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토종 OTT-넷플릭스의 ‘삼각 굴레’? 서로 먹고 먹히는 미디어의 ‘야생’

OTT에 ‘잡아먹힌’ 방송사, 예능도 이젠 OTT로 본다 제한 적은 OTT, ‘높은 수위’로 화제성 ↑ 넷플릭스에 밀리는 토종 OTT, 출구전략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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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

TV 예능 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속편이 OTT(동영상 스트리밍)로 플랫폼을 옮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공중파에 비해 규제도 적은 데다 해외 시청자들까지 끌어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시청자 유도가 탁월한 넷플릭스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공중파를 넘어 국내 토종 OTT들마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OTT로 옮겨가는 예능 프로그램들

9일 방송가에 따르면 OTT 플랫폼 티빙은 지난 7일 <마녀사냥 2023> 첫 회를 공개했다. <마녀사냥 2023>은 JTBC에서 2013∼2015년 총 123회 방송한 <마녀사냥>의 후속으로, 종영 7년 만인 작년 티빙에서 <마녀사냥 2022>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도 새 시즌이 제작됐다. <마녀사냥 2023>은 JTBC 방영 당시 공동 연출을 맡았던 홍인기 PD가 연출하는 정식 후속작이다.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 역시 TV 채널에서 방송했던 동명의 프로그램이 OTT로 옮겨간 사례다. <SNL코리아>는 tvN이 미국 방송사 NBC가 방영하는 <SNL Saturday Night Live>의 라이선스를 받아 2011년 처음 방송됐고, 2017년 11월 시즌9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후 2021년 신생 OTT 플랫폼이었던 쿠팡플레이가 첫 예능 콘텐츠로 <SNL코리아 리부트>를 제작하면서 그해 9월 시즌1을 처음 공개했고, 오는 15일 시즌4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피의 게임>도 시즌1은 2021∼2022년 지상파 방송사 MBC와 OTT 플랫폼인 웨이브 양쪽에 모두 공개됐지만 올해 4∼6월 공개된 시즌2는 웨이브에서만 공개됐다.

자유로운 OTT 환경, 방송국 떠나고 ‘날개’ 단 프로그램들

해당 프로그램들은 모두 자극적이거나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만큼, 비교적 규제가 덜한 OTT로 옮긴 뒤 그 수위를 한층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하는 사람만 유료로 결제해 시청하는 OTT는 기존 TV 방송보다 표현에 대한 제약이 적고 ‘날 것’ 그대로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에 보다 수월하다.

실제로 <마녀사냥>은 연애를 둘러싼 고민거리와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 취지에 따라 성(性)에 관한 이야기가 수시로 나온다. JTBC에서 방송할 당시에도 수위 높은 내용으로 화제가 됐으나 공중파인 만큼 직접적 표현보다는 은유적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티빙으로 플랫폼을 옮긴 뒤부터는 성과 관련한 표현이 눈에 띄게 과감해졌다. 성관계를 뜻하는 단어가 여과 없이 등장하는가 하면 일반인 여성 동성애 커플이 출연해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SNL코리아>는 tvN에 방송되던 초창기부터 강도 높은 정치 풍자로 눈길을 끌었으나 종영 무렵에는 사회적으로 복잡한 정치 이슈가 연달아 불거지자 차츰 풍자의 수위를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가 제작한 <SNL코리아 리부트>는 정치 풍자가 오히려 더 강해졌다. <피의 게임> 역시 OTT로 옮긴 시즌2의 경우 출연자들의 욕설을 있는 그대로 내보냈으며 갈등 과정의 몸싸움도 그대로 노출시켰다. 지상파 프로그램이었다면 분명 편집됐을 장면들이 규제가 약한 OTT 플랫폼 속에서는 그대로 송출된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K-콘텐츠 지원을 강화하며 OTT 관련 규제를 걷어냈기에 가능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OTT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K-콘텐츠 지원을 위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OTT 산업 경쟁력 강화안을 대폭 반영해 추진해 왔다. 대체로 수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부처 간 이견으로 요원해 보였던 사안들이었는데, 윤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방송프로그램과 영화에만 적용됐던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가 OTT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OTT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해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은 7%, 대기업은 3%의 세액을 각각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들이 자국에서 25~30% 수준의 세액 공제를 받고 있음을 고려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지만, 정부가 규제 개선을 위해 한 발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데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외에도 정부는 다양한 규제 철폐 및 지원 강화로 K-콘텐츠 역량 강화를 꾀했다. △특성화대학원과 신기술 융복합 아카데미로 전문인력 양성 △’K-콘텐츠 IP(지식재산권)펀드’ 조성 △외주 거래 불공정 관행 개선 △표준계약서 개정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OTT는 꾸준히 성장하며 한류를 책임지는 K-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었고, 그 결과 TV 대비 높은 경쟁력을 지니게 됨으로써 미디어 시장의 한 축을 OTT가 당당히 담당할 수 있게 됐다. OTT가 방송사의 자리를 빼앗은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출처=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방송사·토종 OTT, 나름의 ‘출구전략’ 찾아야

다만 OTT라 해도 국내 토종 OTT는 그다지 상황이 좋지 못한 형국이다. 제아무리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해외 시청자층이 두터운 넷플릭스에 비해 토종 OTT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초 국내 콘텐츠에 5,500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D.P>, <오징어게임> 등 연이은 히트작을 쏟아낸 넷플릭스의 추가 투자 감행은 토종 OTT들에 있어 사실상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는 가시적 성과를 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1년 8월 한 달만 해도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넷플릭스 카드결제 금액은 753억원에 달했다. 콘텐츠 인기도를 측정하는 척도인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역시 넷플릭스가 다른 국내 OTT를 압도했다. 2021년 6월 기준 넷플릭스 월간 MAU는 830만 명으로, 토종 OTT인 웨이브(313만), 티빙(264만), 왓챠(138만)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에 토종 OTT들도 위기감을 갖고 적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자본력에는 이길 방도가 사실상 전무한 만큼, 토종 OTT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필적할 만한’ 대작이 나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령 대작이 나온다 하더라도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처럼 해외 시청자들을 끌어올 여력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흥할 뿐 해외에선 묻혀버릴 가능성도 높다. 토종 OTT들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제한 없는 자유로운 환경이란 강점으로 OTT는 국내 방송사를 누르고 대세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국내 방송사들도, 토종 OTT들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하나에 의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지금은 넷플릭스도 토종 OTT 못지않게 ‘K-콘텐츠’ 제작에 몰두하고 있기에 국내 방송사와 토종 OTT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빠르게 사라지는 모양새다. 방송사 차원에서도 토종 OTT 차원에서도 나름대로의 출구전략을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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