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도 ‘할리우드 진출’ 가능한 시대, 해외 진출 양상 달라진 배경은?
최민영 “할리우드 오디션 경험하려다 합격, 이후엔 글로벌 1위까지” ‘국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하던 과거와 많이 달라 글로벌 OTT 성공 위해 ‘한국적 콘텐츠’ 제작이 필수가 된 시대
소속사 없이 직접 연락을 취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미국 오리지널 <엑스오, 키티 XO, Kitty>에서 한국 고등학생 대(Dae) 역을 맡은 최민영과 애플TV플러스 <파친코 Pachinko> 시리즈의 김민하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OTT들이 앞다퉈 한국적 콘텐츠 기획에 나서면서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젊은 배우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오디션에 당당히 주연 거머쥔 배우 ‘최민영’
최민영은 지난달 18일 공개된 미국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에서 주연을 맡았다. 할리우드 오디션 과정을 경험해 보자는 도전정신으로 국내 소속사의 도움 없이 글로벌 오디션에 뛰어든 그는 2012년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뮤지컬 <구름빵>에서 데뷔한 지 11년 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스핀오프인 이 작품은 지난달 공개 직후 미국 1위를 비롯해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스웨덴 등 49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엑스오, 키티> 시즌2가 제작될 거란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도 나왔다. 또한 현재 최민영의 SNS 팔로워는 개설된 지 한 달 만에 93만 명을 넘어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최민영의 할리우드 진출기에는 투철한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사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도, 배우자로서 화려한 연기 이력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도 아니었다. 해외 경험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잠시 캐나다에서 1년 거주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민영은 막연하게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단숨에 글로벌 라이징 스타가 됐다.
180도 달라진 할리우드 진출, ‘국내 인지도’ 더 이상 무기 아니야
최민영 외에도 해외는 물론 국내 대중들에게조차 낯선 한국 배우들이 글로벌 OTT 콘텐츠에 출연하는 일이 늘고 있다. 기존의 국내 인지도 중심의 캐스팅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배우들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 시리즈에서 일제강점기 한국 여성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도 국내 소속사의 도움 없이 미국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직접 오디션 공고에 지원한 김민하는 최대 9번의 연기 오디션 과정을 거쳐 주연 자리를 꿰찼다. <파친코> 역시 지난해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우진, 윤재찬, 이민욱, 진권 등도 오는 7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OTT 플랫폼인 HBO Max가 제작하는 브라질 최초의 K팝 드라마 <옷장 너머로>를 통해 남미 시장에 진출한다. 이들 역시 앞선 배우들처럼 한국 연예계에서 주연급 역할을 한 번도 맡은 적 없는 신예들이다.
이 밖에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전종서도 직접 오디션 영상을 촬영해 캐스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영화 촬영 전 직접 미국으로 찾아가 애나 릴리 애머푸어 감독 집에 2박 3일간 머물며 작품 미팅을 나눴고, 이것이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적 콘텐츠 제작 수요 ‘급증’에 연예계 캐스팅 방식에도 변화 바람
업계에선 과거 인지도 중심의 캐스팅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배경을 두고 “글로벌 OTT 시장에서 급증하고 있는 한국적 콘텐츠 제작 수요”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들이 한국 연예인을 주연으로 내세워 한류에 익숙한 해외 구독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OTT 업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만이 기존 가입자를 계속해서 묶어두고 나아가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면서 “특히 오징어게임 등의 차별화된 한국 콘텐츠가 크게 흥행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한국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21년 9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시리즈 공개 이후 최근 1~2년 새 한국적 콘텐츠 제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지옥>의 뒤를 이어 <고요의 바다>, <소년심판>, <지금 우리 학교는>, <모럴 센스> 등의 한국 제작 넷플릭스 콘텐츠 신작이 줄줄이 공개됐으며, 이와 동시에 넷플릭스 아시아 지역의 가입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인기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 등을 지적하며 신예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해외 진출에 성공한 배우 신인으로서 저렴한 출연료, 한국인, 연기 경력 등 대부분의 해외 OTT사가 원하는 조건을 갖췄다”면서 “출연진 등의 화제성을 우선시하는 국내 문화와 달리 스토리와 연출을 중시하는 해외 시장에 앞으로 더 많은 신인 배우들이 뛰어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결국 한국적 콘텐츠 제작이 글로벌 OTT 업체의 성공을 가르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가 됨에 따라 한국이라는 출신 배경이 과거와는 다른 위상을 지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할리우드 등 현지 영화나 드라마 스튜디오 캐스팅 업체들이 한국어 시나리오를 기피하는 현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의 한 캐스팅 디렉터는 “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어로 작성된 대사가 포함된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려는 제작자가 드물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시나리오는 물론, 현장에서도 한국인 캐릭터의 출현이나 한국어 대사를 영어로 바꾸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