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드라마 대신 ‘축구’로 승부한다,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올인’ 전략

‘스포츠 콘텐츠’에 총력 기울인 쿠팡플레이, OTT 침체기에도 나홀로 성장세 K리그 독점 중계부터 해외 스포츠까지, 스포츠 팬 ‘락인 효과’ 톡톡히 누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부담으로 무너지는 토종 OTT, ‘차별화·연계’가 살길

사진=쿠팡플레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구독자 유치를 위해 스포츠 부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과 시즌 내내 구독자를 잡아둘 수 있다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 등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다수 토종 OTT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스포츠 올인’ 전략을 택한 쿠팡플레이는 가입자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등 양질의 스포츠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스포츠 팬’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충성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K리그 등 스포츠 콘텐츠로 ‘입소문’

OTT 시장에서 스포츠 콘텐츠는 드라마·영화 대비 호불호가 적고,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매력이 있다. 실제 다수의 플랫폼이 이 같은 장점에 주목해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OTT를 통해 볼 수 있는 종목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부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스포츠 콘텐츠로 가장 주목받는 OTT는 단연코 쿠팡플레이다. 특히 K리그 중계를 통해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그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쿠팡플레이와 K리그 독점 중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쿠팡플레이는 경기장에 카메라 17대를 설치해 방송의 질을 높이고, 경기 전 프리뷰 쇼, 하프타임 쇼 등을 진행하며 K리그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스포츠 콘텐츠가 타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K리그뿐만 아니라 해외 스포츠 관심층도 쿠팡플레이의 충성 고객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쿠팡플레이는 포뮬러 원(F1)과 북미하키리그(NFL)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종목까지 중계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축구 팬들을 포함해 구독자 전체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쿠팡플레이

스포츠 콘텐츠의 ‘락인 효과’

업계에서도 쿠팡플레이가 락인 효과의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락인 효과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기존 서비스에 머무르는 현상으로, 기존 가입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가입자 유치·유지에 수익성이 달려 있는 구독형 OTT 플랫폼에 주요하게 작용한다.

스포츠 경기는 드라마보다 락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장점이 있다. 드라마는 시나리오, 출연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흥행 여부가 달라진다. 종영까지는 길어야 몇 개월이고, 시청하던 오리지널 드라마가 끝나면 구독을 해지하는 시청자도 많다. 일시적인 ‘미끼 상품’인 셈이다.

반면 스포츠 중계는 해당 종목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꾸준히 시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 개월간 진행되는 프로리그, 약 1년 가까이 진행되는 시즌제 스포츠 경기 등을 중계할 경우 플랫폼은 해당 종목에 관심이 있는 스포츠 팬 시청자를 계속해서 ‘락인’할 수 있는 셈이다.

스포츠 콘텐츠의 락인 효과는 쿠팡플레이의 모회사인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쿠팡플레이 시청권은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가입자에게 제공된다. 쿠팡플레이 시청을 원하는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이커머스 서비스로 유인하는 구조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스포츠 팬 수요를 흡수, 쿠팡플레이와 쿠팡 양쪽의 충성 고객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토종 OTT, ‘오리지널 드라마’ 외 살길 찾아야 할 때

대부분의 토종 OTT 플랫폼들은 ‘가입자 유지’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부분 드라마 등 단기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일시적으로 가입자를 ‘잡아두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는 대규모 제작비 투자를 요한다. 결국 잠시간 가입자를 잡아둘 수는 있어도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은 토종 OTT 플랫폼의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공룡 OTT’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경쟁하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하며 콘텐츠 제작에 목을 매고 있다. 2021년 1,452억원 수준이었던 웨이브의 콘텐츠 원가는 지난해 2,111억원까지 불어났으며, 같은 기간 티빙의 콘텐츠 원가는 707억원에서 1,167억원으로 급증했다.

그 사이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스포츠 중계라는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하는 것은 물론, OTT와 연계된 이커머스 사업 충성 고객까지 유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쿠팡플레이의 사례는 차후 국내 OTT 플랫폼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시사한다. 대다수의 토종 OTT 플랫폼은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고 있다. 이들 플랫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충성 고객을 유치하고, 확보한 고객층을 타 사업과 연계해 다방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등 보다 유연한 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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