특별한 음식을 먹는 박하경의 모습은 몰입감을 높인다.

그렇다고 그의 여행기에 아무런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꿈을 찾아가는 사람,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 등 새로운 장소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담겨 있는 현대인의 애환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나영에게 <박하경 여행기>는 ‘도전’ 이었다. 멍 때리기조차 덜어내고 싶었다는 그는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쉬울 줄 알았다. 멍만 잘 때리면 될 줄 알았는데, 의견을 정리하다 보니 ‘현타’가 왔다”며 “정해진 것이 없는 캐릭터라 어려웠는데, 그래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때그때 떠난 여행지와 만난 사람들로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하고자 했다. 에피소드별로 만나는 사람도, 떠나는 곳도 다르니 매력도 모두 달랐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시작한 이나영이 표현한 박하경은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이나영은 <박하경 여행기>를 공백으로 가득 담았고, 이 자유로움은 여백의 미로 다가왔다.

“공감해달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숙제가 될 수 있다. 그냥 쉽고, 편안하게 언제든 멍 때리면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즐기고, 그 여운을 이어 부담 없이 시청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이나영의 바람처럼 <박하경 여행기>가 언제든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꺼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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