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에서 돈 끌어온 CJ, ‘자회사 돌려막기’ 한계점 임박
적자 늪 빠진 CJ, ‘자회사 돌려막기’로 숨통 트고 있지만 매각조차 실패한 CJ CGV, CJ의 미래는 출구전략 짜는 CJ, 콘텐츠 강화 및 해외 진출 노린다
CJ ENM(이하 CJ)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자회사 티빙으로부터 600억원을 빌려 운영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CJ CGV의 운영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티빙마저 흔들리면서 사실상 CJ 자체가 위기에 몰린 모양새다.
CJ, 자회사 티빙에 600억 운영 자금 빌려
CJ는 오는 3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인 티빙과 600억 원을 단기 차입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상환일은 올해 12월 29일까지로 차입 기간은 총 6개월이다.
이번 1분기 CJ는 ‘어닝 쇼크(Earning shock)’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어닝 쇼크란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상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 혹은 그런 상황 때문에 오는 주가 하락을 일컫는다. CJ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4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9%가량 줄었다. 특히 순이익은 950억원 급감했다. 이로써 CJ는 이번 1분기 8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CJ의 적자 전환 원인으로는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거론된다. 티빙은 이번 1분기에만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2021년 9,3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의 영화 제작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 역시 콘텐츠 부재로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올해 전체 적자 규모가 2,000억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티빙의 영업손실이 1,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에서부터 수익성을 제고하지 않는 한 티빙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CGV도 어렵기는 매한가지
CJ의 또 다른 자회사 CGV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CGV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CJ CGV는 매출 1조2,813억원, 영업손실 76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매출 1조9,423억원, 영업이익 1,22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34%나 급감한 셈이다. CJ가 CGV에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CJ 입장에선 사실상 ‘자회사 돌려막기’를 행하지 않는 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매각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CJ는 지난 2020년부터 CGV 매각을 타진한 바 있으나, CGV 인수 의향을 내비친 곳은 마땅히 없었다. 그나마 CGV의 잠재 원매자로 거론되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CGV 인수에 난색을 표했다. CGV를 인수할 경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사업자가 돼 규제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CJ CGV는 전국 각지에 156개의 극장을 운영 중이다. 스크린 수로는 1,146개다. 이들 외에 롯데시네마가 극장 120곳(스크린 860개), 메가박스가 극장 100곳(스크린 686개)을 운영하고 있다. 둘 중 한 곳만 CJ CGV를 인수하더라도 70%대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결국 CGV 인수엔 ‘스크린 독과점’ 이슈가 뒤따라오는 셈이다.
지금 문 닫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토종 OTT 어쩌나
이런 가운데 22일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에 향후 4년간 25억 달러(약 3조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작품뿐 아니라 창작 시스템 및 교육 등 카메라 안팎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행할 것이라 밝히며 한국 콘텐츠 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사전 예고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 확대는 일견 콘텐츠 업계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업계 내부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표출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금 확대는 결국 제작 단가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제작비 부담을 떠안은 중소제작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투자는 결국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중소형 제작사 입장에서는 자금 압박에 결국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 업체들이 지금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의 적자는 각각 1,191억원, 1,213억원, 55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사의 영업손실 합산은 총 2,959억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렇듯 자회사 돌려막기로 겨우 숨통을 트고 있는 CJ는 앞날이 어둡다. 특히 CJ가 신경 써야 할 자회사가 티빙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은 CJ에 있어 더욱 악재가 아닐 수 없다. CJ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피프스시즌과 티빙의 콘텐츠를 강화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겠다 밝혔으나, 이 같은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