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이성진 감독, 한국인이 만든 미드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 쾌거
넷플 오리지널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 이민 2세대 애환 녹인 스토리-캐릭터로 호평 한국계 배우·제작진 전 세계 활약에 이목 집중
<오징어 게임> 다음 주자는 <성난 사람들>.
한국계 감독과 배우가 활약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 BEEF>이 북미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8관왕을 거머쥐는 영광을 차지했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피콕 극장에서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 이하 에미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등 압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은 배우 및 주요 연출진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과 기술진·스태프에게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으로 구분된다.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은 앞서 지난 6일과 7일에 걸쳐 진행됐다.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미니 시리즈·TV영화 부문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 등 3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성난 사람들>은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5개의 트로피를 추가했다.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감독상과 작가상을 독식했고, 주연 배우인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은 데 이어 최고 작품상까지 싹쓸이했다. 이로써 <성난 사람들>은 후보로 이름을 올린 11개 부문 중 남녀 조연상과 음악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쓸어 담았다.
이번 작품으로 작품상과 연출상, 작가상의 영예까지 모두 안은 이성진 감독은 수상대에 올라 “작품 초반에 그려진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 내가 겪었던 감정들을 재현해 낸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저마다의 힘들고 어려운 경험을 공유해 준 시청자들에게 가장 고맙다”고 밝힌 그는 “우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난 사람들>을 만들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조건 없이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라며 동료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스티븐 연은 애플TV+ <블랙 버드>의 테런 에저튼, 넷플릭스 <다머-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의 에반 피터스, 영화 <위어드>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자로 호명된 스티븐 연은 “솔직히 대니로 살아가기 힘든 날도 있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캐릭터를 조금은 멋대로 판단하고 조롱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는 그는 현장 포토그래퍼의 ‘대니를 쉽게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스티븐 연은 “작품을 찍으면서 느낀 점은 편견이나 수치심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이나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는 것”이라는 소감으로 짙은 여운을 남겼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성공했지만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가 난폭운전 사건으로 얽힌 후 펼치는 지독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아시아계 미국 이민 2세대의 애환을 그리기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 대부분이 동양인으로 구성됐고, 덕분에 캐릭터와 서사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4월 6일 10부작의 이야기를 전체 공개한 이 작품은 공개 이후 5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TV쇼(영어) 부문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골든글로브 시상식 3관왕(작품상·남녀주연상), 크리틱스초이스 4관왕(작품상·남녀주연상·여우조연상)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 릴레이를 이으며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 또 오는 24일로 예정된 미국 배우조합상에서도 남녀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성난 사람들>의 수상 릴레이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에미상 6관왕을 기록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올해 <성난 사람들>이 8관왕을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 한국계 배우·제작진의 활약상에도 많은 이목이 쏠렸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국적과 문화, 인종을 뛰어넘은 ‘문화 다양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적 감성과 코드가 세계인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K-콘텐츠의 수출 교두보는 넷플릭스가 될 전망이다. 이달 초 파트2를 공개한 <경성크리처>를 비롯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이 연내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영화(영어) 부문 상위권에 랭크된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의 배두나와 <리프트: 비행기를 털어라>의 김윤지 등 배우들의 활약도 1년 후에 있을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제75회 에미상 주요 수상자(작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HBO <석세션>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사라 스누크(석세션)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키에란 컬킨(석세션)
▲드라마 시리즈 여우조연상=제니퍼 쿨리지(화이트 로투스)
▲드라마 시리즈 남우조연상=매튜 맥퍼딘(석세션)
▲드라마 시리즈 감독상=마크 마이로드(석세션)
▲드라마 시리즈 작가상=제시 암스트롱(석세션)
▲코미디 시리즈 작품상=FX <더 베어>
▲코미디 시리즈 여우주연상=퀸타 브런슨(애봇 초등학교)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제레미 앨런 화이트(더 베어)
▲코미디 시리즈 여우조연상=아요 에데비리(더 베어)
▲코미디 시리즈 남우조연상=에본 모스배크랙(더 베어)
▲코미디 시리즈 감독상=크리스토퍼 스토러(더 베어)
▲코미디 시리즈 작가상=크리스토퍼 스토러(더 베어
▲미니 시리즈·TV 영화 작품상=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미니 시리즈·TV 영화 여우주연상=앨리 웡(성난 사람들)
▲미니 시리즈·TV 영화 남우주연상=스티븐 연(성난 사람들)
▲미니 시리즈·TV 영화 여우조연상=니시 내시 베츠(다머-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
▲미니 시리즈·TV 영화 남우조연상=폴 워터 하우저 (블랙 버드)
▲미니 시리즈·TV 영화 감독상=이성진(성난 사람들)
▲미니 시리즈·TV 영화 작가상=이성진(성난 사람들)
▲토크 시리즈 작품상=COMEDY CENTRAL <더 데일리 쇼 위드 트레버 노아>
▲대본형 예능 시리즈 작품상=HBO <라스트 윅 투나잇 위드 존 올리버>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 작품상=LogoTV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버라이어티 시리즈 작가상=HBO <라스트 윅 투나잇 위드 존 올리버> 팀
▲버라이어티 스페셜(생방송) 작품상+디즈니+ <엘튼 존 라이브: 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
▲공로상=채널 글래드(GLA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