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스타] 빛나는 내공의 연기 괴물들, 팀 ‘무빙’ 1세대 류승룡-한효주-조인성

팀 ‘무빙’: 1세대 편, 류승룡-한효주-조인성 “우린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어” 다채로운 장르 변주 완성한 베테랑 연기 내공

디즈니+ <무빙>의 질주가 매섭다. ‘첫 주 7화 동시 공개 후 매주 2화 추가’라는 독특한 공개 방식 탓에 제기된 “재밌는 건 앞에 다 몰려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보기 좋게 무력화하는 모양새다. 작품이 초반 7화에서 초능력자 2세대의 오늘을 그렸다면, 이후 추가되는 이야기들은 그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인 초능력자 1세대의 어제를 그리고 있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이 주축이 돼 풀어나가는 그날의 이야기는 때론 강렬하게, 때론 애틋하게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작품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공개 22일 차인 오늘(30일)까지 [오늘의 OTT 통합 랭킹]의 최상단을 굳건히 지키게 하는 힘, ‘무빙 앓이’의 주역인 1세대 3인방의 이야기를 만나 본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프레인TPC

류승룡, 2004년 영화 <아는 여자>(OTT 티빙·왓챠 공개)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넷플릭스·티빙·왓챠), <7번방의 선물>(넷플릭스), <극한직업>(넷플릭스·티빙·왓챠),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등이 있다. 

<무빙>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극 중 주원은 무한 재생 능력 덕분에 어떤 위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혈한같이 보인다. 하지만 마음에 둔 여인 앞에서는 바보 같을 정도로 순박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신중함과 냉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뿐인 딸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고 만다. 때론 과감하고 때론 신중하게, 담담함과 씁쓸함을 오가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인물. 류승룡이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이 캐릭터를 소화했을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다양한 감정을 오가며 수시로 캐릭터를 갈아입는 만큼 류승룡을 ‘어떤 배우’라고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이른바 킹 메이커 허균의 옷을 입고 극의 긴장감을 담당했고, <7번방의 선물>에서는 지적장애를 가진 딸바보 아빠로 연신 웃음을 안기더니 마지막에 보는 이들의 눈물을 쏙 빼놨다. 그런가 하면 <극한직업>에서는 ‘동네북’ 경찰 고상기로 분해 순도 100%의 웃음으로 ‘쌍천만'(1,000만 관객 돌파 영화 2편 이상) 배우에 등극했다. 출연작 중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한 영화 두 편이 휴먼 코미디인 만큼 코믹 연기 특화 배우인가 싶었더니, <킹덤>에서는 권력욕 가득 찬 악인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다. 출연 비중에 무관하게 저마다의 작품에서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들 캐릭터는 류승룡이라는 배우를 만나 색채를 얻었다.

하나의 작품을 소화할 때마다 온전히 녹아드는 만큼 ‘더 편하고 덜 편한’ 작품은 없지만, 류승룡은 코미디에 딱히 자신이 있는 건 아니라고 털어놨다. 진한 인상, 허스키한 목소리 탓에 연기의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편하고 익숙한 작품만 찾지 않는 이유는 건강한 웃음을 전하는 배우이고 싶어서다.

어쩌면 난해할 수 있는 주제인 ‘초능력’을 다룬 <무빙>에 참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언어와 문화,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그의 진심은 글로벌 OTT라는 무대에서 조금씩 결실을 거둬가고 있다. 오늘 공개되는 <무빙> 12·13화에서는 조인성과의 불꽃 브로맨스를 선보일 예정. 천상과 지상을 넘나들며 그들이 선보일 액션과 환상적인 호흡에 기대가 모인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효주, 2004년 시트콤 <논스톱5>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MBC 드라마 <동이>(웨이브·왓챠), 영화 <감시자들>(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 <뷰티 인사이드>, tvN <해피니스>(티빙) 등이 있다.

