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셀럽이 되고 싶어? 치트키를 알려줄게! ‘셀러브리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 화려함 뒤에 감춰진 셀럽들의 민낯 SNS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 담아내

사진=넷플락스

환히 빛날수록 그 이면은 더 어둡다.

셀러브리티(celebrity)는 사전적으로 유명 인사를 뜻한다. 셀럽(Celeb)이라는 축약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대중으로부터 주목받고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예전에는 연예인, 운동선수 등 각 분야에서 명성이 높거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인스타로 대표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수십 수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follwer)를 가진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등장,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셀럽으로 급부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서아리(박규영 분)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박규영, 강민혁, 이청아, 이동건, 전효성 등이 출연했고, <황진이>, <대물>, <시카고 타자기> 등의 작품에서 섬세한 연출력으로 ‘엔딩 깎는 장인’이라 불렸던 김철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주인공 서아리의 시선을 따라 시청자들을 셀럽의 세계로 초대한다. 아리는 SNS 계정 하나조차 없을 정도로 남들 일에는 관심도 없고 먹고살기 바쁜 화장품 방문 판매원. 열심히 일하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우연히 들른 명품 매장에서 고등학교 동창이자 연 매출 50억원의 브랜드를 소유한 유명 인플루언서 오민혜(전효성 분)를 만나 셀럽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민혜의 초대를 받아 호기심에 참석하게 된 파티에서 아리는 팔로워 수로 등급을 나누고 친한 척, 의리 있는 척하며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플루언서들의 민낯을 마주한다. 또 그들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아리도 점점 셀럽으로 거듭나게 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실 여기까지는 어느 작품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전개와 개연성이지만, 작품은 여기에 신선한 설정 하나를 더 추가했다. 바로 셀럽이 된 후 모종의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했던 서아리가 3개월 만에 살아 돌아와 라이브 방송을 켠 것.

아리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라이브 방송을 켠 이유는 무엇일지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설정은 작품의 큰 구심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예고 영상에서 공개돼 충격을 안겼던 ‘나를 죽인 살인자는 나의 팔로워다’라는 문구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유추하며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에피소드마다 붙여진 제목도 눈길을 끈다. 총 12부작 구성으로 #유명해져라, #팔로잉, 팔로워, #좋아요, #소통해요, #넷망진창_아니 #인생역전 등 해시태그를 이용해 지어진 제목은 SNS를 주제로 한 작품의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 제목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추측해 보는 재미를 안긴다.

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 작품은 “SNS란 어떤 세계인지 들여다보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욕망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사랑하는지를 아주 리얼하게 그려내 보고 싶었다”는 김철규 감독의 설명처럼 우리가 모르는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담아냈고, 그 속에 깔린 우월주의와 계급 논리, 각종 폭로와 비방, 악플러 등 다양한 이야기와 인간들의 군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SNS와 셀럽 세계의 명과 암을 제대로 보여준다.

덕분에 지난 5일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2위(플릭스 패트롤)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에도 시동을 걸었고, 시청자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차마다 엔딩을 너무 잘 뽑았다”,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기 싸움이 리얼하고 숨 막힌다”,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다. 주연을 맡은 박규영은 점점 셀럽의 세계에 빠져드는 서아리의 감정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제 몫을 해내고, 타고난 셀러브리티 윤시현 역을 맡은 이청아와 돈과 권력을 다 가진 법무법인 태강의 오너 진태전 역을 맡은 이동건은 베테랑 연기자다운 안정감으로 극의 중심을 잡아낸다. 여기에 디렉터 파이, 씬님, 이사배, 기우쌤 등 적절한 장면에 맞는 실제 인플루언서들의 등장은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장면을 환기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다만 몇몇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는 다소 아쉽다. 김 감독은 “전효성 배우와 강민혁 배우는 사무실에서 수도 없이 혼나며 연습을 많이 했다. 아직 연기를 엄청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고, 나중에는 제가 힘들 정도로 계속 찾아와서 다시 연기 해보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 특성상 셀럽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는 장면이 많은 만큼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려면 적당한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신인 배우들이 많아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은 감안해야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불어 셀럽들의 민낯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그들의 무례한 생활 방식과 태도, 서로를 향한 무차별한 공격과 끊임없는 기 싸움 등, 마치 일부러 악의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은 장면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피로감마저 느끼게 한다. 게다가 서아리를 죽인 진짜 범인을 추적해 가며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후반부에 비해 비슷한 구성과 사건을 반복하는 지루한 전반부는 작품을 12부작보다 더 짧게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까지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게 된 인플루언서들의 세계를 조명했다는 점과 적절한 시의성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어디든 빛과 어둠은 존재하지만, 셀럽의 세계가 너무 화려하기에 오히려 그 이면의 어둠이 더욱 짙어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 극명한 대비를 특유의 방식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 과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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