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살리기’ 나선 CJ, ‘발목 잡은’ 밧줄 풀어헤칠 수 있을까

자본 확충 나선 CJ CGV, ‘미래 공간 사업자’로 도약한다? OTT에 밀린 영화업계, CJ CGV의 미래는? 울며 겨자먹기 신세 된 CJ·투자사들, 출구전략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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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영화관 전경/사진=CJ CGV

CJ CGV가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선다. CJ CGV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티빙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티빙의 가입자 수는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으며 이익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CJ그룹은 CJ CGV 공간을 활용해 미래 공간 사업자로 도약할 방침이나, 이 같은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았다.

CJ CGV, 5,700억 규모 유상증자 결의

CJ CGV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CJ CGV가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는 건 지난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CJ CGV의 지분 48.5%를 보유한 대주주 CJ는 이번 유상증자에 6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CJ는 자회사인 시스템통합(SI) 기업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한다. 이 지분에 대한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약 4,500억원이다.

CJ그룹이 CJ CGV 구하기에 나선 건 회사의 실적·재무구조 악화가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에 빠진 CJ CGV는 지금까지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CJ CGV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지난 3년간 영업적자를 내왔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CJ CGV는 매출 1조2,813억원, 영업손실 76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매출 1조9,423억원, 영업이익 1,22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34%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매출 5,834억원, 영업손실 3,887억원)에 비해선 실적이 개선되긴 했으나, 영업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진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진한 실적으로 주가도 최근 1년간 40.29%나 하락했다. 문제는 코로나 상황이 엔데믹에 접어들었음에도 주 수입원인 관객들이 좀처럼 영화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1~5월 영화관 관객 수는 총 1,163만1,935명이었다. 2019년 동기(4,693만3,590명) 대비 약 4분의 1 수준이다.

OTT 이용자 ↑, 영화 관람객 감소는 예견된 수순?

영화관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보편화된 점과 영화 티켓값의 급등이 영업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영화 요약본이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극장 사업자에겐 부정적인 환경이다.

그나마 OTT 성장을 통해 재기를 꿈꾼다 해도 OTT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상태다. 실제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으로 K-콘텐츠 자체는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으나 막상 OTT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쥐고 있다. 우수한 K-콘텐츠 제작사가 해외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해 가고 있는 꼴이다. 토종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다.

CJ의 티빙은 지난해 매출 2,4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8.2% 늘어난 수치로, 티빙이 외형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정작 티빙은 지난해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76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56.2% 커졌다. 이처럼 티빙의 수익성이 악화된 건 영업비용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티빙은 2021년 2,077억원을 지출했는데, 지난해엔 3,367억원으로 76.5%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매력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무리한 투자가 적자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티빙은 국내 OTT 사이에서의 입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OTT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월 티빙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515만 명이었다. 국내 토종 OTT 중 가입자 수 1위다. 그러나 쿠팡플레이가 티빙의 MAU에 압도적으로 따라붙기 시작하면서 티빙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쿠팡플레이의 MAU는 439만 명으로, 증가세만 보면 티빙보다 쿠팡플레이의 증가세가 더 높은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CJ CGV는 이번 자본 확충을 기점으로 극장을 ‘미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극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신사업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4DX, 스크린X, 프리미엄관 등 CJ CGV의 특별관 매출 비중은 2019년 16%에서 31%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CJ CGV 관계자는 “스크린X는 독보적인 기술과 미국 할리우드 현지 인지도를 기반으로 텐트폴 영화(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다량 확보하고 있다”며 “임영웅 콘서트, 스포츠 경기 중계 등 대안 콘텐츠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CJ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기술과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극장의 운영 효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화 시작 전 관객 맞춤형 광고 송출, 극장 운영 시스템을 소극장에 적용하는 등의 솔루션 사업, AI를 활용한 비주얼이펙트(VFX) 사업 확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CJ의 구상이다.

난처한 CJ그룹, 사실상 ‘발목 잡힌’ 모양새

다만 그럼에도 CJ그룹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CJ CGV에 모회사가 사실상 발목을 잡히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CJ그룹이 CJ CGV를 매각하려다 실패하자 결국 유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CJ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CJ CGV 매각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매각은 순탄치 못했다. CJ그룹 내부 관계자도 “예전부터 팔려고 CJ CGV를 내놨지만 인수의향을 딱히 밝힌 곳이 없어 매각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언급을 내놨다.

해외 법인 매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PE 등이 투자한 중국 및 동남아시아 법인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4분기 코로나 재확산 영향으로 일부 지역 영업이 중단됐던 베트남은 매출 55억원과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부터 영업이 재개된 인도네시아는 매출 146억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는 CJ그룹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CJ CGV에 투자를 단행한 금융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신세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미매각된 CJ CGV 영구 전환사채(CB)를 자기자본(PI)을 투입해 장기 투자에 나설지 고심을 거듭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취할 것인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손해를 피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떠안게 될 CJ CGV 영구CB 미매각 물량은 2,000억원 이상이다.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선 당연히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22년 1월 28일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의 2월 첫째 주 신규 설치 건수는 1월 셋째 주 대비 110% 상승했다. 추석을 앞두고 <수리남>을 개봉했을 때는 개봉 첫 주 이후 9만1,829건을 달성하며 첫째 주 대비 60%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단행한 ‘계정 공유 제한’ 조치 또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는 모습이다. 반면 CJ CGV를 찾는 관람객은 점차 줄고 있으며 티빙마저 영업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와 OTT 양측에서 CJ그룹이 압박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CJ CGV의 공간을 활용해 ‘미래 공간 사업자’로 도약하겠단 청사진을 내놓긴 했으나, 당장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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