처음 <무빙>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고3 아들을 둔 엄마 이미현 역에 한효주가 낙점됐다는 사실에 많은 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유의 눈부신 웃음으로 ‘로코 여왕’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가 다소 억척스럽게 보일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한효주 본인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수험생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할 자신이 없었던 그는 출연을 고사하기 위해 나간 자리에서 강풀 작가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강풀 작가는 “미현 캐릭터는 어떤 난리가 나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인물인데, 한효주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이미현 캐릭터에서 한효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아름다움 대신 현실감을 입은 캐릭터는 보는 이들의 몰입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으며,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오감 발달 설정은 디테일 여왕의 손끝에서 현실에 발 디딘 ‘그럴싸’한 초능력으로 탈바꿈했다. <무빙>의 세계관을 창조하고 이미현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빚어낸 강풀 작가가 “한효주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무빙>에서 조인성과의 호흡이 그러했듯, 출연하는 작품마다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유독 빛을 발하는 한효주다. 영화 <감시자들>에서는 대선배 설경구와의 티키타카 동료 케미를 완성했고, MBC <W>에서는 이종석과의 남다른 비주얼 조합으로 ‘만찢남녀’의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이같은 케미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폭발한다. 21명의 주요 배우와 100여 명의 배우가 연기한 우진과의 로맨스에서 한효주는 흔들림 없는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혼란과 불안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작품의 대성공을 이끌었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바라보는 베테랑 배우지만, 한효주는 여전히 연기에 갈증을 느낀다고. 멜로에서 시대극으로, 다시 시대극에서 장르물과 판타지로 옮겨가는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에 특별출연까지 오가면서도 지치는 기색 없이 연기 인생을 달려온 한효주는 차기작인 넷플릭스 <독전 2>를 통해 다시 한번 강렬한 연기에 도전한다.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큰칼’ 캐릭터를 입고 다가올 한효주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커진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이오케이엔터테인먼트

조인성, 2000년 KBS <학교 3>(웨이브)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SBS <발리에서 생긴 일>(웨이브·왓챠), <괜찮아, 사랑이야>(웨이브·티빙·디즈니+), 영화 <모가디슈>(넷플릭스·티빙·왓챠), 예능 <어쩌다 사장>(티빙) 등이 있다. 

미국에 슈퍼맨과 배트맨이 있다면 우리에겐 김두식이 있다. 조인성을 만나 원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를 자랑하는 <무빙> 속 김두식은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던 안기부 최정예 요원이다. 극 중 부부로 만난 한효주와의 설렘 폭발 케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떠나기를 결심하는 ‘독한’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마가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를 펼친 중반부까지 조인성의 비중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떡밥이라도 뿌려달라’는 팬들의 아우성에 “일급 기밀”이라며 가만히 미소 짓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묵묵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화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김두식의 존재는 극의 방향을 이끄는 나침반과도 같다. 각색이라는 과정을 거친 만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구현될지는 미지수지만, 진짜 두식의 이야기는 남은 이야기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바이다.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속도로 활동을 이어온 그는 40대에 접어들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가뿐한 마음을 드러냈다. 30대까지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화려한 작품이나 비중이 큰 캐릭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니 진짜 끌리는 작품과 캐릭터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무빙> 속 김두식과 최근작인 영화 <밀수>의 권상사가 대표적인 예다. 부담감과 긴장감을 내려놓은 조인성의 여유는 차분히 작품 속에 스며들었고, 대본을 읊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인물을 고스란히 그려내려는 그의 집중력은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무빙>에서 두식이 죽음을 각오하고 미현을 찾아온 장면에서 건넨 “(안 오면) 죽을 것 같아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몇만 배 큰 울림으로 보는 이들의 심장을 저격했다.

어딜 가나 월등한 비주얼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 조인성이지만, 그의 조각 같은 피지컬만 떠올린다면 아직 그의 진짜 매력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이제 조금 작품을 고르는 데 여유가 생겼다’는 말과는 달리, 그는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3>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조인성은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극장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OTT를 구독하지 않는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럼 안방극장으로 가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사사로운 욕심이 아닌, 오래 소통하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무빙> 속 김두식의 근황, 소통에 목마른 방송인으로서의 조인성, 어제보다 더 찬란한 오늘을 지나고 있는 ‘인간’ 조인성의 내일을 모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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