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찔끔찔끔 공개, 디즈니+ ‘카지노’ 망칠라

디즈니+ 최대 기대작 ‘카지노’ 21일 공개 8부작 중 3부 오픈, 과거사만 그려내 따분 최민식-손석구 기대감↑, 공개 방식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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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즈니+

모든 OTT 플랫폼은 잊지 말아야 한다. OTT 사용자는 ‘콘텐츠’를 따라 이동한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소비한다. 지금 콘텐츠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이유는 이 치열한 시장에서 우위를 점령하고 성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아무리 콘텐츠가 좋더라도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 가치는 추락한다.

지난 21일 디즈니+(디즈니플러스)의 12월 최대 기대작 <카지노>가 베일을 벗었다.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최민식이 24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로 화제가 됐다. 여기에 대세 배우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등이 출연하고,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TV 드라마라면 꿈의 시청률 20%를 넘고도 남을 라인업이지만, 8부작 중 3부가 공개된 후에도 대중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평면적 구성으로 차무식(최민식 분)의 과거사가 이야기의 전반을 차지하면서 손석구, 허성태 등 다른 배우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강 감독 특유의 통쾌한 액션 연출도 실종됐다.

이는 OTT에 처음 도전하는 감독, 작가가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상 속 이야기가 순행적으로 진행될 때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보는 이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건 사실이나 OTT의 경우 첫 화에서 ‘휘몰아치는’ 전개 없이 시청 지속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TV 드라마는 우연한 목격을 계기로 관성적 시청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OTT는 플랫폼부터 콘텐츠까지 모두 이용자의 선택이다. 영화처럼 ‘극장’이라는 강제적 시청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자의 눈을 고정하려면 시간을 쏟을 만큼 흥미로운 전개가 필요하다. 무작정 자극적인 요소를 집어넣으라는 것이 아니라, OTT 플랫폼과 이용자들의 특성을 이해한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은 차무식의 과거사로 3부를 채운 <카지노>에 혹평을 보냈다. 콘텐츠 평가 사이트 왓챠피디아 코멘트를 살펴보면 “흥행작은 3분만 봐도 안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기대했는데 회상 장면이 너무 많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킬링타임용” “최민식 때문에 그냥 봄” 등 아쉬움을 토로하는 후기가 대부분이다. 평점은 3.2점(74명 참여)으로 평균보다 높지만, “1회씩 공개하면 손석구는 내년에 나오겠네”라는 댓글이 깊은 실망감을 대신한다.

사진=디즈니+

디즈니+는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도 찔끔찔끔 공개하여 결국 이용자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다. OTT 이용자들은 이미 업계 1위 넷플릭스(Netflix)의 전체공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공개 직후, 혹은 공개된 주 안에 빈지워치(Binge Watch, 몰아보기)로 하나의 콘텐츠를 완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웨이브(Wavve), 티빙(TVING), 쿠팡플레이(Coupang Play), 왓챠(WATCHA) 등 국내 OTT는 대부분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순차 공개한다. 넷플릭스 전략이 아닌 우리나라 TV 드라마 방영과 같은 방식을 따르는 것. 그 목적은 하나의 콘텐츠로 긴 시간 관심을 끌고 화제성을 일으키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는 연이은 콘텐츠 공개를 통해 가입자 이탈을 막는 효과를 노린다.

OTT 플랫폼이 간과한 것은 현재 OTT 이용자들의 습관이다. OTT 주 사용자는 2030 세대, 영상에 익숙한 멀티미디어 세대다. 이들은 짧고 간결한 숏폼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에 익숙하다. 더 이상 긴 영상을 볼 인내심이 없어 배속 시청을 하고, 몇 주씩 이야기 전개를 기다리지 않고 끝을 보는 몰아보기를 즐긴다.

에피소드의 순차적 공개는 이용자의 이탈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근본적인 흥미 하락을 불러온다. 12~16부작 시리즈물을 일주일에 1~2회씩 공개하면 대략 한두 달이 소요된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콘텐츠가 열리면서 새로운 습관이 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직접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렸다가 보는 이들은 사실 팬 혹은 마니아에 가깝다.

대부분 한두 번 챙겨본 후 귀찮음을 느끼거나 쉽게 잊어버리고 시청을 멈춘다.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환경에서 한 번 놓친 작품에 시선이 향할 리 없다. 나중에라도 완결본을 정주행하면 다행이지만, 순차 공개로 생명력을 늘리려던 콘텐츠의 생명이 아예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디즈니+의 행보는 무척 아쉽다. 올해 디즈니+에서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작품은 총 9편이다. 1월 공개된 <너와 나의 경찰수업>(16부)을 시작으로 2월 <그리드>(10부), 3월 <사운드트랙 #1>(4부), 5월 <키스 식스 센스>(12부), 9월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12부), 10월 <형사록>(8부), 11월 <3인칭 복수>(12부), 그리고 12월 <커넥트>(6부), <카지노 시즌 1>(8부)까지 1년 달력을 꽉 채웠다.

사진=디즈니+

작품 수와 퀄리티, 출연 배우 인지도, 화제성 등에 비해 흥행작을 꼽기는 힘들다. 디즈니+ 한국 첫 오리지널 작품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는 인기 아이돌 출신 강다니엘과 라이징 스타 채수빈이 주연으로 나섰다. 이어 서강준-김아중(그리드), 정려원-이규형(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성민-진구(형사록), 정해인-고경표(커넥트) 등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해 힘을 보탰다.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떠오를 만큼 인지도와 화제성을 갖춘 배우들이지만, 작품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배우 이성민 주연의 <형사록>은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추적극으로 기대를 높였지만, 작품이 언급될 만한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성민이 연기한 ‘김택록’은 자신을 살인범으로 내모는 ‘친구’의 정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청자들은 그와 함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외 다른 단서를 찾기 위해 집중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8부작 분량을 4주에 걸쳐 2회씩 공개하다 보니 호흡이 끊어져 시청자의 호기심은 길게 가지 못했고, 나중에 몰아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죽하면 이성민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때와 분위기가 너무 다르더라. <형사록>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고 속내를 털어놨을까. 그가 언급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파급력 차이는 그저 사용자 수의 격차가 아닌 운영 방식에 대한 놀라움이기도 하다. 아무리 배우가 뛰어다니며 열연을 펼쳐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는다면 콘텐츠는 물론 배우의 연기도 힘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올해 공개작 중 <커넥트>만 유일하게 전체공개를 진행했다. 정해인 주연작인 <커넥트>는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받아 정식 오픈에 앞서 3부를 미리 공개한 바 있다. 이미 영화제에서 에피소드의 절반 이상을 상영했기에 전체공개가 쉬웠을 터. 덕분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오픈 기간에 집중됐고 결과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에도 화제성은 높았다.

디즈니+의 한국시장점유율은 5.61%에 불과하다. (모바일인덱스, 유료 OTT 시장점유율 기준) 40% 점유율을 차지한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국내 OTT 시장에서 꼴찌에 가깝다. 내년 100주년을 앞둔 월트디즈니는 2023년 APAC 라인업 공개 당시 “50편 중 11편이 한국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K-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지만, 국내 드라마 팬들은 좋은 드라마라도 디즈니+ 공개작이라면 맛보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며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구독료를 올린 디즈니+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생존 방법은 바로 국내 이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전체공개, 배속 시청, 부가적 콘텐츠 등 여러 요청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디즈니+가 변화를 통해 새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디즈니+ <카지노>는 21일 1회부터 3회까지 공개 후 매주 한 회씩 공개된다. 시즌1 8부가 모두 공개된 후, 짧은 휴지기를 갖고 시즌2 8부작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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