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타임 레전드’ 엄정화의 시대 [인터뷰]

‘닥터 차정숙’ 타이틀 롤 엄정화 인터뷰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 “영광의 시대는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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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가수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활발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엄정화에게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작품으로, 의대를 다니다가 혼전임신으로 인해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차정숙이 다시 의사 가운을 입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엄정화가 원톱 주연을 맡았고, 김병철-명세빈-민우혁이 함께했다.

지난 4월 15일 4.9%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한 작품은 단 4회 만에 11%를 기록한 데 이어 마지막 이야기인 16화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8.5%로 막을 내렸다. 마의 시청률 20%의 벽을 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보영 원톱 주연의 오피스물 <대행사>(16%)와 박서준-김다미 출연작 <이태원클라쓰>(16.5%)를 뛰어넘고 JTBC 역대 시청률 4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중 엄정화는 20년 동안 가족만 바라보고 살아오다가 죽음의 위기를 겪은 뒤 늦은 나이에 다시 꿈을 찾아 나서는 차정숙 역을 맡았다. 차정숙은 ‘경단녀’로서의 고난과 역경뿐만 아니라 건강 악화, 남편의 불륜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물이지만 좌절 속에서도 희망과 행복을 찾으며 새로운 삶을 위해 도전한다.

차정숙이 인생 캐릭터라는 엄정화는 “요즘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중들이 ‘엄정화다!’라고 반응했는데 최근에는 친근하게 차정숙이라고 불러주시더라. 고려대학교 축제 무대에서도 관객들이 나를 차정숙이라고 부르더라. 데뷔 31년차에 작품으로 이렇게까지 사랑받았던 적이 없어 너무 새롭다”고 말했다.

엄정화가 <닥터 차정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차정숙을 연기하면서 가장 우선순위로 뒀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차정숙의 진심에 가까워지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재밌게 표현하는 것 보단 보는 분들이 나를 오롯이 차정숙으로 봐주셨으면 했다”고 전하며 “나도 차정숙과 비슷한 세대다. 차정숙이 누구의 사람이 아닌 홀로 나아가는 선택을 했을 땐 나도 너무 공감했고,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닥터 차정숙>은 엄정화에게도 인생작으로 남았지만, 극중 그의 남편으로 함께한 배우 김병철에게도 인생 캐릭터로 남았다. 발칙한 이중생활을 펼치는 서인호 역을 맡은 김병철에 대해 엄정화는 “김병철은 정말 좋은 배우다. 정말 열심히 하고, 인간적으로도 점잖고 진중한 사람이다. 그런데 서인호 캐릭터는 너무 찌질하다. 그 캐릭터가 귀여워 보일 수 있는 건 김병철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다. 촬영하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에 이입해서 열받았던 장면이 정말 많다. 특히 후반부에 불륜 사실이 밝혀지고도 차정숙에게 하늘 사진을 찍어 보내는 서인호가 너무 어이없었다”고 차정숙과 엄정화가 하나가 된 것처럼 말해 폭소케 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적이자,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지 차승희 역의 배우 명세빈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엄정화는 “명세빈씨도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이번에 처음 만났다. 항상 신인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시더라. 리딩도 계속 같이했고, 집에도 같이 와서 연습했다. 나 말고도 모든 배우들과 따로 리딩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정말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다. 그래서 극중 승희가 빛날 수 있던 것 같다. 나는 명세빈씨에게 감동받았다”고 명세빈을 칭찬했다.

김병철, 명세빈뿐만 아니라 <닥터 차정숙>을 함께한 모든 배우들은 환상적인 케미를 자랑했다. 엄정화는 “현장이 우선 너무 즐거웠다.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불편하면 어쩌나, 오해하면 어쩌나 걱정됐는데 이 작품은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현장 말고도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나 같은 경우 방송에서도 집을 공개한 적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고 <닥터 차정숙> 팀이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대부분의 작품에서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에 분했던 엄정화는 이번 작품 또한 장성한 자녀가 둘이나 있는 엄마로 분했다. 엄정화는 “나는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엄마 역할을 할 때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어떤 캐릭터든 자기화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고민은 당연하지 않나. 근데 엄마들의 감정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공감이 된다”고 말하며 “이렇게 큰 아이들이 있는 역할은 처음이긴 하다. 또 그동안은 아이들과 생활적인 연기를 하는 작품이 많이 없었다. 갑자기 딸이 사라진다거나, 슬픈 스토리라거나 그랬다. 그러다 보니 이번 작품이 더 소중하고 즐겁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올해로 55세인 엄정화는 미혼이다. 그는 “차정숙을 연기하면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들과 딸처럼 진짜 내 편이 생긴다는 게 좋아 보였다. 자식이 있는 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 하면서 명세빈씨랑 서로를 위한 배우자 기도도 했다. 명세빈씨가 마음을 깊이 잘 헤아려 주고 사랑해 주는, 착한 남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그리고 가수. 만능 엔터테이너인 엄정화의 전성기는 ‘올타임’ 이었다. 오랜 기간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엄정화에게도 새로운 것은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 그는 “<닥터 차정숙> 방송 전에는 사실 조금 무서웠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인데 조용히 시작하고 묻혀버리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도 또 ‘내가 왜 그걸로 괴로워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특히 어린 배우들이 ‘이 작품 나가면 다음 오디션 때 도움 되겠죠?’라고 물어보는데 부담감도 생기더라. 베일을 벗고 작품도 배우들도 다 잘 돼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에서 “나 차정숙이야”고 외치며 ‘대세’를 입증한 엄정화는 최근 tvN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가수 엄정화로 활약 중이다. 엄정화는 “나이를 생각하면 대학생들은 내 노래를 알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축제 무대에 올라가니 어떤 학생이 ‘차정숙’이라고 외치더라. 나를 차정숙이라고 불러주고, 엄정화의 노래를 들어준다니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요즘 많은 분들이 나를 반가워 해주시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댄스가수 유랑단>에서의 가수 엄정화에 대해선 “<댄스가수 유랑단>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다.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주고 계시지만, 어린 친구들은 나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으로 내가 어떤 노래를 하던 가수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나 이런 사람이었어’ 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출연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정화에게 지금은 ‘영광의 시대’다. 그는 “나의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닥터 차정숙>이 잘 된 것도 있지만, 과거부터의 모든 게 합쳐져서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며 “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나이나 다른 것 때문에 안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일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열정이 남아 있는 한 가수도, 배우도 계속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기작 소식은 아직이지만, 엄정화는 <댄스가수 유랑단>과 함께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재밌는 작품과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며 “이 세상 모든 차정숙을 포함해 인생의 의미를 찾고 계신 분들께, 스스로를 위해서 작은 것부터 실현해 보는 것이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다. 작은 것이 인생을 얼마나 뒤바꿔 주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큰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시작이 중요하다. 또 자기 자신을 위해 꼭 시간을 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남겼다.

꾸준한 노력으로 다시 한번 영광의 시대를 맞이한 엄정화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앞으로 그가 그려낼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배우’ 엄정화와 ‘가수’ 엄정화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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