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에 호주선 울고 미국선 웃고, 한국은?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유료화’ 호주 국민들 뿔났다 반면 정책 시행 후 신규 가입자 2배 이상 늘어난 미국 한국서도 시행될 가능성 높아, 국내 토종 OTT 반전 기회 될 수도

넷플릭스의 ‘가구 구성원 외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시행 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주에서는 정책 시행 이후 구독자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구독자 수가 늘며 매출 증대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한국에서도 곧 시행될 수 있단 예측이 나오기 시작하자 국내 구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아직 넷플릭스 측의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호주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에 사상 첫 구독자 수 감소

지난 5월 24일 넷플릭스는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계정 공유 유료화에 나섰다. 이에 가구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과 계정을 공유한 회원들은 계정 공유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7.99달러(약 1만원)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이같은 넷플릭스의 시도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부터 ‘계정 공유는 사랑입니다’라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 왔다. 계정 공유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장려하고, 다수의 이용자가 다른 OTT 서비스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에게 적중했고, 이 덕분에 넷플릭스는 2020년 4분기 실적 기준 전 세계 가입자 2억 명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매출 역시 66억4,0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54억5,000만 달러(약 7조2,200억원)보다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외부 활동이 늘어나자 지난해 1분기에 처음으로 가입자 이탈이 발생했다. 이어 같은 해 2분기에도 97만 명가량이 유료 구독을 취소하자 수익성 개선책으로 그간 사용하던 마케팅 전략에 상반되는 ‘가족 외 계정 공유 시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고객은 전세계적으로 2억3,250만 명이다. 이 중 1억 가구 이상이 가구 밖의 지인에게 계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호주에서 시행한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은 부정적인 여파를 몰고 오는 듯하다. 시장조사기관 텔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호주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0만 명가량 감소한 6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호주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보인 감소세다. 반면 다른 OTT 플랫폼의 가입자 수는 늘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9% 증가, 디즈니 플러스 1%,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도 시행될까? 누리꾼들은 비난 일색

한편 OTT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확대 중인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한국에서도 곧 적용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수익과 가입자 양쪽에서 긍정적인 양상을 보였다”며 “앞으로 전체 매출액 90%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정책 적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 넷플릭스 구독자가 약 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2023년 하반기 계정 공유 유료화 시행국에 포함될 수 있단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대한 한국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은 “슬슬 넷플릭스를 해지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독립해서 같이 안 사는 가족은 어쩌라는 거냐”, “티빙과 왓챠에만 좋은 소식이 될 듯”, “구독 취소해서 넷플릭스에 뜨거운 맛을 보여야 할 때”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 인식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2.7%가 부정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직접 넷플릭스에 구독료를 내는 응답자 가운데 33%, 공유 계정으로 이용하는 응답자 중에서는 62.9%, 계정 공유를 목적으로 구독료를 분담하는 응답자 중에선 62.8%가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 시행 시 넷플릭스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추가 요금을 내고 외부인과 계속 계정을 공유하겠다’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국내도 계정 공유 유료화 진행될 듯” 수익성 개선 효과 확실

하지만 한국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책 자체가 수익성 개선에 목적이 있는데, 이미 타국에서 해당 정책을 시행한 이후 전반적인 신규 가입자 수가 급증하는 등 효과를 본 이유에서다. 스트리밍 업계 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작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일일 신규 가입자 수는 하루 평균 7만3,000여 명으로, 이전 60일간의 평균치보다 102% 증가했다. 특히 26일과 27일 신규 가입자 수는 거의 1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넷플릭스 역시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넷플릭스 가입자가 전 세계에서 589만 명 증가해 총 2억3,839명이 됐다”며 “전체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간보다 8.0% 늘었다”고 전했다. 매출액도 올랐다. 넷플릭스의 2분기 매출액은 약 81억8,700만 달러(약 10조3,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18억2,700만 달러(약 2조3,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넷플릭스는 이미 각종 비난과 악수(惡手)라는 우려 섞인 전망에도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작했고, 호주나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구독자 이탈을 경험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출 증진을 이뤘다”며 “특히 한국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거세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곧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토종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에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본격 시행할 경우 넷플릭스에서 이탈하는 구독자를 잡아 국내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흥행에 따라 이용자 수가 증감하는 OTT 시장 특성상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국내 OTT에서 ‘킬러 콘텐츠’로 불릴 만한 대박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넷플릭스 구독 이탈자를 끌어들여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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