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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지분 1,081만8,500주, 시간 외 대량매매 SKT·카카오 간 전략적 파트너십 6년 만에 종료 SKB 지분 인수 대금 1조1,500억원 중 일부 마련

SK텔레콤이 4,0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각 3,000억원의 주식 교환을 진행한 지 6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이번 매각은 SK브로드밴드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SK브로드밴드의 지분 인수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분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99.14%를 확보하게 된다.
2019년 주식 교환 후 6년 만에 전량 매각
25일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전량인 2.4%(1,081만8,510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지 6년 만에 이뤄진 결정으로 주당 단가는 3만6,530원, 총 매각 금액은 3,952억원이다. 이는 전날 카카오 종가(3만9,450원) 대비 7.4% 할인된 가격으로 시가 기준으로는 약 4,3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을 모두 매각했지만, 클라우드 사업 협력, ESG 공동 펀드 운용 등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난 2019년 11월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에 합의했다. 당시 SK텔레콤은 카카오가 발행한 신주 217만7,401주(지분율 2.4%)를, 카카오는 같은 시기 SK텔레콤의 자기주식 126만6,620주(지분율 1.6%)를 각각 3,000억 원에 취득했다. 양사는 해당 제휴를 통해 그동안 통신,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후 2021년 SK텔레콤이 인적 분할을 단행하면서 SK텔레콤과 신설회사 SK스퀘어의 지분을 각 0.97%, 0.63%를 보유하게 됐다.
SKT, FI 지분 인수 시 SKB 지분율 99.1%
SK텔레콤이 카카오 주식을 전부 매각한 주된 이유는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0년 SK텔레콤은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FI인 미래에셋그룹과 태광그룹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5년 이내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최근 시장 상황 악화로 IPO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작년 11월 태광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24.8%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태광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지분율은 각각 16.75%와 8.01%다. 당시 SK텔레콤 측은 "IPO보다는 향후 SK텔레콤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3사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 아래 보유 주식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지분을 다시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총 1조1,500억원으로 이번 카카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 4,000억원은 다음달 중 FI 지분 매입에 활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인수 자금은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은 74.38%에서 99.14%로 늘어난다. 나머지 0.86%는 자사주 및 임직원 보유 지분이다.
SK텔레콤은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유무선 통신, 방송,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센터, 해저케이블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전국에 6개의 대형 인터넷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AI, 클라우드, %G 등 미래 성장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SK그룹, 올해도 강도 높은 리밸런싱 지속
SKT의 지분 매각은 SK그룹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이다. 작년 하반기,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부진으로 위기를 맞았다. 배터리 분야 육성을 위한 무리한 투자가 부채 확대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SK그룹은 '큰 파고(Big Wave)'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역대급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사업부문별 리밸런싱은 물론 계열사의 자산·지분 매각 및 합병, 현금 확보를 위한 인력 효율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SK그룹은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FCF(잉여현금흐름)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은 기업구조 개선에 속도를 냈고, 최근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손익·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이 본격화하면서 그룹 재무구조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4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8%로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023년 2조4,0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3분기 18조2,0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 역시 강도 높은 리밸런싱이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그룹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년사에서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전반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SK㈜ 최고경영자(CEO)이자 주총 의장인 장용호 사장도 "올해 적극적 리밸런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며 "변동성이 높은 대외 여건에도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 상승을 위해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