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 서비스 경쟁력 잃은 IPTV, 광고부터 요금제 결합까지 ‘발버둥’

‘넷플릭스가 더 싼데’ 외면받는 IPTV VOD, 매출액 꾸준히 감소세 무제한 구독 요금제부터 광고 강화 전략까지, 이통3사 ‘생존’에 초점 ‘고객들이 선호하니까’ OTT 결합 요금제 출시하며 ‘공생’ 선택하기도

사진=pexels

OTT 서비스가 콘텐츠 시장을 집어삼키자 IPTV 유료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설 곳을 잃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보편화한 가운데, 개별 콘텐츠마다 최대 1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결제해야 하는 유료 VOD 시장이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IPTV 시장 ‘3강’ 이동통신 3사는 생존 전략 수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고 요금제’로 성장 한계를 넘어선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해 맞춤형 광고 도입을 고려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요금제에 OTT 상품을 결합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OTT를 중심으로 방송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OTT에 밀린 IPTV, 생존 전략 수립에 박차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IPTV 유료 VOD 매출은 2018년 6,59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6,412억원 △2020년 6,258억원 △2021년 5,299억원 등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OTT를 두 개 이상 이용하는 ‘다(多) 구독’이 보편화하는 가운데, 이용 건당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VOD 서비스는 사실상 외면받는 실정이다.

IPTV 시장을 이끄는 통신 3사는 활로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7개 방송사 콘텐츠 VOD 11만여 편을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환승구독’ 요금제를 내놨다. 1개 방송사 콘텐츠에 한정돼 있던 기존 구독 요금제(월 8,800원)의 서비스 범위를 모든 방송사의 콘텐츠로 대폭 확장한 것이다. VOD 매출 확대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브로드밴드는 CGV와 제휴해 유료 VOD와 영화 관람권을 할인 제공하는 ‘Btv 무비콤보’를 기획했으며, KT는 기본 요금제에 월 4,400원을 추가하면 키즈 콘텐츠 8만여 편을 무제한 볼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이외에도 지상파 등 주요 방송사와의 협의를 거쳐 특정 콘텐츠를 유료 VOD로 선공개하고, 넷플릭스엔 시차를 두고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IPTV 3사는 지난달 영화 <범죄도시3>를 OTT보다 먼저 공동 수급하기도 했다.

‘광고 수익 강화’ 전략, IPTV에서도 통할까

하지만 업계에서는 IPTV들이 내놓은 전략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성비로 무장한 OTT 서비스조차 광고 없는 VOD 서비스(SVOD)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히는 가운데, 유료 구매 고객에게도 광고를 송출하는 IPTV의 VOD 서비스가 성장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광고를 시청하고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요금제 출시 이후 넷플릭스의 광고 재고는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당시 넷플릭스의 광고 파트너로 선정된 미디어렙사 나스미디어는 고객사에 보낸 안내 메일을 통해 올해 11~12월 인벤토리(재고 물량)가 완판됐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OTT 시장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출시는 콘텐츠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와 함께 OTT 공룡으로 꼽히는 디즈니+도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이후 다수의 글로벌 OTT 업체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감을 느낀 국내 일부 IPTV 역시 콘텐츠 가격을 인하하고, 셋톱박스 시청 이력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송출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성비로 무장한 OTT와 대항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로 추가 수익을 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IPTV의 광고 사업 확대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OTT 광고 요금제의 경우 광고를 보고 ‘할인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 비교적 소비자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IPTV VOD 서비스의 경우 이전부터 ‘단일 콘텐츠에 대해 유료 결제를 했음에도’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IPTV 유료 VOD 한 편당 시청해야 하는 평균 광고 시간은 14초에 달했다.

위기의 이통사, ‘OTT 결합 요금제’ 대거 출시

일각에서는 OTT 서비스에 편승해 위기를 넘기고자 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KT엠모바일은 1일 웨이브와 협력해 OTT 월 무료 이용권이 제공되는 제휴 알뜰폰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 해당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7,900원 상당의 웨이브 베이직 이용권을 매달 제공하는 식이다. KT는 티빙과 전자책 서비스 밀리의서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5G 초이스 요금제 3종을 서비스하고 있다.

SKT는 특정 요금제를 선택하면 웨이브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 중이다. ‘웨이브 앤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면 첫 한 달간 100원에 웨이브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 5GX 플래티넘, 5GX 프라임플러스, T플랜 맥스 요금제에는 웨이브 무료 이용권이 결합됐으며, 5GX 프라임, T플랜 스페셜 요금제에는 웨이브 70% 할인 혜택이 포함돼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 서비스 중 하나를 골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놨다.

이 같은 OTT 결합 요금제는 실제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OTT 서비스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 비율은 22.7%로 조사됐으며, OTT 요금제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미이용자 응답은 3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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