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영화 랭킹] 2/27 넷플·티빙·웨이브 – 학교가 아프다
27일 OTT 영화 랭킹 ‘사채소년’ 넷플-티빙 쌍끌이 1위 ‘용감한 시민’ 1위 탈환, 오리지널의 위엄
학교를 배경으로 한 범죄 영화가 인기다.
넷플릭스(Netflix)와 티빙(TVING) 모두 영화 부분 1위에 <사채소년>이 자리했다. 지난주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을 통해 구독형 VOD를 오픈하면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 작품은 넷플릭스와 티빙뿐만 아니라 웨이브에서도 영화 부문 2위로 BIG3 OTT 플랫폼 영화 차트 최상단을 휩쓸고 있으며, [오늘의 OTT 통합 랭킹]에서도 이틀 연속 차트인하며 흥행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극장에서의 성적을 뒤집은 결과로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한 <사채소년>은 최종 2.6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아쉬움을 샀다. 신예 배우들로 라인업을 구성해 화제를 이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CGV 단독 개봉으로 상영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또한 동시기 개봉한 <서울의 봄>이 폭발적인 흥행력을 자랑하며 극장가를 장악했던 만큼 <사채소년>은 조금의 입소문도 모으지 못한 채 존재감 없이 스크린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사채소년>은 존재감도, 빽도, 돈도 없는 학교 서열 최하위 강진(유선호 분)이 어느 날 학교에서 사채업을 시작하면서 서열 1위가 돼가는 이야기를 그린 하이틴 범죄 액션 영화다. 빚에 시달리다 사라진 부모 대신 혼자 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소년이 일진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중 사채업자의 동업 제안을 받고 학교에서 사채업을 시작한다. 소년은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들을 돈으로 짓밟으며 단숨에 서열 1위에 등극하고 짝사랑하던 다영(강미나 분)와도 가까워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즐거운 시간도 잠시 소년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사채소년>은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 <유에스비> 등을 연출한 황동석 감독의 첫 상업 장편 영화로, 유선호-강미나-유인수 등이 출연한다. 먼저 드라마 <슈룹>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등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유선호가 강진 역으로 분했고, <호텔 델루나>, <웰컴투 삼달리>에서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쳤던 강미나가 다영을,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드라마 <나쁜엄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티빙 <이제, 곧 죽습니다>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유인수가 남영을 연기했다.
OTT에서의 깜짝 흥행은 사채업을 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충격적이고 독특한 소재가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와 사채업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 소재지만,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빈부격차와 계급 등 돈에 따른 권력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기 때문. 실제로 최근의 학교는 사회 속 자본주의와 계급화 등의 구조와 마약, 도박 등의 범죄에 쉽게 노출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황동석 감독은 이에 대해 “근래 학교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언제부턴가 순수하고 꿈을 찾는 내용이 아닌 문제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단순히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보다는 본질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다. 모든 어른들이 다 같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 이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에 스며든 사채업이라는 소재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품에 대해 불호의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 또한 주인공이 사채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남겼다. 시청자들은 “강진이 사채를 시작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담겨 몰입하기 좋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사채를 하는 학생이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학생들도 돈 없는 게 죄라는 현실이 아프다” 등의 관람평을 보냈다.
또한 작품은 사채업자 최랑 역을 맡은 윤병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신예 배우로 구성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황동석 감독은 “예전의 배우들이 정답을 정해두고 연기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의 젊은 배우들은 굉장히 열려 있는 느낌이다. 많은 소통을 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면 정말 신선하고 뻔하지 않은 연기가 나온다”고 말했고, 후배들과 합을 맞춘 윤병희 또한 “내가 선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고, 많이 배웠다”고 애정 어린 소감을 전했다.
웨이브(Wavve) 1위는 <용감한 시민 Brave Citizen>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공개 후 약 한 달간 왕좌 행진을 이어오다 웨이브의 신작 <화사한 그녀>와 <스즈메의 문단속>에 1위 자리를 내줬던 작품은 다시 한번 최상단에 자리하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해 개봉 후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 만큼 <용감한 시민>의 왕좌 탈환은 구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 분)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 분)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네이버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그놈 목소리>,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과 국내 액션 감독 중 최고로 꼽히는 허명행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신혜선과 이준영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넷플릭스와 티빙 1위에 오른 <사채소년>과도 관계가 깊다. 두 작품 모두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담았기 때문. <용감한 시민>은 학교폭력, 갑질문제 등을, <사채소년>은 사채를 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본주의가 물든 현 학교의 실태를 고발한다. 액션이 가미됐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며, 두 작품 모두 극장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OTT 공개 후 화제를 모았다는 점도 같다. 학교를 배경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두 작품이 대중들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