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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건설 수주·기성·투자 감소 폭 증가 건설사 폐업 급증하고, 건설업 종사자도 감소 1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 10만 가구 이상 줄어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건설수주, 착공면적,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했으며 미분양 주택 증가, 건설사 폐업 급증 등 산업 전반에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들이 대거 도산하는 가운데, 올해 주택 공급 물량이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공급 절벽에 따른 시장 불안도 커지는 양상이다.
건설수주·착공면적 각각 16.6%, 22.2% 하락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수주, 건축착공면적, 건설기성, 건설투자 등 주요 실물 지표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별로 살펴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는 2023년 기준 19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감소했다. 2008년 감소율 6.1%보다 더 큰 감소폭이다. 건축착공면적 역시 2028년에는 전년 대비 22.2% 줄었지만 2023년(7,570만㎡)에는 3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기성(경상)은 금융위기 당시 △2007년 6.6% △2008년 4.9% △2009년 3.2%로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최근 수치를 살펴보면 2022년 12.4%, 2023년 10.7%로 증가하다 지난해 3.2%로 뒷걸음질 쳤다. 건설투자도 2022년과 2024년 각각 전년 대비 3.5%와 3% 줄어들면서 2008년 감소 폭(2.7%)을 제쳤다. 주택 수요 부진 지표인 연도별 미분양(12월 말 기준)은 2008년 16만5,599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6만8,107가구로 미분양 물량은 적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이 284.6%로 급격히 증가했다.

부도 업체 85%가 非수도권, 지방이 타격 더 커
건설경기 침체 속에 건설업 위기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월 폐업한(업종 전환 포함) 종합건설업체는 102곳으로 하루 1.8개꼴로 문을 닫았다. 2023년 1~2월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70곳이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9곳이 문을 닫았다. 종합건설사보다 작은 규모로 도장, 방수 등 특정 업무만 수행하는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하면 1~2월 폐업한 업체는 총 606곳으로 파악됐다. 건설산업 위기가 전문건설사 같은 작은 곳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종합건설사로 전이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부도업체는 27곳으로 서울 등 수도권(4곳)을 제외한 85%가 지방 업체다. 지역별로는 부산(6곳), 전남(4곳), 경남(3곳) 순으로 부도 업체가 많았다. 작년 12월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1988년 건설된 이 회사는 전북 시공능력평가 4위의 중견업체로 2023년과 2022년 매출이 각각 1,743억원, 2,156억원을 기록했지만, 미분양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종합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건설업 위기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업 종사자 수는 약 139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 명(6.7%) 감소했다. 최근 건설업 종사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보였지만, 같은 해 7월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9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감소 폭도 2024년 10월 -4.3%, 11월 -4.4%, 12월 -7.2%, 2025년 1월 -8.0%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제조업, 도소매업 등 주요 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전년 대비 28% 줄어
건설사 폐업이 속출하면서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로 2024년(36만4,058가구) 대비 28% 감소했다. 이는 2014년(27만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으로 1년 새 10만 가구 이상 줄어든 셈이다.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공급이 소폭 늘었지만, 전체 공급의 상당 비중을 책임지는 경기도에서만 4만 가구 넘게 감소하며 전체 공급을 끌어내렸다.
특히 상반기보다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상반기 월평균 2만6,000가구가 입주하지만, 하반기에는 1만8,000가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이사 수요가 몰리는 가을 이사철(9~10월)에 연중 입주 물량이 가장 적을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해당 시점 전후해 임대차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11월과 12월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다시 증가하며 전월세 불안감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 전년 대비 감소 폭을 보면 △경기 4만6,536가구(11만6,941가구→7만405가구) △대구 1만2,916가구(2만4,300가구→1만1,384가구) △경북 1만845가구(2만3,322가구→1만2,477가구) △충남8,898가구(2만2,818가구→1만3,920가구) △인천 7,102가구(2만9,470가구→2만2,638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시장 침체로 착공 물량이 줄면서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