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아름답지만 위험한, 넷플 ‘사이렌: 불의 섬’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뜨겁고 강렬한 여성들의 진짜 전쟁 여성들의 연대는 무엇보다 아름답다
장작 패기? 여자라고 못할 건 없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은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모두 갖춘 여성 24인이 6개의 직업군별로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이다. 경찰부터 소방, 경호, 스턴트, 군인 그리고 운동팀까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직업적 사명감을 걸고 뜨거운 승부를 겨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백스피릿>을 연출했던 이은경 PD가 제작을 맡았고, <백스피릿>과 tvN의 두 예능 <윤식당>, <삼시세끼>의 채진아 작가가 함께했다.
힘을 겨루는 일이라면 질 수 없는 24인의 여성들은 고립된 섬에서 6박 7일간 직업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펼친다. 매일 한 번씩 메인 경기장에선 아레나전이 펼쳐지고, 서로의 기지를 뺏는 기지전도 치러야 한다. 각 팀의 기지전은 일과 중 갑작스럽게 울리는 사이렌으로 시작하며, 서로 팀에 숨겨진 수비 깃발을 제거하고 상대 기지를 점령한 팀이 승리한다. 이어 모든 기지를 점령한 한 팀이 최종 우승팀이 된다.
<사이렌: 불의 섬>의 모든 참가자들에게 ‘적당히’란 없었다. 갯벌 경주로 첫 경기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60kg의 깃발을 함께 옮겼고, 기지전에서는 서로의 깃발을 뺏고, 지키기 위해 심리전과 협업, 연막과 기습 등 치열한 전략이 오갔다. 패자부활전에서는 갯벌에서 100kg의 돌을 굴리며 결승 라인을 통과해야 했으며, 생존을 위해 도끼질을 해 불을 피우고, 땅을 파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제목에서 ‘사이렌’은 공습경보인 사이렌을 의미함은 물론, ‘아름답지만 위험한 여자’라는 뜻도 담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홀려 죽이는 신 ‘사이렌’에서 따온 말이다. 제목처럼 참가자들은 아름답지만 또 위험하다. 화장과 예쁜 옷은 내버리고 전투복을 입고 기합을 내뱉는 여성들은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인한 모습으로 사이렌의 의미를 마음껏 표출했다.
이들의 치열한 전투 속에는 직업적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들만 있을 뿐, ‘여성’은 없다. “여자치고 잘한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었다는 이 PD는 24인의 참가자를 여성이 아닌 ‘직업’으로 묶어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았다. 소방팀은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어느 팀보다 빠르게 출동 준비를 마쳤고, 어떤 불 속에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소방관의 정신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배신과 야합이 아닌 긍지와 투지로 물들였다.
군인팀은 뛰어난 전술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상대 팀의 약점을 잡기 위해 남의 진료 내역을 거리낌 없이 열람했고, 연합을 약속했던 팀에 희망이 없자 승리를 위해 그들을 과감히 버렸다. 스턴트팀은 겁이 없다. 어느 팀보다 화끈한 군인팀에게 “군인 언니들 쫄보야”라고 말하는 스턴트팀은 전략보다는 몸으로 부딪친다.
경찰팀은 사소한 것에서 정보를 얻어 암흑 속에서도 상대를 구분한다. ‘언니’인지 ‘선배’인지, 사소한 정보도 이들에겐 상대를 파악하는 증거가 된다. 운동팀과 경호팀도 만만치 않다. 운동팀은 1대 1 경기에서 최강의 피지컬임을 입증했고, 3만 평 규모의 섬을 지침 없이 뛰어다닌다. 특히 경호팀은 누군가를 보호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같은 팀뿐만 아니라 상대팀까지 걱정하는 데 이어 군인팀의 기지가 점령당하자 “우리가 좀 더 빨리 갔으면 어땠을까. 우리를 얼마나 기다렸을까”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전투복을 입고 튼튼한 신체를 자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이들의 ‘연대’다. “여성들의 우정과 노력, 승리가 진하게 담긴 여성 서사물을 만들고자 했다”는 이 PD의 말처럼, 참가자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팀원을 대신해 필사적으로 할 일을 해내고,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온 힘을 다해 경기를 치르는 끈끈한 연대와 진한 서사로 뜨거운 공감과 여운을 선사했다. 스포츠 정신도 빛났다.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 팀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기 충분했다.
이 PD의 깔끔한 연출도 한몫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이 우승자 조작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웨이브 <피의 게임2>이 ‘안전 불감증’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과 달리 <사이렌: 불의 섬>은 여성들의 서바이벌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고, 경쟁이 과열돼 전투가 싸움으로 번질 때 이 PD는 과감히 전투를 중단해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사이렌: 불의 섬>의 종영과 함께 시청자들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누구보다 강한 여자들의 모습과 각 직업마다 다른 부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뜨거운 반응에 이 PD와 채진아 작가는 “<사이렌: 불의 섬>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멋지다. 그 멋짐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물의 섬, 흙의 섬, 바람의 섬까지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센 언니’들의 진짜 전투와 여성들의 끈끈한 연대를 담은 이 작품이 새로운 시즌으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