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학원물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

저조한 TV 학원물 성적, 반면 OTT 학원물은 ‘불패 신화’ 2030 입맛 맞춘 OTT, ‘성공 공식’ 찾았다 사회 비판적 요소 삽입한 점도 성공 포인트

‘지금 우리 학교는’/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약한영웅 클래스 원>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많은 학원물 드라마들은 모두 OTT 작품이다. 반면 TV를 통해 공개된 <학교 2021> 등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았다. OTT와 학원물의 성공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좀비’부터 ‘SF 요소’까지, 달라진 ‘학원물’

OTT 플랫폼이 생기며 학교를 다루는 작품들을 이르는 이른바 ‘학원물’의 정의가 다시 쓰이고 있다. 과거엔 학교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일상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외계의 침공을 받거나 좀비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는 등 온갖 SF적 구상이 공존한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나 티빙의 <방과 후 전쟁활동>이 딱 그렇다.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 작품은 전 세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방과 후 전쟁활동>은 전 세계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외계 구체가 지구인들을 위협하는 사이 정부가 이들을 막아내기 위해 고등학생들의 징집을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티빙 주간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프랑스의 드라마 시리즈 선정 행사인 ‘시리즈 마니아(Series Mania)’에서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웨이브 <약한영웅 클래스 원> 또한 독특한 학원물로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은 상위 1% 모범생 시은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 범석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을 이끌어내며 공개 직후 단숨에 2022 드라마 유료 가입자 1위를 기록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4주 연속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TV에서 방영한 학원물은 대부분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한 조이현은 지난해 1월 종영한 <학교 2021>에서도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있다. <학교> 시리즈는 1999년 처음 방영된 후 큰 사랑 속에 이종석, 김우빈 등의 신예를 배출해 왔다. 시리즈의 명성에 힘입어 KBS2 <학교 2021>이 얻을 성과에도 기대가 모였으나, 첫 방송부터 종영 날까지 시청률이 3%를 채 넘지 못했다.

<약한영웅 클래스 원>의 주인공 박지훈 또한 2021년 방영된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에 출연한 바 있으나, <학교 2021>과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이뤄내진 못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한 이은샘이 주연으로 활약한 SBS <치얼업>도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3위에 올랐지만 시청률은 1~3%대에 그쳤다. 같은 배우가 OTT 작품과 TV 드라마를 찾아 양측 모두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냈음에도 결과는 엇갈린 것이다.

‘학원 2021’/사진=KBS

OTT 학원물의 성공이 눈에 띄는 이유는?

애초 접근성 면에선 TV 드라마가 OTT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OTT의 경우 일부러 가입을 해야 하는 데다, 구독료도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1인 평균 2.7개의 플랫폼을 구독한다. 대중의 입장에서 새로운 OTT를 구독하려면 부담감이 상승하는 만큼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의 콘텐츠가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학원물은 OTT 작품일 때 유독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OTT가 젊은층에게 특히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원물은 2030세대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장르다.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OTT 서비스에 2030세대의 수요가 높은 학원물이 들어서니 젊은 사용자층의 유입이 더욱 늘어 성공의 기반이 넓어질 수 있었다는 논리다.

OTT가 2030세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점도 성공 포인트다. OTT가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웹툰 시장이다. 최근 OTT엔 웹툰 원작의 작품이 늘고 있다. 보통 웹툰작가들은 기성 만화작가에 비해 경력이 짧고 젊은 세대가 많다. 작가 본인이 젊기에 2030세대에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 2030세대를 겨냥한 웹툰 기반의 OTT 학원물이 다수 제작되는 만큼 OTT 학원물의 성과도 덩달아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라는 공간을 한국 사회의 집약판으로서 잘 표현해낸다는 점도 OTT 학원물이 성공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TV 방영 학원물의 경우 연애 등 다소 이상적인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OTT 학원물은 학력사회, 사회적 계급이 나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2030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게 OTT 학원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OTT 작품이 TV 드라마에 비해 소재나 표현의 수위 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단순히 학생들의 순수함, 그 안의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좀비, 괴생명체 등과의 혈투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작품이 줄 수 있는 매력의 스펙트럼이 자연스럽게 넓어진 것이다. 더불어 폭력 장면도 TV 드라마보다 적나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도 있다.

드라마 ‘드림하이’/사진=KBS

다가오는 방학 시즌, 학원물 성공 신화 이어지나

이제 곧 방학 시즌이 다가온다. 방학 시즌은 가히 학원물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방학 시즌에 맞춰 방영한 학원물 드라마는 모두 성공에 성공을 거듭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겨울방학 시즌엔 <공부의 신>이 최고 시청률 25.1%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안착했고, 2011년엔 <드림하이>가 시청자들의 겨울방학을 책임졌다. 이어 2012년에 방영된 <드림하이2> 역시 다시 한번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사실 <드림하이>의 성공을 점쳤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동시간대엔 MBC <역전의 여왕>, SBS <아이리스> 등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으니, 이를 업어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당시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에 <드림하이>가 당당히 랭크인한 것이다. 2009년 <꽃보다 남자>, 2010년 <공부의 신>으로 전해 내려오는 KBS 겨울방학 학원물의 불패 신화를 이어간 셈이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다”는 평이 나와도 학원물은 꿋꿋이 성공한다. SF적 요소가 포함돼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학원물의 성공은 이어진다. TV 시리즈를 넘어 OTT에까지 넘어온 학원물의 성공 신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