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로 개발되던 수도권 부지, OTT 시장 노린 스튜디오 개발로 탈바꿈하나

기업·지자체 수도권 내 대형 스튜디오 공급에 박차 OTT 콘텐츠 성장하는데 스튜디오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도권 인근 부지에 스튜디오 개발 부상하나?

수도권 스튜디오 공급 현황/사진=젠스타메이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1.3%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21년 국내 OTT 시장 규모는 12억 달러( 15,881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급격한 시장 성장으로 콘텐츠 제작 수요가 많아진 만큼, 콘텐츠를 촬영할 스튜디오 물색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에 기업과 지자체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을 이용해 대형 스튜디오 개발에 나서는 추세다.

수도권 내 대형 스튜디오 개발 본격화

젠스타메이트 부동산연구소는 지난 4월 2023년 한국 스튜디오 개발 시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콘텐츠 산업의 성장에 따라 스튜디오 개발에 대한 검토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세계 최고의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은 부동산 투자 신탁 회사인 허드슨 퍼시픽과 손잡고 스튜디오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에는 약 7억 파운드(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영국 하트퍼드셔주의 브록스번에 디지털 제작 단지를 조성했다. 다른 투자사들 역시 할리우드가 있는 LA에서만 120여 개의 스튜디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이같은 해외기업의 행보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내 스튜디오 인프라 조성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이후 28일 OTT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내 대형 스튜디오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서구에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 부천시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 부천 영상문화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CJ ENM은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에 국내 최대규모인 ‘스튜디오 센터’를 건립했으며,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고양 일산 CJ라이브시티 내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도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지난해 6월 판교에 약 930평 규모의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인 ‘팀 스튜디오’를 개장했다.

OTT 콘텐츠 제작 많아졌지만, 정작 찍을 스튜디오는 부족해

이처럼 각 기업과 지자체에서 스튜디오 인프라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대형 스튜디오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자되는 만큼 고퀄리티의 다양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하다.

스튜디오 개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튜디오의 연간 수요량은 1,500㎡(약 500평) 이상 규모 기준으로 200동이 넘는다”면서도 “문제는 공급 수준이 6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있는 수도권 대형 스튜디오도 대형 OTT 업체, 방송사가 통임대하고 2025년까지 예약 마감된 곳도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더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정된 탓에 수도권에 위치한 500평 규모의 중상 등급 스튜디오 임대료는 2년 전보다 12% 올랐으며, 3만㎡(약 9,000평)가 넘는 대형 규모 스튜디오 임대료는 23%나 상승했다.

한편 비즈니스 모델이 방송사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서 스튜디오 중심의 콘텐츠 제작으로 전환되는 상황이 스튜디오 인프라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 즉 스튜디오 중심 제작은 거스를 수 없는 미디어 업계의 변화”라며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걸 수 있고 외부 투자도 자유로워 드라마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예능 제작도 이뤄질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에 위치한 콘텐츠 촬영용 대형 스튜디오 발로(Valor)/사진=발로

물류센터에서 ‘스튜디오 개발’로 이동하는 상업용 부동산 흐름

부동산 전문가들은 스튜디오 조성 위치로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고양, 일산, 파주, 의정부, 동두천, 용인, 화성 등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스튜디오 입지 조건 자체가 ▲방송국과 1.5시간 이내의 거리 ▲저렴한 토지가격 ▲서울과의 우수한 접근성 등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는 “스튜디오 입지 조건 자체가 물류센터 입지 조건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며 “스튜디오 개발은 물류센터 개발과 달리 인허가 및 민원에 대한 리스크가 낮고, 콘텐츠 제작 종사자와 유관 업체들이 거주할 숙박시설을 연계해 개발할 수 있어 관심도가 더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스튜디오는 그 특성상 콘텐츠에 따라 내부 시설을 자유롭게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공사비도 다른 사업에 비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젠스타메이트 관계자 역시 “스튜디오 개발이 향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경희 본태C&D 대표는 “콘텐츠 제작용 스튜디오 부동산 개발은 아직 니치 마켓(niche market, 틈새시장)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던 사업지가 스튜디오 입지로 적절하다면 부동산 개발 사업의 ‘플랜B’로 스튜디오 개발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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